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OV 여행엽서_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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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미국 라스베가스 
Las Vegas, USA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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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족 첫 해외여행은 미국이었습니다.
늘 야근하시며 퍽퍽하리만큼 네 가족을 책임감으로 이끄시던 아버지도 어쩌면 인생의 가장 큰 결심일지도 모르는 열흘 휴가를 내셨습니다. 

열 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기에서는 계속 뒤척이며 잠도 못 이루고 힘들어하셨습니다. 오십 년이 넘게 몸에 딱 맞춰진 한국 시간은 여행 절반이 지나도록 미국 시간으로 맞춰지지 않았고요. 막연히 꿈에만 그리던 미국의 광활한 절경도,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네온 사인도,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과 숨 쉴 때마다 거슬리는 그 나라의 향기가 어쩌면 그저 피곤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힘들어한다는 사실보다는, 그 모습이 신경쓰이는 것이 싫었습니다. 왜 아버지는 간만에 얻은 휴가를 즐길 줄 모르실까. 왜 여행와서 잔뜩 시들은 풀같은 모습을 하고 계실까.

십 여년이 지난 지금,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미국보다는 보송한 햇살과 따뜻한 모래, 찰랑이는 물소리가 나는 휴양지로 가겠습니다. 바삐 흘러가는 여행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여행을 아버지께 선물하고 싶네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돌아보니, 소중한 가족의 240시간이었습니다. 이번주도 가족의 애정가득한 품 안에서 힘내세요. 

OVOV,
* oh, Vl는 시간에 읽는 여행은 매주 월요일 오전, 각자의 일상에 충실한 여행자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발행됩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애정을 가득 담은 엽서를 보내듯, OV도 여행엽서로 여행자님의 하루를 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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