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2년 9월, 나란히 섬 51

지난달에 이어 수수헌에서 선주민 이웃을 만나 이주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종로구, 평생교육 일환으로 8월에는 종로구 주민을 만났고, 이번 달엔 종로구에 거점을 둔 활동가들을 대면했습니다. 앞에서처럼 이주민이 우리 곁에 머물기 시작한 역사를 조명하고, 그 가운데 네팔리들이 종로구 창신동에 거주하며 네팔 타운을 형성하기까지의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야기 나눌 분들이 인권에 관심하는 활동가여서 이전보다 좀 더 깊은 내용을 다뤘습니다. 센터의 일방적인 발표를 줄이고 주제마다 토의와 토론 형식을 곁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늘, 네팔 타운의 현실과 우리 회가 가지는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이는 2018년부터 네팔 타운에 생긴 변화와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창신, 숭인 봉제산업 현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창신, 숭인 봉제 산업

   창신동이 봉제업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0년 전후로 동대문 시장, 의류 공장들이 소규모 공장으로 쪼개져 들어오면서부터였습니다. 현재도 창신동에 수많은 가내수공업 공장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시작하던 때와 달리 활기가 줄고 있습니다. 봉제산업, 특히 의류 생산 제조업이 사양길이라 하향세를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동안 저렴한 공임으로 뒷받침하던 동대문 패션타운도 마찬가지입니다. 봉제 역사관 같은 곳에서나마 그 화려했던 8,90년대 창신동의 영광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우리 사회를 뒷받침했던 봉제 노동자의 땀과 노력이 그곳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거기서도 함께 일했던 이주노동자의 자리는 찾을 수 없습니다.

<이움피움 봉제역사관, 박찬홍>

가려진 노동자

   그들의 체류조건이 미등록이었기 때문일까요? 경험이 없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곳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치 않는 '시아게'라 부르는 마무리 공장이었습니다. 여기서 단추를 달거나 다림질하는 등의 잡일을 담당합니다. 이 일을 시작으로 몇몇은 오늘 공장을 소유한 사업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성공 신화일 뿐입니다. 소위 불법체류로 낙인찍힌 이주민이 한국에서 사장님은 고사하고 정규적으로 머물 수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공장이 힘들게 되면 가장 먼저 해고되는 미싱 시다, 객공에 머물러 있습니다. 취업만큼 쉽게 해직도 될 수 있는 이들이 부당 해고와 임금체불 상담 차 우리회를 찾는 일이 2018년부터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방문은 점차 이전과 다른 특징을 띄기 시작합니다.


노동자 교체

   이전엔 피상담자들이 주로 미등록 이주민이었는데, 2018년부터 유학생 신분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지역에서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의 왕래를 자주 있게 되었습니다. 공장 운영에 인건비가 부담되니 풀타임 이주노동자를 해고하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외국인 유학생의 근로시간과 아르바이트 업종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인건비를 줄일 사업주의 욕망을 막지 못했습니다. 유학생이 수업이 끝난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하여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이들의 체류조건과 이후 비자 변경 등에 문제가 있는 위험을 뛰어넘었습니다. 정규직이던 네팔리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해고하고, 아르바이트로 베트남 유학생을 고용하는 양상은 창신동 주변 상가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창신1 전경, :2018 / 우: 2020>

   2019년 봄,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창신동으로 올라오는 길에 위치한 김밥천국이 베트남 쌀국수 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내, 식당 주위로 다른 베트남 식당과 식료품점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네팔리들의 쫓겨남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 여파일까요, 코로나19 이전에 20개가 넘던 네팔 식당이 이제는 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면 네팔 타운이라 불리던 창신동 지역이 베트남 타운이라 불리게 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이 변화의 시기에 우리 회는 떠나는 네팔리들의 남겨진 짐을 정리하고, 이들을 대신하는 베트남 노동자들과의 관계 맺음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가 쉽지 않습니다.


다시, 이주민 이웃 만나기

   처음 네팔리들을 만났을 때처럼, 선주민에 대한 경계와 언어 문제로 인해 소통이 원활치 않습니다. 여기에 세대 차이란 장애물이 더해졌습니다. 오늘 젊은 세대가 자신, 개인에게 집중하는 경향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다르지 않습니다. 이전엔 이주민, 한 개인과의 만남을 통해 해당 이주민이 속한 공동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러한 연결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들이 우리 회와 관계 맺으리라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러한 현실을 자리에 모인 활동가들과 나누었습니다. "선주민 MZ 세대들도 자신에 몰두하는 경향은 같다, 커뮤니티라 하면 온라인을 통한 SNS나 유튜브로 맺는 관계나 들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단체 활동에 젊은 세대의 참여가 필요하나 이를 위한 준비가 부족한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이주민, 선주민을 떠나 새로운 세대와의 만남을 위해 자주 모여 머리를 맞대자는 결론으로 시간을 마쳤습니다.


잊혀지는 존재

   요즘 MZ 세대들에게 90년대 패션이 유행입니다. 90년대 옷이라 하니 한창 유명했던 아메리칸 어패럴이 떠오릅니다. SPA 브랜드의 시작이라 부르는 이 회사의 매장이 우리나라에도 생겼을 정도로 유행은 전 세계적이었습니다. 그 성공에 착한 기업을 표방하며 환경보호나 이민자 적극 채용 및 직원 복지를 기업 윤리로 삼은 것이 작용했을 겁니다. 당시 많은 의류 기업이 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이주했는데 이들은 LA, 한복판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이곳에서 아시아나 남미의 이민자를 채용해 다른 회사의 2배 가까운 임금을 주면서도 승승장구했습니다.

   2009년, 미국 이민 당국의 아메리칸 어패럴 공장 조사가 실시됩니다. 그 결과, 노동자 가운데 1,800 명의 미등록 이주민이 단속됩니다. 회사는 이들과 더불어 비정규 체류 상태의 1,000여 명 노동자를 해고했는데, 이가 기업이 실패하는 단초가 됩니다. 그때 해직된 노동자 중에 한국인이 있었을까요? 당시 창신동에도 봉제 일로 나성(LA)에 가면 돈 많이 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합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한국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 수와 같은 4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서류가 미비한 상태로 당시 미국에 머물렀습니다.  

<한국일보, 2009>

미국의 그들도, 창신동의 이주노동자처럼 봉제 산업에 이바지했지만 한순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노동자의 노력과 희생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까요? 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미등록 체류자를 이용하는 수레바퀴는 오늘도 돌아갑니다. 오늘 네팔리를 대신한 베트남 유학생 출신 노동자들도, 재봉틀이 도는 한 언제든 대체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 네팔과 베트남 이주민의 사람으로서 기본권과 건강권 그리고 노동자로서 노동권을 지키게 금 이 자리를 살피겠습니다. 무엇보다 이웃으로 먼저 다가가는 시도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8월 후원 명단
단체후원금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트립티

개인후원금

- 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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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이수빈, 채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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