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툰베리 #천관율 기자

시사IN북 뉴스레터 #19

마감 틈틈이 중국 뉴스를 자꾸 들여다보게 됩니다. “코로나 진앙 중국 우한, 이번엔 폭우 덮쳤다” “코로나 이어 200년만에 홍수 엄습 대재앙’”...살벌한 제목을 뒷받침하듯 물난리에 떠내려 간 교각 사진이며 집을 잃고 떠도는 이재민 사진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그 와중에 대학입시(高考)를 치르겠다고 나무 목욕통을 타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중국 수험생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고3 학생들이 불현듯 겹쳐 떠오르기도 하네요.
 
올 초, 그러니까 코로나 이전 시대(BC),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0세계위험보고서에서 전염병 위험지수는 3점 이하였다고 합니다(5점 만점).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파급력 내지 영향력이 크겠지만 그 발생 가능성 자체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죠이와 달리 영향력과 발생 가능성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이 바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5가지 요인(기상이변, 기후변화 대응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감소, 인간이 유발한 환경 재앙)이었습니다. 위험지수 3점도 안되는 코로나19가 일으킨 혼란 정도가 지금 같을진대 이들 최고 수준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일으킬 재앙은 차마 상상할 엄두도 나지 않죠.

기후변화는 인간의 질병패턴 또한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경고인데요.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의 말마따나 우리는 왜 30년 뒤 닥칠 국민연금 고갈 위기는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당장 10년 뒤 닥칠 기후위기에는 이리도 무감각한 걸까요? 경제학자인 대니 로드릭은 이렇게 말했다더군요. “세계의 운명은 바이러스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요. 기후위기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대응책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해답을 찾을 수 없더라도 질문하는 힘을 잃지 않을 것.’ 올 여름, 동네책방에서 펼쳐질 인문학의 향연에 눈길이 간 것은 어쩌면 그래서일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나날이지만 아무쪼록 다들 강건히 여름 나시길.

                                                                    Image by Pixabay


1946년생 트럼프는 겪지 않을 일

 조천호 지음/동아시아 펴냄  
  
 
예전에는 지구온난화라고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기후변화로 바꿔 부른다. 2019년에 또 한번 용어가 달라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올해 5월, 기후변화라는 말을 폐기하고 기후위기를 쓰기로 했다. ‘변화’와 같은 중립적인 느낌의 단어로는 현 상태를 제대로 묘사할 수 없다고 봤다. 새 용어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곧 익숙한 용어를 대체할 것 같다.

기후의 변동 폭이 커지면 여러 극단적인 기후가 더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온난화는 빙하를 녹인다. 그런데 빙하는 태양빛을 반사하여 지구온난화를 막아준다.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는 빙하를 녹임으로써 온난화를 더 가속한다. 그러면 빙하가 더 많이 녹고, 그러면 다시… 악순환이다. 이런 단계에 진입하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기후가 정상 상태로 돌아오는 복원력을 어느 순간 잃어버리고 폭주하게 된다. 이 ‘어느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고 부른다.

인류는 지금 이 입구에 서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파란 하늘 빨간 지구〉를 쓴 대기과학자 조천호는 “10년밖에 안 남았다”라고 경고한다. 기후는 굉장한 복잡계라서 티핑 포인트가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한 번 넘기면 두 번째 기회는 없는 파국이다. 그러니 최대한 안전한 기준선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이미 1℃쯤을 써버렸다. 10년 내로 에너지를 쓰는 방식의 대전환을 만들지 못하면 1.5℃ 목표선은 무너진다.

2015년 파리협정은 기후변화를 다룬 국제협정이었다. 2015년의 파리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예측했으나, 이듬해의 미국 대선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과학적 소양이 풍부하다고 보기 힘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 그게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을 비롯해 전임자의 기후정책 대부분을 엎어버렸다. 기후위기 대응을 한 나라가 해낼 수는 없지만 한 나라가 망칠 수는 있다.

2019년은 기후위기가 정상회담 테이블을 넘어 아래로부터 의제로 떠오른 원년이다. 스웨덴의 열여섯 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운동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다. 1946년생 트럼프는 기후위기가 본격화될 시절을 살지 않겠지만, 2003년생 툰베리는 그 시기를 살아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감시기구로부터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받는 단골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이고, 감축 계획은 소극적이기로 악명 높다. 이런 시절에 한국어 문장으로 읽는 기후위기 교양서가 나왔으니, 〈파란 하늘 빨간 지구〉는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책이다. 다만 우리에게 ‘시의적절’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남아 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천관율 기자
* <시사IN> 589호 별책부록 '행복한 책꽂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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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존엄성 수업  
차병직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생각의 이해가 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 문장을 보고서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장가’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문체가 단정하다. 지은이는 우화·문학작품 등 여러 책에 나오는 ‘삶의 풍경’을 호출해 인간의 존엄성·평등권· 행복추구권·양심의 자유·표현의 자유·프라이버시·노동권·아동권· 성소수자의 권리· 동물권 등에 대해 성찰한다. 사려 깊음. 더디더라도 찬찬한 독서를 권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 책을 스승인 법철학자 심재우에게 바친다. 스승은 제자에게 어떤 일을 권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자네가 한번 해보겠는가? 나하고 생각은 많이 다르겠지만.” 기품 어린 말. 이 한마디 덕분에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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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지은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세상에는 이런 삶들이 있고 우리는 이 삶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싶었다.”  

졸업, 취업, 결혼…. 삶의 여러 단계를 비슷비슷하게 밟아가는 친구와 동료의 존재는 때로 격려와 위안이 되지만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출산과 육아를 제 삶의 단계에 넣지 않은 사람들은 안팎으로 부침을 겪는다. 질문은 꼭 외부에서만 오지 않는다. 스스로도 자신의 결정을 의심한다. 결국 ‘마지막 결정’은 당사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찾아 나섰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든 엄마는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만나 확인하고 싶었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 여성을 걸어 다니는 자궁쯤으로 취급하며 쉽게 ‘무책임’을 언급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미래를 책임지는 여성들이 여기, 있다.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  
김동은 지음, 한티재 펴냄 

“인간미 넘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의과대학 면접시험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인간미 넘치는 의사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25년 동안 뛰어다녔다. 쪽방촌,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북한이탈주민 자녀 공부방, 평양 어린이종합병원, 캄보디아 헤브론 병원까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주말이 두 번, 세 번 있어도 부족할 것 같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부끄럽다. ‘나는 과연 그런 의사로 살고 있는가.’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김동은 교수가 그동안 틈틈이 적어왔던 생각을 책으로 엮었다. ‘인간미 넘치는 의사’를 넘어선 ‘인간미 넘치는 인간’의 이야기다.
 
 
최운산, 봉오동의 기억  
최성주 지음, 필로소픽 펴냄 
 
“최운산 장군의 무장독립전쟁 재조명은 선조들의 저항정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홍범도 장군이 이끈 독립군만으로 일본군을 대파할 수 있었을까. 봉오동은 장기간에 걸친 독립군 양성 기지였다. 간도 제1의 거부 최운산 장군이 결성한 사병부대가 그 효시다. 조선 각지의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1915년에 이미 봉오동 산 중턱에는 연병장과 막사, 토성까지 갖춘 군사기지가 들어섰다. 임시정부 창립 이후 최 장군은 이들을 기반으로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했다. 이듬해에는 간도의 독립군이 하나로 뭉쳐 ‘대한북로독군부’가 들어섰다. 홍범도 장군이 합류하기 전에 봉오동은 싸울 준비가 끝나 있었던 것이다. 필자 최성주씨는 최운산 장군의 친 손녀다. 집안 어른들이 전해준 최장군과 봉오동 전투 이야기를 문헌과 증언을 통해 복원했다.  
 
 감염병 시대, 아홉 가지를 기억하라 

"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 많은 질문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필요한 건 질문에 맞서는 용기입니다."
  -공동저자 임승관 


K 방역이라는 달콤한 수사에 휘둘리지 않고, 
장밋빛 뉴노멀의 전망에 현혹되지 않으면서도 
이 특별한 시기를 동료 인간과 
어떻게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데믹 이후를 살아갈 귀한 '단서'를 던지는 책

*텀블벅 사전구매자에게는 나효정 간호사가 대구동산병원에서 직접 그린 엽서북을 드립니다.

 photo by 쩜오책방, 파주  

<시사IN>과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친구책방🏡 중에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습니다. 마을에 책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파주 쩜오책방이나 대구 책방i가 대표적인데요. 

올 여름 대구 책방i에서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아니 ‘읽어서 세계 속으로’ 인문학 읽기 모임이 여섯 차례에 걸쳐 이어진다는군요😀. 이 기간 동안 인물과 역사를 통해 쿠바 일본 칠레 베트남 멕시코 덴마크를 (책으로) 여행하게 된다고요.  
그런가 하면 파주 쩜오책방에서는 무려 두 달짜리 ‘썸머스쿨’이 열린다고 합니다😎. 한동네에 사는 문인, 학자, 예술가 등과 함께 행복의 경제학, 음식문화사, 사자소학 등 인문학 강좌 페스티벌을 벌이게 된다는데요. 

이열치열 인문학으로 떠나는 피서, 이 또한 코로나19 시대의 새 휴가법이지 않을까요? 그밖에도 다양한 독서모임과 북클럽을 운영중인 친구책방이 많으니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친구책방에 가면 [주말에 뭐 읽지]에 소개된 책📚과 <시사IN>도 만날 수 있습니다(동네책방에서 시사IN 구독을 신청하실 때는 해당 책방에 지원금이 갈 수 있게끔 책방 이름을 꼭 함께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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