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물 작가, 을지로 러스트브라운 /

안녕하세요, <중심잡지>의 에디터 릳(a.k.a. RD)입니다. 이번 주도 정신없이 지나가고, 어느덧 금요일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의 마지막 날이자, 4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죠. 벌써 2021년의 1/3이 이렇게 훅 지나가버렸습니다. 세상에!

요즘 인터넷을 보면 하루에 한 번씩 꼭 가상화폐에 대한 기사가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주식과 투자를 통해 금융자본주의가 사사화(privatization)된 것은 제법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실물이 아닌 것(과연 ‘화폐’인가?)에 투자를 하는 지금의 모습은 그럼에도 몹시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죠. 가상화폐를 투자의 수단으로 보면 가치의 상승이나 하락이 주식과 같은 다른 투자처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물질적으로, 그리고 존재적으로)보이지 않는’ 곳에 엄청난 돈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술이 최근 보이고 있는 어떤 경향성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번 주 [ 큐레이션.쉽 ] 인터뷰에서도 이야기 나온 주제이지만, 비물질 예술 작업들은 기존의 ‘세계’에 반발하고 그것에 맞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죠. 우리는 그런 ‘보이지 않는 세계’에 점점 둘러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여주는 가상인물 작가의 작업과, 을지로의 시간을 축적하고 있는 을지로 러스트브라운을 소개합니다. 지금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고 또 우리는 어떻게 세계와 만나고 있는지, 작가의 글과 작업을 통해 살펴보실까요? 그럼 24호, 시작합니다.

#가상인물

삼손부적, 2020
가상인물은 블로그나 아이패드 같은 편안하고 이해하기 쉬운 매체와 단순한 기술을 사용한다. 작업을 할 때 설정이나 무대, 재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러한 매체와 기술을 오롯이 즐기는 행위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는 작업을 통해 만나게 되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많다. 작업의 지향에서 그는 대중이나 사회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가 마주하고 있는 일상의 위기들, 이를테면 경제적 불안정같은 원인들을 유쾌하게 회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현실의 압박에 더 잘 저항할 수 있도록,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을 일관되게 거부하려는 시도 위에 서 있다.

작가는 10대부터 30대가 되기까지 무던히도 작업을 이어왔으나 그가 생성한 이미지를 본 지구인은 아직 거의 없다. 귀엽고 가벼우면서 동시에 난해하고 어두운 성질을 가지는 가상인물의 그림과 글을 만나보자. 

#을지로 러스트브라운

을지로에는 골목이 많습니다. 골목들 사이로는 철공소들이 오밀조밀 줄지어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매일 분주히, 쇳덩이들을 매끈하게 가공해냅니다. 이 쇳덩이들은 어딘가의 중요한 지지대, 튼튼한 상품, 때로는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곤 합니다. 

을지로에는 골목이 많습니다. 골목을 거닐다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오랜 세월의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흔적처럼 보이는 것들이 바로 잔뜩 부식된 쇠기둥들입니다.

을지로에서 만들어진 매끈하고 견고한 쇳덩이들은 우리 일상과 공간에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을지로의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녹이 슨 쇳덩이들은 철공소 공장들의 공간 안에 기둥과 지지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을지로는 도심 제조산업지구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은 새 것이 아닌 ‘오래된 것’을 찾아 이곳에 오곤 합니다. 그들은 을지로 골목이 가진 이 두 가지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을지로에 새로운(그리고 ‘힙’한) 공간이 생겨날 때면, 이 공간들은 으레 오래된 물건들로 채워지게 마련입니다. 브라운관 TV, 오래된 라디오, 턴테이블 같은 것들이 놓여지고, 노출 콘크리트와 부식된 목조천장이 수리하지 않은 채로 드러납니다. 또 이런 공간에게서 매력을 느낀 젊은이들이 을지로 골목을 거닐며 많은 영감을 기록해내기도 하죠.

을지로의 이런 양면성은 을지로를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우리가 도시의 맥락에서 살펴보아야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새로운 탄생과 오랜 세월의 나이테가 공존하는 을지로의 아이러니함과 그 한가운데에서 시간을 암시하는 부식되고 녹슨 쇳기둥의 러스트브라운. 바로 이번 주 을지의. 색 입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는게 많은 몰라입니다. 이번 주 을지예술센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소하지만 리얼한 소식! 지금 바로 보시죠.^^ 
첫 번째 소식 : 전화가 어려운 유준

요즘 을지예술센터 팀원들의 전화기가 뜨겁습니다. 5월 전시, <예술기능공간>을 준비하느라고 소통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입니다. <예술기능공간> 전시는 을지로 3~4가 일대의 문화예술복합 공간들을 조사하고 아카이빙하는 전시입니다. 다들 각자만의 방식과 노하우로 전시 섭외 안내 연락을 돌리던 중, 조용히 고뇌에 빠진 유준. 유준은 모르는 사람과의 전화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용기내어 전화를 걸고 다이얼 소리에 집중하던 유준. “네, 여보세요? 무슨 일로 전화 하셨죠?”라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유준은 연습했던 멘트들이 생각나지 않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혹시 무슨 일인지는 비밀인가요?”하는 질문에, 유준의 대답은… “네”. 그렇게 전화에 실패했다는 소식입니다. 

두 번째 소식 : 드디어 눈썹 문신에 성공한 몰라

몰라의 눈썹은 짱구입니다. 화장을 할 줄 모르는 몰라는 언제나 양쪽 눈썹 모양이 다르고, 두꺼우며 아주 진한 검정색입니다. 메이크업 자격증이 있는 몰라의 눈썹을 다듬고 예쁘게 고쳐주고픈 욕망이 간절했답니다. 하지만 몰라는 독불장군으로 “나는 눈썹 못 그리는 애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주장합니다. 아무도 몰라의 눈썹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몰라는 다니던 헬스장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1등 상품을 뽑게 됩니다. 그 상품은 ‘눈썹문신 공짜 쿠폰’. 드디어 몰라의 눈썹은 새롭게 태어납니다. 몰라의 눈썹이 보고싶은 분들은 을지예술센터를 방문해주세요.

  • 이세림 개인전|나를, 봄   ( 이세림   ),  SpaceBA스페이스바    2021. 04. 24 ~ 05. 13   .
  • 엑소포니Exophony   ( 이현종, 외 5인 ),  을지로 OF(오브)  ,  2021. 04. 28 ~ 05. 30   .
  • 정원 만들기 GARDENING   ( 카렌 차페크 외 8인 ),  피크닉 piknic  ,  2021. 04. 24 ~ 10. 24       .
  • 팬데믹 1년 시민과 함께 생각하는 도시의 미래 What is To be Asked?   ( 코로나19 관련 연구 논문, 책, 음반, 사진 자료와 WTA 오픈콜 진행 중 참여한 다양한 전문가, 시민들의 온택트 소통 영상 및 [연구와 제안]을 진행한 5팀의 성과물 전시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2021. 03. 16 ~ 05. 23
  • 솔리드 시티 Solid City   ( 고대웅, 박가범외 9팀 ),  세화미술관  ,  2021. 04. 21 ~ 08. 31 
         ☺ 전시명을 클릭하시면 전시정보를 보실 수 있어요!

# 다음호에.만나요

이번 주도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주 기사 중에서 [ 을지의.색 ] 사진들이, 정말 을지로의 느낌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서 편집을 하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가 무심하게 스쳐지나가는 것들로부터 나오는 색과 이야기들을 정말 잘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을지예술센터는 이제 5월의 전시를 향해 분주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을지의 숨겨진(?) 예술공간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는 중입니다. 다가오는 5월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공간들이 저마다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올게요, 다음 주에 만나요!

중심잡지 in center
jsjz.center@gmail.com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동 창경궁로5다길 18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