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책 많이 읽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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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책 읽기를 즐겁게 했던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주로 자기계발서나 경제 경영서를 읽었습니다. 마케팅과 브랜드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죠. 도움이 되는 책들이긴 했지만, 책을 읽는 행위가 즐겁다고 느끼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케팅과 트렌드에 관련된 책들을 읽거나 비즈니스 관련 매거진을 읽었습니다. 서점에 가서도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이 있는 매대를 기웃거릴 뿐이었죠. 인문이나 과학, 에세이 같은 분야는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경제/경영서 이외의 책들을 거들떠보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저 책들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겹게 책을 읽었는데 무언가 내 인생을 변화시킬 만큼 중요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으면 책을 읽어 낸 지난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조금 바뀐 계기가 있었습니다. 카드 회사에 다니는 동안 직원들이 몇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콜센터 당직을 섰습니다. 주말 아침 9시에 콜센터로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했죠. 일반 고객들을 상담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맹점들이 카드 매출 한도를 늘려달라는 요청을 들어주거나, 직원들의 부고 소식이 있으면 콜센터 전산을 통해 전사 직원들에게 SMS를 보내는 등 본사 직원만 할 수 있는 권한의 일(이지만 난이도는 매우 낮은 일)을 했습니다. 

업무의 난이도 자체도 매우 낮은 편이었지만 업무량도 극히 적었습니다. 근무시간 내내 1~2통의 전화가 걸려 오거나, 그마저도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노트북에 다운로드 받아간 영상을 보거나 내가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하루는 어쩐 일로 소설 책 한 권을 들고 갔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습니다. 딱딱하고 두툼한 표지로 만들어진 양장본이었던 그 소설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유명하긴 했지만, 선뜻 읽을 생각을 내지 못했던 책이었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콜센터 당직근무를 하던 그날, 단숨에 그 소설을 다 읽어버린 것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다음 장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책을 읽는 고단함 같은 건 느낄 새도 없었습니다. 그저 책 속 이야기에 흠뻑 빠져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퇴근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결국 저는 책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장르로구나!’라는 정도의 경험을 남겼을 뿐 그 이후로도 저는 간간이 재미는 없지만 일에는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로의 삶을 이어왔죠.

그리고 아주 최근부터 경제 경영서가 아닌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이래저래 정신없던 한 해를 마무리 하고자 새로운 일을 벌이기 보다는(이라고 썼지만 사실 뭔가 또 꽁냥꽁냥 하기 있기는 한데…) 책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에세이 '아무튼' 시리즈 였습니다. ‘아무튼, 달리기'를 시작으로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여름’, ‘아무튼, 방콕', ‘아무튼, 방콕', '아무튼, 망원동'을 읽었습니다.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일명 ‘파도타기'에 재미가 들렸습니다. 책 속에서 언급된 책을 읽거나, 재미있게 본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겁니다. ‘아무튼, 여름'을 쓴 김신회 작가의 신간 소개를 김겨울님의 유튜브에서 발견하고는 ‘심심과 열심'을 읽었습니다. 제 책 제목과 비슷한 제목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는 김하나 작가의 유쾌함에 빠져 ‘말하기를 말하기', ‘힘빼기의 기술'을 읽었죠. 

예전에 읽었던 ‘일의 기쁨과 슬픔'과 비슷한 제목을 가진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습니다. 표지와 내용이 너무 독특했는데 그 책을 만든 출판사가 ‘드렁큰 에디터'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졌으며 ‘먼슬리 에세이'라는 컨셉으로 매월 한 권의 에세이를 발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일정한 주기로 먼슬리 에세이 시리즈가 전자책으로 발간되고 있어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한달 새에 읽은 에세이가 15권쯤 됩니다. 이보다 더 많이 책을 읽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에게는 역대 급으로 많은 책을 읽는 시기가 아닌듯합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책을 오래 그리고 많이 읽는 방법을 알아낸 것 같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매년 연말에 나오는 유명한 책을 비장하게 펼쳤다가 10페이지쯤 읽다가 덮은 기억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해도 되지 않고 재미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세이 책은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동하며 읽다가 끊어야 할 때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견딜 수 없을 지경인 때도 있죠. 

에세이를 열심히 읽는 요즘에는 더이상 ‘이 책이 무슨 도움이 되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저는 너무나 쓸데없이 페북도 보고, 인스타도 보고, 유튜브도 보니까요. 앞으로도 책이 주는 도움 따위를 평가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재미있는 책들을 찾는데 시간을 쓰려 합니다. 

님이 그 동안 책 읽기를 어렵게 생각했다면, 아마도 그건 재미없는 책만 읽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읽기를 하고 싶은데 책이 잘 안 읽힌다고 생각이 된다면 ‘재미있는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못 읽는 건 우리 잘못이 아닙니다. 책을 재미없게 쓴 사람의 잘못이죠. (아, 재미없는 책을 고른 우리의 책임도 조금은 있겠군요.) 

님의 즐거운 독서생활을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한주 간 즐겁게 독서하시고 저는 다음 주에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 제가 읽은 책들의 감상은 인스타그램에 종종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올려볼 예정이니 제가 읽은 책들이 궁금하시다면 제 인스타그램에 찾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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