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기고 출근길 풍경이 달라졌어요. 여의도역 출근길에는 홍대의 작은 골목과는 또 다른 차분함이 느껴져요. 지하철 출구를 향하는 발걸음이 만든 백색소음을 들으며 각자 일사불란하게 일터로 걸어가는 정경을 바라보면, 모두 계획에 맞춰 착착 살아가는 것 같아요. 제자리에 놓인 선반 위 물건을 보듯 마음이 편안해지는데요. 요즘은 일과 개인 생활에 생긴 여러 변화 때문인지 출근길 풍경을 보고도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았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는 데 느린 편이라 눈앞에 놓인 변화에 반응하기도 바쁜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잘 하고 있는 건가?', '지금 일이 잘 맞는 걸까?'를 고민하며, 계획대로 되는 장면이 주는 안정감에서 멀어지더니 마음도 조금씩 뒤숭숭해졌어요. 종종 마음이 조급해져 머리도 복잡해지면 저만의 속도와 모양으로 걸었던 시간을 기억해요. 대학에서 전공을 순수미술에서 디자인으로 바꾸며 2학년을 한 번 더 다닐지, 바로 3학년으로 넘어갈지 고민하다 2학년을 선택했었어요. 스스로 조금 느릴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했지만, 3학년이 되는 친구들을 보며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제게 맞는 속도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했던 덕분에 충분히 공부하고 좋은 인연도 쌓으며 좋아하는 일에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지금의 변화도 대학 시절의 변화처럼 대하려고 해요. 조급한 마음을 다잡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면 저만의 걸음걸이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자기만의 길 위에서 한 발짝 내딛는 저와 독자님을 응원하며 월요일을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