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떤 플랫폼이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누군가는 자신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자신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지만, 더 많은 소비를 응원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트루먼은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였지만, 그들은 너무 많이 알아서 트루먼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24시간 방송을 켜두고, 아침부터 밤까지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쓰는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내보낸다. 편집되지 않은 실시간의 방송은 사람들을 자극한다. 방송을 내보내는 사람들도, 그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그게 삶의 리얼한 풍경이라고 여긴다. 그렇게 여길 때 양쪽 다 행복하다. 팩폭은 하지 말기로 하자. “그게 진짜로 삶이라고?”

  대신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트루먼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혹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선 첫사랑을 만났겠지. 그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지 않았을까. 어쩌면 트루먼이 그렇게 꿈꿨던 피지 섬에 그를 보내주자고 모금 운동 같은 게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쇼 바깥에서 어떤 사람들은 친절했을 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이용하거나 배신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스스로 알아차리는 순간이 오겠지. 쇼 바깥의 트루먼이라는 사람은 그냥 평범한 보험설계사가 아니라 엄청난 광고 효과의 걸어 다니는 간판이라는 사실을. 자신이 무려 30년 동안 크리스토프의 방송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다 준 주인공이고, 사람들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그러니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쇼의 연출과 주인공을 다 하고 싶지 않을까? 트루먼만 할 수 있는 쇼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트루 트루먼쇼나 더 리얼 트루먼쇼 같은 것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선한영향력 해시태그를 붙인 특정 회사 제품 기부 인증샷도 엄청나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 라이브방송이라도 한다면 누가 그를 이길까. 인싸 중의 인싸가 되겠지. 구독자가 떨어져 나갈 때는 비장의 무기도 있다. ‘30년 광고 노예가 뽑은 베스트템, 워스트템’ 혹은 ‘가짜 바다에서 죽다 살아난 썰푼다,’ 같은 것.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런 트루먼 채널의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자, 여기 누군가 있다. 그가 하늘색 벽을 세운다. 꼼꼼하게 색을 칠하고 계단도 만든다. 이 모든 과정을 삼각대로 촬영한다. 그가 계단의 끝까지 올라 이렇게 인사한다.

 “In case YOU don’t see me,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