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과밖에 모르는 바보였어요...

2022-01-20 39호

✉️LETTER

팽주님, 이번 한 주도 맛있는 차 많이 마셨나요?

오늘은 중요한 공지사항이 있어요. 고민 끝에 2월부터 더티레터 발행 주기를 2주에 한 번,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금요일 아침으로 조정하려 합니다. 발행 횟수를 줄이는 대신 조금 더 호흡이 긴, 숙성 기간을 충분히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요. 지속가능한 더티레터 운영을 위해,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위해 내린 결정이니 아쉽더라도 이해해 주실거라 믿어요. 대신 인스타그램으로 더 빨리, 자주 안부 전하도록 노력할게요. 참, 오는 27일자 더티레터는 예정대로 발행됩니다.😊

더티레터와 재밌게, 오래 차 마셔요.

윤 팽주 올림

⚗️TEA

티푸드

전 약과밖에 모르는 바보였어요...

팽주님, 단 거... 좋아하세요? 전 많이 많이 좋아해요.😋 오늘 더티레터에서는 찻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티푸드, 그 중에서도 한국 전통 티푸드에 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얼마전 맥파이앤타이거에서 열린 단자리의 '겨울 단자리(👆사진)'에 다녀왔는데요. 오랜만에 디저트로 배를 채우는 호사를(!) 누리며 새삼 생각한 것은 전통 디저트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냥 전부다 '한과'고 기껏해야 구분하는게 '약과' 정도인 수준이죠.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통성명(?)은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조사해봤습니다. 헷갈리는 한국 전통 과자 원포인트 정리!

※ 참고문헌 <쉽게 맛있게 아름답게 만드는 한과> 한복려·정길자·한복진 지음, 궁중음식연구원

약과 밖에 모르는 바보...이제는 탈출!

한과의 대표 주자는 유밀과와 유과가 있습니다. 먼저 유밀과는 밀가루 반죽(무려 참기름으로 반죽한다고)을 튀겨 조청 등 달달한 시럽에 재운 과자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과자가 있나요? 네, 바로 그 유명한 약과입니다. 모양에 따라 약과도 여러가지로 나뉘는데요, 요즘 유행하는 '결이 살아있는' 약과는 개성식 약과입니다. '개성 모약과'라고도 하는데요. 모약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네모나게 썰어서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반죽을 얇게 밀어 세로로 칼집을 넣은 뒤 반죽을 꼬아서 튀겨낸 매작과도 약과의 사촌쯤 되는, 유밀과의 일종입니다.

유과는 발효시킨 찹쌀 반죽을 말린 뒤 기름에 튀겨 조청을 바르고 튀긴 쌀알 등 고물을 묻힌 과자입니다. 납작하고 큰 네모 모양은 '산자' 누에고치 모양의 손가락 크기만한 것은 '강정'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또 강정이라고 부르는 과자가 있어요. 깨나 흑임자를 조청을 넣어 뭉쳐서 자른 것도 강정이라고 하는데요. 정확히는 '엿강정'이라고 합니다.

조선판 젤리, 조선판 도넛?

자 그럼 조금 더 레벨을 높여볼게요. 유밀과와 유과 외에는 어떤 디저트가 있을까요. 정과와 과편이 있습니다. '도라지 정과' 많이 들어보셨죠? 정과는 단단한 과일이나 채소를 시럽에 뭉근히 끓여 투명하게 졸여낸 디저트입니다. 제가 참고한 책에선 연근이나 무, 심지어는 당근으로도 정과를 만든다고 소개돼 있었어요. 채소로 만든 디저트라니 재미있더라고요.

과편은 조선판 젤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미자 우린 물이나 과일즙에 설탕을 넣어 끓이고 여기에 녹말 가루를 넣어 묵처럼 굳히면 완성! 오미자가 들어가면 오미자편, 감귤이 들어가면 감귤편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집어먹기 편하도록 생밤을 얇게 썰어 그 위에 올려 내놓는 게 정통 방식입니다.

요즘 비건 젤리 찾으시는 분들도 많은데, 녹말을 넣은 과편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참고로 요새 조선판 도넛으로 불리는 개성 주악(👇사진 참조. 병과점 합의 주악입니다)은 과자가 아니라 화전처럼 기름에 지져 먹는 떡의 한 종류랍니다.

단지와 단자 차이, 딱 알려드림

요즘 많이 보이는데 은근 헷갈렸던 이름이라 이것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단지와 단자... 이름은 비슷하지만 정체는 전혀 다른 녀석들이랍니다. 단지는 '유자 단지'가 유명하죠. 과일의 속을 파내고 견과류 등을 채워 넣는 디저트를 말하는데요. 유자단지는 유자 속을 파낸 뒤 그 껍질 안에 견과류와 대추 등을 다져 채워 넣고 시럽에 재워 숙성시키는 디저트입니다. 맨 위에 보여드린 겨울 단자리 사진 속 가장 큰 그릇에 담긴 것이 바로 유자 단지에요. 곶감 속을 호두와 유자 등으로 채운 것은 '곶감 단지'라고 합니다.

단자는 찹쌀떡을 말합니다. 찹쌀떡하면 떠오르는 인절미와는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도 단자가 '소를 채우고 고물을 묻힌 동그란 찹쌀떡'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먹는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겨울 단자리 사진 속 하얗고 동그란 떡이 바로 단자입니다.

한식 디저트 검색 키워드는 '병과점'

케이크가 먹고 싶을땐 빵집이나 제과점을 검색하면 되죠. 그런데 한과를 먹고 싶을 땐 뭘 검색해야 할까요? 사실 매장 없이 공방만 운영하는 곳들(ex. 단자리, 구수방아씨)이 많아 한식 디저트 가게 자체가 많진 않지만, 그래도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이 키워드를 기억해두시면 좋을 듯 한데요. 바로 '병과점'. 병은 떡을, 과는 과자를 뜻하는 한자랍니다. 압구정과 원서동에 매장을 운영하는 병과점 합과 동소문동의 병과점 임오반(매장 운영 중단), 제주도에 위치한 병과점 미남미녀 등이 대표 사례. 한식 디저트 인기가 높아지면 이런 병과점도 많이 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더티맵에 한식 디저트 가게를 대폭 추가했습니다. 어느덧 맵에 등록된 장소가 300곳을 돌파했어요. 카카오맵 즐겨찾기에 등록할 수 있는 장소의 최대 개수가 500개인데 이러다 어영부영(?) 달성해버리는 것이 아닌지...😅 이번에 추가한 한식 디저트 가게들 몇 곳 소개드리며 조금 길었던 오늘의 레터 마무리 하겠습니다!

생과방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ㅣ인스타그램

: 수제 약과 전문점. 까눌레를 닮은 약과가 예뻐요. (⚠️경복궁 생과방 아님!)

한과 미의식 서울 종로구 안녕인사동 l 인스타그램

: 청담동 '강정이 넘치는 집'에서 연 곳. 다양한 엿강정을 재해석한 '버무리'가 핵심 메뉴.

연리희재 경기 파주시 탄현면ㅣ인스타그램

: 도넛처럼 다양한 필링과 토핑의 주악 판매. 갤러리아 압구정점, 광교점에서 26일까지 팝업 중.

연경당 서울 종로구 삼청동ㅣ인스타그램

: 계절 다과상, 클래스 운영.

익선재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ㅣ인스타그램

: 1~3만원대 다양한 구성의 한식 디저트 플레이트를 맛볼 수 있음.

✏️P.S.

◼️ 단자리 용산 팝업, 오늘까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단자리 팝업이 '오늘까지' 진행됩니다. 코코넛, 레몬진저, 밤바닐라, 참깨캐러멜 등 새로운 맛의 수제 양갱을 만날 수 있어요. 설 선물세트 주문도 가능하고요. 운영 시간은 저녁 6시 30분까지.

◼️ 이음 티하우스 2023 겨울차 얼리버드

이음티하우스가 오는 29일까지 겨울 얼리버드 이벤트 중이에요. 27일까지 매일 저녁 7시, 2~4개의 새로운 차가 업데이트 되며 얼리버드 상품은 5~10% 할인, 무료배송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어요. 이음에서 새로 선보이는 차 산지인 대만 이란, 적과산의 대엽오룡, 유자꽃 금훤 등 궁금한 차가 많네요.

◼️ 공부차, 주문하면 갈아주는(!) 말차 3종 출시

공부차에서 기본, 박차, 농차용 말차를 출시할 예정이래요. 말차의 본고장인 일본 우지에서 수입한 찻잎을 전남 함평에 위치한 티 팩토리 천지운에서 주문이 들어온 즉시 갈아 출고하는 방식. 그래서 더욱 신선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일본서 이미 가루가 되어(?) 건너온 말차만 마셔봤는데,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직 정식 판매는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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