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단한 점심을 먹고 모처럼 샛강을 걸었습니다.
‘모처럼’ 걸었다고 말씀드리니 여간 쑥스럽지 않네요. 편지에도 그렇고 친구들에게도 기회있을 때마다 샛강 걷기 좋다고 말씀드리곤 했는데, 정작 저는 오랜만에 걸었습니다.
입춘을 일주일 남짓 앞둬서 그런지 샛강에는 벌써 봄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저는 샛강센터에서 출발하여 안쪽 샛숲길 4코스를 따라 서울교 인근까지 갔다가 뒤돌아서 여의못, 생태못을 지나 두물머리까지 걸어보았습니다.
걷다 보니 나무와 덤불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이 유독 많이 보입니다. 샛강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직박구리는 여러 마리들이 한 나무에 모여 부지런히 뭔가를 쪼고, 센터 옆에서는 딱새를, 샛강문화다리 아래에서는 박새를, 그리고 용태못을 따라 흐르는 물가 찔레 덩굴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여럿 보았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하도 잽싸게 움직여서 번번이 실패합니다.
여느 때처럼 왜가리와 백로는 여의못에서 사이좋게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습니다 생태못으로 갔더니 청둥오리 여러 마리가 쉬고 있더군요. 생태못 가운데 부근엔 살얼음이 있는데 오리 두 마리가 헤엄치다가 얼음 위로 올라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물과 얼음 경계는 얇은데 쉽게 올라서는 걸 보고 재주가 참 좋구나 생각했죠. (저의 둔중한 몸과 날렵한 오리발을 비교했습니다. ^^) 그리고 청둥오리 암컷은 열심히 먹어대는데 수컷은 몸단장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부리가 온 몸 구석구석 닿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집 고양이와 비견할 만한 유연함이더군요.
샛강을 걷다 보면 저절로 걸음이 느려집니다
. 가다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고 새와 나무들을 올려다보게 되지요
. 오늘은 날씨도 초봄 같았고 길은 아늑했어요
. 그러니 마음은 편안했고 마음 한구석에 찌든 때마냥 깃든 근심걱정은 탈탈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길에서 마주친 어린 아이와 강아지와 노인들에게도 부드러운 눈길을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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