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즈워스》 미리보기 2
샘은 결심했다. 일단 자신을 설득하는 사투를 마치고 엘사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하자 샘은(샴페인 빛깔이 살짝 물든 안개를 통해서) 그녀가 굉장히 마음에 드는 상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일 자책하겠지만, 상관없어! 이 여자를 가질 거야! 이제 이 젊은 놈들을 치워버리자! 고민 그만하고, 말을 해! 콘티넨털 호텔에 데려갈 거야! 반드시!’
프랜은 과묵한 남편 새뮤얼이 떠들어대는 걸 봤다면 놀랐을 것이다. 일찍이 샘은 이 젊은 천재들을 막아낼 방법을 배웠다. 그들이 언질을 주기 전 샘 자신이 저속하다는 걸 인정하되 그들이 교양인들 사이에서 차지한 지위보다 샘이 저속한 사람들 사이에서 더 높은 지위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 공격에 그들은 흐트러졌고 샘은 쾌활하고 스스럼없이 그들의 말을 반박할 수 있게 됐다. 샘은 에디 게스트가 미국 최고의 시인이며, 터브 피어슨에게서 들었지만 동의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샘이 너무 무신경하게 말하니 피어슨 J. 토머스처럼 덩치 크고 부유한 신사들이 자신의 재산과 배포를 무시하고, 길레스피, 쇼트, 키프의 교양을 우러러보는 데 익숙했던 청년들은 당황해서 비틀거렸다.
엘사는 샘의 말에 전부 맞장구쳤다. 그들과 맞서 편을 들어주자 샘은 열렬해졌다. 엘사는 (자신의 고집이 승리하는 것에 살짝 놀란) 샘이 진공청소기가 호메로스보다 중요하고 만화의 머트 씨가 솜스 포사이트보다 순수한 혈통을 지닌 인물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응원했다.
길레스피, 쇼트, 키프는 술을 사양하지 않았다. 샴페인을 마신 뒤 엘사는(들어보지도 못한 술이라고 말한 것을 잊고) 브랜디를 제안했으며, 여러 잔의 브랜디를 주문하자 내야 할 술값을 상기시키는 잔 받침이 샘 앞에 점점 높이 쌓여갔다. 길레스피와 쇼트, 키프 앞의 탁자는 순수한 개척 시대처럼 그때 놓아둔 브랜디 말고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샘은 간사하게 기뻤다. 그것 말고도 그가 콧대가 날카로운 키프보다 능력 있는 연인임을 더 잘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샘은 청년들을 무시하고 엘사에게만 이야기했다. 이 장밋빛 아이에게 동정심을 갖고, 거의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다. 샘은 그녀의 눈이 실은 매정한 것이 아니라 지적이라고 판단했다.
샘은 결국 탁자 아래로 손을 넣었고, 엘사의 손이, 너무나 따뜻하고, 너무나 젊고, 너무나 생기 있는 손이 날아와 샘의 손을 꽉 맞잡으며 샘을 견딜 수 없이 휘저어놓았다. 샘은 두 사람만이 나누는 비밀을 생각하며 매우 명랑해지고 쾌활해졌다. 하지만 작은 방해가 생겼다.
엘사가 콧소리로 말했다. “어머, 잠깐만 실례할게요. 밴 나이스 로드니가 저기 있네요. 저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요. 잠깐만 실례해요.”
엘사는 굉장히 털이 많고 파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앉아 있는 자리로 가더니 아양 떨던 태도를 싹 버리고 대화에 집중했다.
샘은 자기 탁자의 손님들에게 무시당한 채 앉아 있었다.
삼 분 뒤, 잭 키프가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도 엘사와 밴 나이스 로드니에게 가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다음 길레스피도 하품을 했다. “음, 들어가봐야겠네.” 쇼트가 말했다. “반가웠어요. 저…….” 그러더니 그들은 가버렸다. 샘은 그들이 거리를 걸어가는 것을 봤다. 그들에게 좀 더 유쾌하게 대하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쇼트나 길레스피 같은 자들도 이 명랑하고 외로운 도시에서는 함께할 가치가 있었으니까.
다시 보니 엘사와 키프, 로드니가 싹 사라지고 없었다. 샘은 엘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동안 앞에 엄청나게 쌓인 잔 받침만 친구 삼아 기다렸다. 엘사는 오지 않았다. 샘은 웨이터에게 계산하고 천천히 일어나 굳은 얼굴로 택시를 불러 춥고 외롭게 떠났다.
밤중에 언젠가(꿈인지 생시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프랜이 냉랭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뮤얼, 여보, 이제 알겠지. 내가 그렇다고 하지 않았어? 당신은 쿠르트 같은 유럽인의 열여덟살 적보다도 여자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당신들 미국 남자란! 잘난 체 씨근거리면서 그 쪼그만 창녀를 유혹할 수 있을지 없을지 빤한 질문이나 해대다니! 그러더니 그것조차 못 하다니! 참 꼴좋다! 하지만 쿠르트…… 물론 쿠르트는 처음부터 엘사를 거기서, 기생충 같은 친구들에게서 떼어냈을 거야…….”
프랜의 목소리였지만, 샘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다시 깨어보니 프랜이 아니라 샘 자신이 경멸하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거기서 가장 빌어먹을 점은 네가 그 예술가 지망생 쥐새끼들에게서 우월감을 느꼈단 거야. 가엾은 녀석들! 물론 그들은 잘난 체하면서 거만을 떨어야 용기를 잃지 않지. 그들은 실패자니까.”
그리고 다시. “그래, 다 옳은 소리야. 하지만 나는 엘사를 다시 찾아낼 것이고, 이번에는…….”(460~463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