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99명은 100GB 다 못 써···“사실상 통신료 인상”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잇따라 새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몰아줘 저가요금제와의 차별이 더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새로 출시된 100GB 이상 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상위 1% 이용자들의 사용량보다 많아 다 쓰지도 못할 데이터를 제공하며 사실상 통신비 인상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과기정통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토대로 계산하면 올해 3월 기준 전체 LTE 가입자 5169만6269명 중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상위 1%(51만6900여명)가 소비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96.90GB였다.

상위 5%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55.73GB, 상위 10% 사용자의 경우 38.99GB 정도에 그쳤다.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 1392만여명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9.31GB였다.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100GB를 다 쓸 수 있는 사람은 LTE 가입자 100명 당 1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출시한 기본 100GB 이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SK텔레콤 T플랜 ‘라지’ ‘패밀리’ ‘인피니티’, KT 데이터온 ‘비디오’ ‘프리미엄’,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 등 6종이다. 가격은 월 6만9000원에서 10만원으로 기존 무제한 요금제보다 4000원 비싸다.

연합뉴스

6만5000원대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쓰던 소비자들은 4000원 정도만 더 내면 기존보다 최대 90GB를 더 받을 수 있다. 좀 더 비싸도 데이터 제공량이 크게 늘기 때문에 자신의 실제 사용량과 상관없이 요금제를 바꿀 유인이 커진다.

반면 LTE 가입자 전체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7.2GB였다. 하지만 KT의 톡 요금제(3GB+1Mbps 속도제한)를 제외하곤 무제한 요금제 바로 밑단계에서 이 정도 사용량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없다. SK텔레콤의 경우 무제한 요금제의 한 단계 아래인 미디엄 요금제(월 5만원)의 데이터 제공량이 4GB고 LG유플러스의 경우 데이터 6.6 요금제(월 5만5990원)가 6.6GB를 제공한다.

새 데이터 요금제는 기존보다 저가요금제와의 혜택 차별이 더 크다. SK텔레콤을 기준으로 이전 저가 데이터 요금제인 ‘밴드 데이터 세이브’는 월3만2890원에 300MB를 제공한다. 기존 무제한 요금제 중 가장 가격이 낮은 월 6만5890원인 ‘밴드 데이터 퍼펙트’의 데이터 제공량 11GB와 비교해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36배 정도다. 그러나 새 데이터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제공량의 차이가 80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다른 통신사 역시 이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이통사들은 혼자 다 쓰지도 못할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더 비싼 요금제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에 가족 결합 할인 등 각종 할인 조건을 내걸면서 이통사들은 기존 고객을 묶어두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올릴 수 있다.

시민·소비자단체는 통신사들이 내놓는 새 요금제가 사실상의 요금인상 시도라며 실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중저가 요금제의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현재의 요금제는 과도하게 저가요금제를 차별하고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몰아주면서 실질적인 요금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요금제에 주는 데이터 제공량을 줄이는 대신 3만원대 요금제에 최고 2~5GB를 주는 방식이 가계 통신비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100명 중 99명은 100GB 다 못 써···“통신사 사실상 통신료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