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_인터뷰 #배달의민족 #로봇사업_김요섭

안녕하세요, 님! 🙆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배달 라이더를 구하기 위해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죠. 이런 날이 올 줄...배민은 그때 알았던 걸까요. 이 회사는 창업후 첫 흑자를 기록(2016년)한 이듬해부터 음식 배달로봇 시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후 4년,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주문량은 폭증했고, 때마침 비대면을 선호하는 트렌드까지 확산됐네요. 자 그럼, 이제 배달로봇 실력 좀 볼 때가 된 걸까요? 배달 로봇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그래서 정원엽 기자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 

2021.7.1 #122
Today's Interview
배민의 배달로봇, 음식말고 이것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민)은 스스로를 ‘푸드테크’ 기업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음식 관련 모든 첨단기술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테크기업이 되겠다는 야망을 일찌감치 드러냈다. 그러고는 실행 착착. 배민페이, 마트장보기(B마트), 선물하기, 라이브방송 등 기술 기반 서비스를 꾸준히 추가했다. 마치 검색의 네이버, 메신저의 카카오, 쇼핑의 쿠팡처럼 ‘음식하면 배민’이 되겠다는 듯이. 이쯤에 드는 생각. ‘배민이 음식에 진심인 건 알겠는데 이 회사 미래에 뭘 더 할 수 있으려나.’ 

3년 전 2018년 배민이 발표한 사업계획 영상(제목 : 배달의 민족이 상상하는 가까운 미래)에 단서가 있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로봇 ‘딜리 드라이브’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다. 상자 같은 본체 안에 음식을 넣으면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한다. 그래서, 배민은 그 사이 딜리 드라이브를 얼마나 발전시켰을까.  

지난달 9일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를 찾아, 김요섭 로봇사업실장(46)에게 물었다. ‘배민의 미래는 뭔가요?’ 그는 “배민의 미래는 제가 답할 수 없지만, 배달의 미래는 로봇"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3년간 실습한 배민 로봇들의 현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2018년 공개한 배달로봇 컨셉 소개 영상. 
배민은 2019년 11월 배달로봇을 실전에 배치했다 레스토랑 내 조리실에서 만든 음식을 손님 식탁까지 배달하는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시작으로  딜리 타워(엘리베이터 타고 층간 배달), 딜리 드라이브(실내외 통합 자율주행 배달) 등을 잇따라 내놨다. 현재 딜리 플레이트는 300대가 서울 경기 지역 식당에서 서빙 중이다. 경기도 광교 상업지구 엘리웨이를 누비고 있는 딜리 드라이브는 사용자 140명으로부터 평점 9점(만점 10점)을 받았다. 재사용 의향도 83%에 달했다. 

배민의 로봇 조직도 커졌다. 2017년 2명이던 로봇셀은 현재 50명이 근무하는 로봇사업실이 됐다. 네이버, 라인, NHN, 삼성,  LG,  한화테크윈 등 대기업 출신들이 많다. 이들을 이끄는 김요섭 실장에게 배달 로봇의 A to Z를 물었다.

Q. 배민이 왜 로봇사업에 뛰어들었나.
음식배달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 월 1000만 건(2017년 12월 첫 달성)을 넘어서면 주춤하지 않을까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월 50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데 라이더는 늘 부족하다. 일반인 배달아르바이트인 배민커넥터(등록 5만명, 실제 활동은 1만명)도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기존 라이더의 일을 돕고, 배달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다가 로봇 사업이 시작됐다.

Q. 내년엔 배달로봇이 진짜 시내 곳곳에 다니는 건가. 
서빙로봇 ‘딜리 플레이트’는 이미 상용화가 됐다, ‘딜리타워’도 배민 본사와 영등포의 주상복합 건물, 광화문 일대 오피스에서 커피배달 등을 하고 있다. 실외부터 아파트 문앞까지 배달하는 ‘딜리 드라이브’는 연말까지 테스트하고, 내년에 본격 상용화하겠다. 최근 비대면 배달이 늘어서 원래 계획보다 진행속도가 1년 정도 빨라졌다.

배민이 배달로봇을 구상하던 2017년초엔 협력업체 찾기도 힘들었다. 국내외 로봇 제조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녔지만, 대부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배달로봇은 돈도 안되고 위험하다’는 이유. 김 실장은 “유럽부터 미국, 중국 회사 등 왠만한 제조사는 다 만났고, 푸두(PUDU)로보틱스 등 몇몇 해외 협력사가 ‘도전해 보자’고 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LG전자와 국내 스타트업 등도 함께 일한다. 

Q. 김봉진 의장이 특별 미션을 줬다고?
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봉진님’이 저한테 처음 로봇사업을 맡기면서 한 당부는 이거였다.  ‘로봇 만들 생각하지 말고, 서비스를 만들라.’ 자율주행 같은 기술 자체에 너무 기울지 말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얘기였다.  

Q. 김 의장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한다던데, 로봇에 여전히 관심 있을까.
봉진님은 지금은 우아DH 아시아(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 합작사)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 경험을 글로벌로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한다. DH그룹 내에서 로봇 사업은 배민이 가장 앞섰다. 우리 로봇 플랫폼이 해외에 진출하는 날도 올 것이다. 아시아는 한국처럼 대체로 인구 밀집도가 높고, 배달 환경도 유사하다. 

Q. 배달로봇으로 돈 벌어오라는 얘긴 없나.
(웃으며) 아직은 없다.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언제쯤 수익화가 가능하겠다고 계산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로봇 사업은 좀 다르게 접근했다. 돈보다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를 해결하며 시장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사용자에 집중하면 수익은 따라온다’고 하는 구글식이라고나 할까. 나중엔 과금해도 괜찮을 때가 올 거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 분명히 온다. 

Q. 배달 로봇이 어떤 불편을 해결할 수 있나.
사소한 불편함들. 우리 본사 건물만해도 커피 사려면 1층 또는 18층(사내 카페)으로 가야 한다. 근데 엘리베이터 타는 딜리타워가 있으면 스마트폰 앱 열고 주문하면 끝이다. 내 자리까지 딜리타워가 커피를 배달해주니까. 앞으론 집앞에 로봇이 와서 분리수거를 해갈 수도 있고, 음식 아닌 물건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Q. 3년 간 해보니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게 뭐였는지.
정시 도착이다. 인간 라이더는 여러 변수가 많다. 그런데 로봇은 기계라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다. 사실 ‘단건배달’도 (쿠팡이츠 보다) 우리 로봇이 먼저 시작했다. 로봇이다보니, 눈비 올 때 음식주문해도 “(라이더에게) 미안하지 않아서 좋다”는 사용자들도 있다.

Q. 라스트마일이 배달로봇으로 대체되는 건가.
물류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퍼스트-미들-라스트 마일(first-middle-last mile)’로 나뉜다. 우리가 라스트마일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이 구간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총 물류비의 53%, 하니웰 조사). 주소지가 잘못됐거나, 물건이 분실되는 등 사고가 모두 끝단에서 일어난다. 로봇은 그런 사람의 실수를 줄여 물류 효율을 높여준다.

Q. 퍼스트나 미들마일엔 영향이 없나.
일부 퍼스트마일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엑스몰 같은 복잡한 건물은 라이더들이 몰 내부에서 길을 헤매기 쉽다. 그런데 로봇이 이걸 해결할 수 있다. 코엑스몰 내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해 라이더와 약속 장소로 가져다 주면 되니까. 미들마일은 (배달로봇보다는) 자율주행차 등 다른 플레이어들이 더 잘한다.  

Q. 라이더로선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다’ 느낄 수도 있는데.
현재 로봇 수준으로 라이더를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라이더를 돕는 존재다. 라이더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대학 캠퍼스처럼 목적지 찾기 힘든 배달지를 기피하는 편이다. 로봇이 그 일을 대신한다. 라이더는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 5분만 줄여도 더 많은 콜(주문)을 잡을 수 있다. 

Q. 배달 일부를 로봇이 처리하면, 라이더 수입이 줄지 않나.
늘어나는 주문을 어찌 처리할 지가 우리 고민이다. 배달로봇이 투입된다고 해서 라이더에게  지불하는 금액을 줄이거나, 돈을 받을 계획은 없다. 중국에선 로봇제조사가 빌딩에 로봇을 배치하고 라이더들이 이용할때 마다 100원씩 받는다던데, 우리는 그러지 않을 거다.  

Q. 배달로봇이 뜨면 소비자 배달료는 좀 싸지나.
당장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다소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배민에 따르면 2019년 로봇시범 배달 테스트 당시 라이더들은 로봇과 협업에 대해 5점 만점에 ‘4.5점’을 줬다. 평균 배달시간은 5분 단축됐고, 기피지역 배달 수락 시간도 1분 정도 짧아졌다.

Q. 한국은 도로가 좁고 혼잡하다.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잘 다닐 수 있을지...
아니, 우려와는 정반대다. 한국은 1km당 택배 물량이 전세계 1위(연간 2만 5000개)다. 2~4위(일본, 미국, 중국)를 다 합쳐도 한국보다 적다. 자율주행 로봇은 근거리 배달에서 효율이 가장 높다. 한국은 전체 주택의 62.3%(2019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아파트이고, 장애인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로봇에 좋은 환경이다. 

Q. 로봇만 만들던 회사보다 배민 로봇이 뛰어날 수 있나.
우리 강점은 로보틱스업체와 하드웨어업체들의 기술을 조합하고 관리통제하는 역량이다. 실제 음식배송 경험에 기반한 통합관리에 특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현관문·엘리베이터 컨트롤러에 로봇이 신호를 보내 문을 열거나,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형태의 표준모델은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

Q. 해외 선두권과 비교할 때 배민의 로봇 경쟁력은?
기술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본다. 풀고자 하는 문제가 좀 다르다. 공부로 치면 저기는 수학, 우리는 영어를 잘 한다. 한국은 사계절이 있고, 아파트단지에서 로봇이 실내외를 오가며 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 로봇 글로벌 선두인 스타쉽테크놀로지도 다양한 날씨에서는 테스트를 못했고, 실내 배달이나 엘리베이터 진입 경험이 없다. 우린 그걸 다 했다.  

Q. 라스트마일 물류는 경쟁자가 많다.
실제 배달 경험이 있는지,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린 이미 8번의 시범 서비스를 했고, 18개월간 5000건 넘는 배달을 했다.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Q. 근데 로봇 한 대당 얼마쯤?
신형 아반떼 풀옵션 가격(약 2500만 원)정도 된다. 2019년 처음 서빙로봇을 만들 때 제작비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스타쉽테크놀로지가 배달로봇을 3000대 정도 만들었는데 대당 가격을 700만원 정도로 본다. 5000대로 늘리면 500만원까지 낮아진다. 

Q.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술은 규제 환경도 중요한데.
현행 법은 배달로봇을 자율주행차로 규정한다. 배달로봇은 주행 속도나 목적(근거리 배송)이 자율주행차와는 다른데, 그걸 구분하지 않다보니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자율주행 로봇이 공공도로를 다닐 수 없게 돼 있다. 아파트도 지정된 곳에서만 다닐 수 있고. 또 사고에 대비해 찍는 길거리 영상촬영은 규제샌드박스를 적용받아 조건부 승인(비식별처리 후 3일간 저장) 하에 하고 있는데, 정비가 돼야 한다. 미국은 배달로봇을 자율주행차와 다른 ‘개인배달기기(PDD, Personal Delivery Device)'로 정의하고 기존 규제를 풀고 있다. 

Q. 배달 로봇도 ‘로봇’이다. 로봇공학의 3원칙*같은 게 있나.
우선 안전을 최우선한다. 안전관련 실행방침(code of conduct)이 있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로봇에 책임보험을 넣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도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이다. 
*미국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정의한 로봇공학 3원칙. 첫째, 인간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 둘째, 인간 명령에 복종할 것. 셋째, 로봇 자신을 지킬 것. 

Q. 배민의 배달로봇이 음식 말고 다른 걸 배달한다면? 
지금은 택배를 고민 중이다. 세탁소 옷 배달도 테스트해봤는데 현재 로봇 구조에서 옷은 잘 안 맞더라. 꽃도 배달한 적 있다. '초근거리 배달 시장(주거지 반경 1km)'에선 뭐든 배달할 수 있다. 일단 올 연말까지는 음식을 문 앞까지 제대로 배달하는 게 최우선이다.
 
Q. 배달의 미래는 진짜 로봇? 
2030년이 되면 택배 물량의 4분의 1은 로봇이나 자율주행 드론이 배달한다. 한국 도시환경을 생각해 보면 자율주행, 드론, 배달로봇 중 로봇의 보편화 가능성이 가장 크다. 미래 배달의 한 축으로 로봇을 상상하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오늘 배민 김요섭 로봇사업실장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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