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게 가득한 집이네요. 여기 있는 물건들 하나씩만 들여다봐도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요.
뭐가 좀 많죠(웃음)? 알아주는 맥시멀리스트여서 집에 물건이 한가득이에요.
혹시 이사 준비하시나요? 문 앞에 박스들이 쌓여 있던데요.
그거 다 제 물건이에요. 오늘 오신다고 해서 아침에 밖으로 빼두었어요. 좁은 원룸 한가운데 쌓아놓고 살던 것들인데 그 상태면 사람이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웃음). 바빠서 당장은 어렵지만 이사를 해야 할 것 같긴 해요.
뭐가 정말 많네요. 집 둘러보다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요(웃음).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퇴사 이후 더 많은 정체성이 생긴 것 같아요.
제 핵심 자아는 마케터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정체성은 ‘기록자記錄者’로서의 자아예요. 이 단어는 지승호 작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이라는 책에 나온 말인데 기록자라는 표현이 좋아서 저를 소개할 단어로 쓰고 있어요.
그럼 오늘은 기록자 자아와 이야기해 봐야겠어요. SNS에서는 ‘숭’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오늘은 숭이라고 부를게요.
좋아요.
가장 간단한 것부터 물을게요. 기록이 뭐라고 생각해요?
살아 있는 표현 수단? 남겨진 것들의 모습은 참 다양해요. 죽어 있는 것도 있고, 무채색도 있고, 선명한 것도 있죠. 근데 기록이라는 건 어느 한순간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하는 기록은 나의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수단이에요. 미래의 누군가가 제 기록을 보면서 영향받고 융합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그럼 ‘죽어 있는’ 건 뭐예요?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는 거요. 내 감정이나 생각은 물론이고 무엇도 표현하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상태! 죽은 기록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겠죠.
기록이라는 건 숨을 불어넣는 일이기도 하네요. 주로 어떨 때 기록을 하나요?
제 주변의 모든 걸 기록하기보단 저한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들을 기록해요. 어느 날 친구 A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렇구나, 하고 넘긴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다음 날 친구 B가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와! 대박!” 그런 거예요. A는 옆에서 자기가 어제 한 말이라면서 서운해하고(웃음). 같은 이야기여도 제 컨디션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어떤 날엔 별다른 의미가 없고, 어떤 날엔 확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제 상태와 타이밍이 맞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게 되는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