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Vol.77 기록생활자 My Record (2021, May Issue)
©임정현

그날, 우리의 기록들

아름다운 장면이 스치면 사진을 찍고 좋은 문장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 하루 중 기쁘고 슬펐던 일을 찬찬히 적어 가는 일. 기록하는 마음은 삶을 소중히 아끼는 태도에서 비롯될 거예요. 오늘은 어떤 순간을 남겼나요? 훗날 돌아볼 나에게 편지를 부치듯 기록할 거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세요. 이번 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지난 《AROUND》 77호에 담긴 선물 같은 기록들을 챙겨 왔어요. 작년 봄, 여러분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때의 무엇이 우리를 기쁘게 하고 또 슬프게 했는지 순간을 더듬어 돌이켜 보아요.

05.12. A Piece Of AROUND — 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AROUND Vol.77 기록생활자 My Record

(2021, May Issue)

Ver 01. <숭이라는 장르기록자 · 마케터이승희

Ver 02. <다치지 않을 무해한 세계> 사진가황예지

 

5.26. Another Story Here 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06.09. What We Like 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Hae Ran
Ver.1

<숭이라는 장르> 

기록자 · 마케터이승희

《AROUND》 83호 ‘일기의 시절(Open A Letter)’은 ‘일기’와 ‘편지’라는 단어 아래, 나를 위한 기록과 누군가와 나누는 기록을 두루 훑어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77호 ‘기록생활자 My Record’에서도 누군가 남긴 기록을 소상히 살펴보았지요. ‘숭’이라 불리는 이승희 마케터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시나요? 그 당시, 인스타그램의 영감노트(@ins.note)에 기록해온 사사로운 기록들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는데요. 작년 말에 이 기록이 책으로 엮여 《별게 다 영감》이란 이름으로 출간되기도 했죠. 그때 기록을 다시금 건넵니다. 숭은 어떤 영감들을 어떤 방식으로 켜켜이 쌓았을까요? 한 자 한 자 살펴보며 여러분이 남긴 기록을 떠올려 주세요. 수많은 가치가 녹아 알알이 빛나고 있을 테니까요.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귀여운 게 가득한 집이네요. 여기 있는 물건들 하나씩만 들여다봐도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요.

뭐가 좀 많죠(웃음)? 알아주는 맥시멀리스트여서 집에 물건이 한가득이에요.

 

혹시 이사 준비하시나요? 문 앞에 박스들이 쌓여 있던데요.

그거 다 제 물건이에요. 오늘 오신다고 해서 아침에 밖으로 빼두었어요. 좁은 원룸 한가운데 쌓아놓고 살던 것들인데 그 상태면 사람이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웃음). 바빠서 당장은 어렵지만 이사를 해야 할 것 같긴 해요.

 

뭐가 정말 많네요. 집 둘러보다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요(웃음).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퇴사 이후 더 많은 정체성이 생긴 것 같아요.

제 핵심 자아는 마케터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정체성은 ‘기록자記錄者’로서의 자아예요. 이 단어는 지승호 작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이라는 책에 나온 말인데 기록자라는 표현이 좋아서 저를 소개할 단어로 쓰고 있어요.

 

그럼 오늘은 기록자 자아와 이야기해 봐야겠어요. SNS에서는 ‘숭’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오늘은 숭이라고 부를게요.

좋아요.

 

가장 간단한 것부터 물을게요. 기록이 뭐라고 생각해요?

살아 있는 표현 수단? 남겨진 것들의 모습은 참 다양해요. 죽어 있는 것도 있고, 무채색도 있고, 선명한 것도 있죠. 근데 기록이라는 건 어느 한순간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하는 기록은 나의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수단이에요. 미래의 누군가가 제 기록을 보면서 영향받고 융합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럼 ‘죽어 있는’ 건 뭐예요?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거요. 내 감정이나 생각은 물론이고 무엇도 표현하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상태! 죽은 기록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겠죠.

 

기록이라는 건 숨을 불어넣는 일이기도 하네요. 주로 어떨 때 기록을 하나요?

제 주변의 모든 걸 기록하기보단 저한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들을 기록해요. 어느 날 친구 A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렇구나, 하고 넘긴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다음 날 친구 B가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와! 대박!” 그런 거예요. A는 옆에서 자기가 어제 한 말이라면서 서운해하고(웃음). 같은 이야기여도 제 컨디션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어떤 날엔 별다른 의미가 없고, 어떤 날엔 확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제 상태와 타이밍이 맞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게 되는 거고요.

Ver.2

<다치지 않을 무해한 세계>

사진가황예지

어두운 것보다 밝은 것, 부정보다 긍정, 싫은 것보다 좋은 것들만 한참을 찾아다녔던 때가 있었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스스로의 어둠과 거리 두는 일을 당연하게 여겨왔는데요. 작년 이 계절, 황예지 작가는 자신의 아픔과 슬픔, 마음속 미움과 어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기만의 방법을 《AROUND》 77호 지면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날의 대화를 계기로 좋은 것 뒤에 가려진 ‘싫은 것’들을 찬찬히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어둠이 깊어질수록 밝은 쪽 역시 더욱더 환하게 빛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날의 인터뷰를 읽으며 지금 내가 기피하는 것들을 곰곰 떠올려 보았어요.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잘 아는 것도 결국엔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아 봅니다.


에디터 김지수  사진 황예지

진솔하고 담백한 글에 이유가 있었네요. 수집과 기록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했어요. 부모님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버지는 글로, 어머니는 그림으로 조금씩 계속 기록을 해오셨어요. 집에 일기, 작은 메모, 우표 같은 각종 수집물이 쌓여 있어요. 최근에 재밌는 걸 발견했는데, 아버지가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제목을 수기로 다 써 놓으셨더라고요. 몇 분에 멈췄는지까지 써 두셨어요. 저는 모든 부모님이 그러시는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아버지는 좋아하시는 게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필름 카메라를 늘 가지고 다니셨어요. 당시에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보면 부단히 작가적인 시선이 담겨 있어요. 저에게는 늘 사진기를 건네는 아버지가 있었고 사진은 저에게 친숙한 매체일 수밖에 없었죠.

©Hae Ran

우리들의 닮은 취향 이야기

지난 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는 ‘편지’를 주제로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 콘텐츠를 소개했어요. 아껴왔던 취향을 나누며 독자분들이 애정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여쭤보았는데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독자분들이 자신의 취향 콘텐츠를 공유하며 닮은 취향을 가진 어라운드 직원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답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며 우리의 시선은 더욱더 넓어져 갔어요. 독자분들이 들려주신 소중한 취향 이야기를 이곳에 기록해 봅니다.

김승원
지윤, 《화분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2학기 첫 시험을 앞두고 있는 고2 학생입니다. 독립출판물을 모으는 게 저의 취미예요. 작가가 꿈이기도 하고요. 평소 어라운드 이주연 에디터 님의 인터뷰 글을 좋아해요. 나중에 꼭 에디터님께 인터뷰를 당하고 싶다는, 호기로운 꿈을 꾸고 있기도 하죠(웃음). 주연 에디터님의 책 추천을 받고 《화분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라는 독립출판물이 떠올랐어요. 위로가 되는 문장이 정말 많았는데, 일부를 공유하려고 해요.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자라고 있을 나를 위해, 나는 나를 기다려줄 것이다.' 저는 저만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표현하는 작가를 꿈꾸고 있지만 쉽지 않은 길이라 요즘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어요. 이런 보이지 않는 고민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니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해요. 어라운드 멤버분들, 다른 독자 분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내 길이 맞나 주저할 때는 자신을 믿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책 제목처럼 나라는 화분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우리 함께 살아보아요.

재로미
마음 담아 보내는 ‘손 그림’


취향을 잃어버린 서른여덟 아이 엄마입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를 읽고 오래된 연애편지가 생각났어요. 지금은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네요. 손혜빈 디자이너님이 추천하신 백예린 앨범에 공감을 보내고 싶어요.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감정과 거리를 두듯 덤덤함이 묻어나죠. 그 덤덤함이 어느새 내 마음을 톡톡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 모든 마음을 글로 전하지 못할 때 저는 그림을 그려요.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이전보다 더 격렬해졌고, 더 많은 마음들을 표현하고 싶지만 꺼낼 수 없을 때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꺼내는 작업을 연습해요. 점심시간 12시가 되면 그림 노트와 크레용이 담긴 가방을 들고 나가요. 그리고 카페에 앉아 마음을 그리는 거죠. 부치지 않은 편지가 된 마음들이 차곡차곡 그림 노트에 담기고 있어요.

김정년
SBS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


안녕하세요, 이별 체험 중인 브랜드 에디터입니다. 먼저 이다은 에디터님의 《쇼코의 미소》 소개에 감사해요. 저는 평소에 편지글을 워낙 좋아해요. 편지는 단 한 사람을 위한 글이잖아요. 나를 통과한 너, 너를 통과한 내가 꼼꼼하게 적히죠. 우리를 들썩이게 만드는 농담이 깃들고 그 덕에 우리는 좀더 정교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어요. 저는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추천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1등 영화 전문 팟캐스트죠. 많은 콘텐츠 속에서도 김혜리 기자님의 편지 낭독이 좋아서 아껴 듣고 있어요. 편지 문장을 듣다 보면 세상엔 참 다양하고 다정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돼요. 팟캐스트에 공개된 인트로의 공개 편지를 꼭 들어보세요. 같은 영화를 보고 다른 감흥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이름 모를 타인의 사려 깊은 말과 사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심 기다렸던 인생영화를 만날지도 몰라요.

Waiting For A Letter

다정한 마음이 피어나는 5월이에요. ‘일기의 시절(Open A Letter)’를 주제로 한 《AROUND》 83호도 때 맞춰 함께 발행되었습니다. 오늘 어라운드의 지난 기사들을 살피며 무엇을 떠올렸나요? 오래전 썼던 일기를 다시 펼쳐본 기분이 들지는 않았나요? 어떤 생각이 들었든, 그리워할 과거와 함께 더 나은 오늘을 바라보는 순간은 언제나 소중할 거예요. 다음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지면에 실리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는 ‘Another Story Here’ 콘텐츠를 들고 돌아올게요. 오직 어라운드 뉴스레터에서만 보실 수 있는 흥미로운 시선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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