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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회혁신의 항해일지가 도착했습니다 
2019.09.26

출처=Freepik
오늘의 콘텐츠 
# 에디터 노트
# 맥락을 만드는 프로 배분러를 만나다 (희도리님 인터뷰)
# <리빙랩>편 독자리뷰 (윤호,윤하 아빠 서진석님)
# 2019 서울 사회공헌 혁신포럼 수요 조사에 참여해 주세요!
   
# 에디터 노트
대학생 시절, 교양 과목을 수강하면서 지구가 품고 있는 물의 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물의 순환 때문인데요. 지상의 물은 기온에 따라 끊임없이 증발하고, 하늘에 모인 수증기들은 다시 물방울로 응결되어 지상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의 양은 변하지 않지만, 점점 더 물 부족을 경험하는 지역사회를 목격하며 자원의 배분이 지속가능한 인류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그 무언가에 대해 부족함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 자원의 쓰임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올바른 자원의 배분이란 무엇일까요? 한발 더 나아가, 자원을 배분하는 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제가 정립했던 올바른 자원 배분은 ‘필요를 채우는 배분’이었어요. 시기에 적합한 양질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배분자의 능력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인지 배분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회혁신 생태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많은 배분사업들이 있습니다. 생태계 내에서 우리가 함께 보유하고 있는 자원은 어떻게 순환되고 있을까요? 어떤 순환 구조가 지속가능한 사회혁신 생태계의 기초가 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배분사업을 사랑하시는 중간계 희도리님과의 대화 내용을 여러분과 공유해봅니다.
       
# 맥락을 아는 프로 배분러를 만나다
오랜 시간 동안 배분 관련 일을 해오셨는데요. 
배분이란 뭔가요?

한 마디로 말하면 자원의 이동과 재배치라고 생각해요. 변화의 시작점에서 자원을 이동시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입장이 있을 수밖에 없고, 변화를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배분’이라는 단어는 담고 있는 의미를 다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표현이에요. 배분사업은 주로 공모사업에 선정된 기관(개인)에게 공정성에 기초해 자금을 N분의 1로 나눠주는 형태였어요. 지금은 공모사업보다는 시민단체, 사회적경제조직 등의 성장을 돕는 지원사업 형태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초기엔 돈을 중심으로 배분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자원을 모아 배분하는 모습으로 성장했어요. 저는 이런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든 분들을 프로 배분러라고 생각해요. 
 
프로 배분러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단순히 돈을 배분하는게 아니라면, 무엇을 어떤 기준에 의해 배분하는 걸까요?

배분러는 생태계의 변화를 설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생태계의 문제와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아젠다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죠. 지원사업의 주제는 모닥불 같은 역할을 하는데, 모닥불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는 모습이 배분의 시작과도 같다고 봐요. 지원이라기보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의 개념인거죠.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해야 해요. 공모지원사업은 지원사업 주제를 배분기관이 먼저 결정하고 참여단체를 찾다보니 적재적소에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이루고자 하는 미션과 비전, 조직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거나 조직의 성장 단계와는 무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사업들이 생겨난 거죠. 변화를 설계하고 그 변화를 함께 만들어갈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어떤 변화가 필요한 걸까요?

기부, 모금, 배분, 참여가 모두 한 맥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 모금, 배분, 참여를 일련의 직선상의 과정이라고 봐선 안 되는 거죠. 특히 배분러는 기부자와 배분참여단체(자)와 함께 배분사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어요. 기부자의 인식을 높이고, 지원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높이고 (예, 인건비 지원, 자산형성형 지원 등) 함께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그 자원은 결국 누구의 성장도 지원하지 못해요. 건강한 자원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배분하는 사람을 포함해 거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성장을 설계해야 해요.

그 변화를 꼭 배분러가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배분은 맥락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해결의 어느 단계에 왜 이 지원사업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맥락, 이 지원이 끝나고 이 사업이 어느 자원(돈,전문성등)과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 등 중간계의 배분러로 성장한다는 건 생태계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확장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기부자 또는 참여자가 원하는 성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넒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사실 모금이나 배분업무를 하다보면 기부자의 의지에 의존하게 되죠. 기부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칙에 입각한 배분을 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에요. 한 발 더 나아가 기부자, 모금자, 참여자와 소통하는 사회적 화두를 점점 더 높여가야하는 것도 배분러의 역할이라고 봐요. 기부자가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변화들에 민감해질 수 있도록, 참여자들이 맥락 속에서 사회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사업을 디자인해 나가야 해요. 

배분사업을 함께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기부자, 모금자, 배분자, 참여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기존의 배분/지원사업은 참여기관에게 인건비를 지원해주지 않아요. 하지만 참여기관들이 원하는 것은 인건비죠. 경험 상 돌아볼 때, 인건비 지원이 생태계 지원에 아주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어요. 아직은 사회적 합의 수준이 낮아 인건비 지원을 지양하고 있죠. 인건비 지원이 희의비 200건 지원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가설을 두고 실험해보면 좋겠어요. 모든 케이스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건비 비중을 높여 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때 생태계가 더 윤택해 질 수 있거든요. 왜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업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생태계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면 말이죠.

배분/지원사업에 제출된 신청서 하나만으로는 그 기관에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사실은 알 수 없어요. 참여기관이 스스로 정의한 조직의 문제에 대해서 기부자, 모금가, 배분러가 머리를 맞대어 필요한 자원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해요. 각 참여기관마다 필요한 자원이 다를 테니까요. 또 참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필요한 자원이 더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변화가 커진다면 기부금의 N분의 1 나누기 사업은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요.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가 되기 위해서, 각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참여단체(자) 측면에서 봤을 때, 자원이 필요해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것을 넘어서 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참여기관의 미션이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 지원기관의 미션과 서로 윈윈할 수 있을지 (물론 여기까지 가려서 지원기관과 참여단체가 서로 매력을 느끼고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겠지만요) 과정설계를 했으면 합니다. 단순히 자원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배분/지원사업에 참여한다면, 일시적인 충족은 되겠지만 생태계 내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긴 어려운 것 같거든요. 

배분러는 스스로에게 ‘내가 이사업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사업 종료 후 결과보고서를 꼼꼼히 작성 했는가, 배분 가이드라인을 더 정교화 했는지 보다 이 사업의 신뢰도는 어땠는지, 참여기관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다른 자원은 없는지, 이 지원사업의 종료시점은 무엇을 기준으로 둬야 하는지, 사업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로 배분러는 배분사업의 결과물을 공공재로 만드는 분들이에요. 배분/지원의 결과를 참여 단체에만 귀속시키지 않고, 생태계에 필요한 자산이 되도록 결과물을 남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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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빙랩>편 독자리뷰
“사회문제를 인식한 주체가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위해 실험을 설계해요. 여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합니다.”  (리빙랩 편 참고)

윤찬영 센터장님의 리빙랩 정의를 다시 한번 음미해봤습니다. 요즘 사회적 가치 논의가 활발한데,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해봐야 할 문제 제기라고 생각합니다.

리빙랩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 참여, 시민, 실험 등의 단어는 사회적 경제를 강조한 최근 10여 년 동안 오히려 희석되어왔던 가치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의 부족이 현재 사회적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리빙랩’만 우리 사회가 편향적으로 투자를 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다시 이 가치들의 복원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다른 용어들은 ‘사회적 가치 시대’에 맞게 어법을 고쳐 써야 하지만, 리빙랩은 어법이 다르지 않아 ‘사회적 가치 시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접근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호, 윤하아빠 서진석님-
#2019 서울 사회공헌 혁신포럼 수요 조사
서울시와 함께 2019 서울 사회공헌 혁신포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서울의 변화를 위해 민과 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토론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2019 서울 사회공헌 혁신포럼의 알찬 준비를 위해 설문을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수요조사 참여하기
      
#다음 로그북에서는
<모임>이라는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모임>에 대해 평소 가지고 계신 생각이나 궁금하신 점을 남겨주세요.  👉의견 남기기
      
      
      
(주)이노소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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