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특집호
오늘 산지니 소식에서는 2월 출간된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특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뉴스레터를 읽고 우리 주위에 작은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년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무려 3,378명에 달합니다. 하루에 아홉 명이나 고독사로 유명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독사 사례가 연평균 8.8%나 증가했는데도 사회적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고, 고독사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고독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권종호 저자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를 집필했습니다. 부산에서 33년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2005년 고독사 현장을 처음 접한 후 그 심각성을 깨닫고 고독사의 현실과 예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은 고독사를 살인사건으로 바라보고 그 책임이 국가와 사회에 있다는 저자의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자는 고독사를 다루는 짤막한 기사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고독사 현장의 실제 모습과 그 내밀한 속내를 책에서 전합니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책도 제시했습니다. 생전에 미리 사후 문제를 결정하고 계약해두는 생전 계약, 방치되는 빈집을 이용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인 서너 명을 함께 살게 하는 생활 공동체 등이 그것입니다. 저자는 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법적으로는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합니다.

담당 편집자가 밝힌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출간 히스토리


_sun 편집자

 

보도자료는 물론 편집후기에도 담지 않았던 이야기를 이 자리를 빌려 탈탈 털어보고자 합니다.


2022년 12월, 고독사를 다룬 에세이를 투고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은 저는 산지니 투고 메일 주소를 안내해 드렸습니다. 출판사로 투고 원고가 들어오면 투고 담당자가 1차로 검토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출간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고독사’라는 소재에 끌린 저는 담당자가 검토하기도 전에 먼저 원고를 읽어보았습니다. 시중에 고독사를 주제로 한 에세이가 없기도 했고 어떻게 고독사를 풀어나갈지가 궁금했거든요. 원고는 다소 거칠었으나 의미 있었습니다. 한국 고독사의 적나라한 현실을 현직 경찰관의 눈으로 말해주고 있었으니까요. 고독사 예방책으로 제안하는 생전 계약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사후 절차나 장례식을 정부나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단체와 계약하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장례를 조금 더 주체적으로 치를 수 있을 테니까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교정지

투고 원고는 노인 고독사, 청년 고독사, 고독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방법, 고독사 방지를 위한 개인의 노력,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사회적 책임을 더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수정하고 사회적 방법과 개인의 노력을 합쳐 하나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정 과정이 다소 번거로웠지만 결과물을 보니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경우 빠른 출간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로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내 최초’ 현직 경찰관의 고독사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빠른 출간을 위해, 그렇지만 부족하지 않은 책을 선보이기 위해 원고 정리, 조판 디자인, 교정교열, 본문 일러스트 작업, 표지 작업 등 산지니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이 원고에 집중을 했습니다. 그런데 편집 마무리 시점에 우리나라의 고독사 현황이나 정책을 책에 더 담아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고독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사회가 앞장서야 하니 현재의 상황을 짚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만듦새를 위해 인터뷰 결정! 권종호 저자도 본업인 경찰 업무로 무척 바쁘지만 좋은 책을 위해 인터뷰에 동의했고, 편집부에서는 부지런히 자료조사를 하며 질의서를 만들었습니다. 편집자로서 책에 들어갈 내용을 위해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저자가 고독사 전문가인 만큼 알찬 내용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 담당 편집자가 작성한 인터뷰 질의서와 메모

여담이지만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를 소개하기 위해 책에 삽입된 저자 인터뷰 사진을 요청한 언론사가 있었습니다. 보낼 사진을 확인하던 중 저의 폰케이스가 너무 시선을 강탈하여 깜짝 놀랐답니다. 인터뷰 녹음을 위해 휴대폰을 올려둔 것이었는데… 책에는 조금 잘린 채 들어가 몰랐었습니다. 초보 인터뷰어는 이번 일로 인터뷰 체크리스트에 하나를 추가했답니다. 사진을 찍는다면 휴대폰을 최대한 안 보이게 두거나 케이스를 빼는 것. 그래도 저자가 모델 경험이 있어 사진은 매우 자연스럽게 잘 나왔습니다.

▲ 진지하게 인터뷰 중인 권종호 저자와 왼쪽 아래에서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폰케이스
여러 번의 수정이 있었고 하루 종일 이 원고만 본 날도 있었지만 의미 있는 책을 출간하여 뿌듯합니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가 더 많은 독자와 만나고 이 책을 통해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북디자인 작업기

Q. 권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이 책의 표지 시안으로 두 가지가 올라왔었는데요. 내부에서도 꽤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방의 한구석을 표현한 푸른색 표지와 한 노인이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노란색 표지였죠. 결국 푸른색 표지가 선택이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는 노인 고독사뿐 아니라 청년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고독사를 담고 있어서 노인을 표지로 내세우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두 가지 표지를 작업하면서 어떤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각각의 표지에 대해서 디자이너님의 설명을 듣고 싶어요.
A. 책의 부제가 설명하듯 현직 경찰관이 바라본 고독사 현장을 기술한 책이고 사람들이 홀로 죽음을 맞는 곳이 대부분 그들의 방이어서 빈 방의 쓸쓸함과 죽은 뒤의 허망함을 표지에 구현했습니다.
B컷 노란색 표지는 본문 일러스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작업했어요. 허름한 주택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노인의 무심한 표정이 ‘고독한 죽음’이라는 주제와 맞겠다 싶었죠.
▲ 최종 선택된 푸른색 표지(왼쪽)와 B컷 노란색 시안(오른쪽)
Q. 저자가 처음 보내온 원고에는 고독사 현장의 사진이 날것 그대로 실려 있었죠. 물론 사진을 그대로 책에 실을 수도 있었지만 편집 과정에서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대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일러스트를 그리려면 아무래도 사진을 오래, 자세히 보셨을 것 같은데… 작업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이 궁금합니다. (심리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A. 저자가 제공한 현장 사진들이 다소 충격적이어서 책에 그대로 넣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였어요. 사진의 직접적인 느낌을 완화시키기 위해 일러스트 작업을 했는데 그리면서 조금 힘들었어요. 특히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나 망자 옆에 차려져 있는 밥상 같은 것들을 그릴 때요. 죽는 순간 다들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 일러스트로 다시 그려낸 고독사 현장

라온 편집자가 추천하는 고독사를 다룬 영화와 책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영화 <고독사(アントキノイノチ)>는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주인공이 유품정리회사에서 우연히 만나며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홀로 살다가 고독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삶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줍니다.

영화의 소재인 유품정리회사는 고독사한 사람의 주변과 유품을 정리하고 화장해주는 특수청소업으로 실제로 일본에서 이미 성행 중이라고 합니다. 수백 개 업체가 있으며 요금은 30만 엔(약 300만 원) 안팎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은 특수청소업체가 설립되어 운영 중입니다. 일본에서는 특수청소업 등 고독사, 독거노인, 1인가구에서 비롯된 사업을 무연 비즈니스라고 부르는데요.

대화파트너 사업, 독거노인을 위한 쇼핑대행업, 공유주택, 보증인위탁계약 사업 등 많은 사업이 여기에 속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인 『アントキノイノチ』은 유품정리회사에서 초창기부터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희박해져 가는 인간관계,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그린 작품 영화 <고독사>는 고독사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시간이 멈춘 방』의 저자인 고지마 미유는 2014년부터 연간 370건 이상의 현장에서 유품정리사로 일해왔습니다. 처참한 고독사 현장을 무수히 접한 그는 고독사 현장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모자이크로 처리되어 보도되는 현장의 사진은 사람들에게 고독사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소식불통이던 아버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자리, 형체마저 사라진 채 욕실에서 뒤늦게 발견된 망자, 집 안을 깨끗이 치워두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청년, 쓰러진 주인 곁에 있던 반려동물의 사체…. 책은 저자가 유품정리사로 일하며 목격한 일본의 고독사 현장과 현장에 깃든 사연들을 담았습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마음에 떠오른 그 사람(혼자 사는 부모님, 소원해진 친지나 친구, 이웃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고 얼굴을 보러 가기를 권합니다. 『시간이 멈춘 방』은 소원했던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용기를 전하는 책입니다.

언론이 주목하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는 출간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여러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에서도 권종호 저자 인터뷰와 함께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위의 영상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많은 변사 현장을 가 보았는데요. 고독사 현장을 가보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 사람이 이렇게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지 너무 안타까웠죠.
우리 민족에 맞는 고독사 예방책을 펼치고, 그분들에게 자꾸만 옆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사회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겁니다.”
_KBS 뉴스 인터뷰 중
오늘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나요?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그 누군가에게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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