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ㄱ) 그런데 마녀사냥과 자본의 시초축적의 연결이 비약이 아닐지라도 마녀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쓸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마녀사냥’이라는 말은 ‘잘못을 뒤집어씌우거나 죽이려 하다’는 나쁜 의미로 주로 쓰이지 않나 싶어서요.
ㅈ) ㅈㄱ 님의 표현처럼 마녀사냥은 오늘날 “잘못을 뒤집어씌우거나 죽이려 하는 나쁜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용법은 "여성"이라는 성별 주체성이 누락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비유적 사용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가장 광범위하게 확대 적용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작 여성이 겪는 경험의 특유성을 빼기 때문에 이 말을 형해화시키는 한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ㅂ) 한국에서는 특정인이 여론몰이나 인터넷 댓글 등으로 공격 받을 때 '마녀사냥'이다. 라는 표현이 사용되곤 하는 것 같은데요, 여기에는 사법 바깥에서의 처벌(예컨대 인민재판 같은 뉘앙스)이라는 의미도 들어있는 것 같고요. 맞을까요? 이것이 맞다면, 페데리치가 말하는 '마녀사냥'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띤다는 생각도 듭니다.
ㅈ)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비난과 공격으로 피해를 입히는 일체의 행위를 마녀사냥으로 지칭하는 경향이 유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ㅂ) 그렇다면, 한국에는 페데리치가 언급하는 대로의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있다면, 그것은 뭐라고 불리고 있을까요?
ㅈ) 윤미향 의원에 대한 검찰의 공격은 사법절차를 통한 것이었는데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고 이재명 의원에 대한 사법적 공격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ㅂㅊ) 장자연 사건의 목격자 윤지오의 경우처럼 여성연예인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경우가 있습니다.
ㅂ) 아프리카 마녀사냥의 경우에 빗대어 보면, 오늘날 한국에서는 여성을 위험한 마술적 힘을 가진 공포스러운 존재로 보거나 그렇게 몰아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관점은 지배계급의 여성(최X실, 김X희, 과거로 더 거슬러 가면 장희빈)을 고발하는 근거로 더 많이 사용된 것 같다는 점도 흥미롭게 느껴지고요.
ㅈ) 마녀사냥의 본질은 사냥꾼들이 '마녀'로 지목하는가 않는가에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긍정적 힘을 약탈하고 약화시킴으로써 경제적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움직임이 그것의 본령이라고 보면 지금도 마녀사냥은 한국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ㅈ) 페데리치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아프리카, 인도, 네팔 등지의 마술고발의 사례들을 한국에서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성폭력 사건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사건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취급 방식은 좋은 의미에서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성폭력 희생자를 마녀화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봅니다.
ㅈㄱ) 최근에 JMS사건 같이 어떤 교주들과 같이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우리나라 여성들의 분별력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ㅇ) 분별력 교육? 무슨 뜻인가요?
ㅈㄱ) 글쎄요. 어떤 모델, 가치관들의 혼돈들에 대한 사회적 제도나 문화의 단절들이 있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ㄱ) 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성착취와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을 피해여성들의 분별력에서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현상은 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ㅈ) 근대의 자본주의적 분별력은 기본적으로 여성, 이민, 난민, 유색인, 장애인 등등을 배제하는 분별력이고 가진 자들과 힘 있는 자들이 동맹을 맺어나가는 분별력으로 정향되어 있습니다.
ㅈ) 이러한 분별기제에서 배제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일수록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분별력과는 다른 "분별"(?) 방식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하는가 퇴행하는가가 문제로 된다고 생각합니다.
ㅂ) 페데리치는 '여성의 긍정적 힘'에서 어떤 면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ㅈ) 출산할 수 있는 능력, 공동체적 사회관계와 사회제도를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 여성 사이에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가십의 경우)…
이런 것들이 자본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는 1) 출산할 수 있는 능력은 노동력 재생산 능력으로 전유되고 2) 공동체적 사회관계를 재생산하는 능력은 장애물로 간주되어 공격되고 3) ‘가십’은 수다, 잡답으로 격하되었다고 서술하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ㅂ) 페데리치가 말하는 '마녀'(마술적 힘을 지닌 여성)의 능력은 공통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힘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런 힘들을 향한 공격은 계속되고 있고요. 그렇다면 여성의 신체를 향한 공격을 고발하는 힘(성폭력 미투)은 공통장을 회복하는 힘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JMS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분들의 미투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요.
ㅂ) '성폭력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것'은 투쟁의 주체가 되는 것일 텐데요, JMS의 성폭력을 고발한 분이 이후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투쟁이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 한국사회의 '마녀사냥'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
ㅈ) 다큐멘타리에서 본 바로 정명석은 권력에 대한 선망, 권력과 이익의 분배 등 자본주의의 전형적 방법론을 성경에 대한 성애적 해석(사랑)과 결합시켜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삶에 대한 추구를 낡고 고루한 세계에 묶어 냈습니다.
마녀 사냥꾼들이 무엇을 노리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