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차형석입니다 




<시사IN> 편집국장 차형석 기자입니다. 제가 5월부터 편집국장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면에 실리는 ‘편집국장의 편지’를 보신 후원 독자님은 아실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편지로 첫인사 드립니다.

 

저는 2001년에 신입 기자로 입사했습니다. 그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2년 반 정도 편집자로 일을 했는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직’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입사를 했는데, ‘아, 기사는 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일단 취재를 열심히 해야 했고요. ‘사무실에서 나가라. 취재할 때는 일단 사람을 만나고, 못 만날 때는 전화 취재를 해라. 만나는 게 먼저다.’ 당시 팀장의 말이었습니다. 취재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다 보면, 점심을 거르거나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입사 뒤 6개월 동안 5㎏이 빠지더군요. 53㎏. 제 인생의 최저점 몸무게를 찍고서 생활이 익숙해졌는지 서서히 복귀했습니다. 지금은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기사 쓰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제 기사를 가장 먼저 보는 ‘데스크’가 시인 이문재 기자였습니다. 입사 전에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글을 계간지에서 읽었습니다. 그런 그가 제 기사를 제일 먼저 본다고 하니, 무척 부담스러웠습니다. 글을 쓰고 ‘반드시 소리 내어 읽고 고치라’는 그의 말대로, 원고를 쓰고 소리 내어 읽고 고치고, 다시 소리 내어 읽고 고치고… 그런 과정을 예닐곱 번 정도 거치고 나면, 정말이지 눈감고 기사를 외울 지경이 됩니다. 남달리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고, 정말로 그렇게 됩니다. 그렇게 하는데도, 이문재 기자가 고친 제 기사는 ‘딸기밭’이 됩니다. 빨간 플러스펜으로 고친 것투성이라 그렇게 부릅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자의 의견이 사실인 양 쓰지 말고, 사실을 정확하게 쓰라는 겁니다. 가령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가 자기의 생각을 담아 질문하고서 그저 취재원이 ‘예’라고 대답했다고 치죠. 그런데 자기가 한 질문을 취재원이 말한 것처럼 쓰지 말라는 거죠. 그러면 꽝이지요. 기사가 나가고 나서, 취재원이 “내가 그런 소리를 한 적 있나”라고 되묻는다면, 더 꽝이지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거기에 내 의견이나 감정을 섞지 않는 것. 자신의 의견이라면, 그것이 기자의 의견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야 독자들이 기사를 읽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기사에서 형용사, 부사를 빼게 되더군요. 형용사와 부사는 쓴 사람의 감정이 담기기 쉬우니까요. ‘기사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지금도 항상 그렇게 느낍니다.

 

얼마 전에 한 취재팀 기자에게서 입사 뒤 7㎏이 빠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김연희 기자는 기사 마감 전에 밤새 기사를 쓰는 스타일입니다. 원고를 낼 때쯤 되면 무척 피곤해 보입니다. 그렇게 공들여 써서인지, 기사를 고치는 것에도 예민합니다. 그렇게 기자들이 공들여 쓴 기사가 <시사IN>에 실린다는 점을 후원 독자님께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몇 해 전에 김영화·나경희 기자가 해외의 비영리 언론사를 취재하고 와서 기사를 쓰고, 그 내용을 사내 기자들과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독자 모임을 자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자와 소통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시사IN> 같은 작은 독립언론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시사IN>은 편집국장을 편집국 구성원이 직접 선출하며 일종의 공약도 발표하는데, 그때 ‘결국, 독자’라고 맨 앞에 적은 것도 후배 기자들이 전해준 이야기 덕분입니다. 그동안 코로나19 탓으로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늘리고 싶습니다. 후원 독자님께 보내는 이 편지도 그런 소통의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혹시 <시사IN>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제 메일 주소는 cha@sisain.co.kr입니다.

 

후원 독자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시사IN> 구성원들도 좀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6월
차형석 드림


💬 추신 하나 창간 15주년을 맞아, 조만간 ‘나와 <시사IN>’이라는 이름으로 공모전을 열려고 합니다. ‘나와 <시사IN>’이라는 주제로 글·영상·그림·만화·사진 등을 보내주시면, 그 내용을 선정해 ‘독자 분들의 삶’을 취재하여 창간기념호(9월)에 싣고 싶습니다. 후원 독자님들도 많이 응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추신 둘 제768호에 문상현 기자가 쓴, ‘채용 비리 판결문에 적힌 국민의힘 후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영선 당선인 측에서 <시사IN>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하네요. 보통은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는데, 이번에는 검찰로 ‘직행’했네요. 기사를 사전에 검토한 <시사IN> 고문 변호사가 보기에, 틀린 내용이 없는데도 말이죠. 제가 편집국장 되고서 맞은 ‘첫 번째 소송’입니다. 저희도 충실히 대응하긴 할 텐데, 아무래도 소송 대상이 되면… 피곤은 하겠지요. 독자 여러분, 응원 좀 해주세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저널리즘'에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이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세상 모두가 '기레기'를 욕하는 시대에도 거의 모든 중요한 일은 기사로 알려지고 또 개선됩니다. 가치 있는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은 여전히 언론의 중요한 사명입니다. 〈시사IN〉의 목표는 클릭 수나 페이지뷰가 아닙니다. 우수한 탐사보도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독립언론' 〈시사IN〉은 독자와 함께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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