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컬리 상장 철회 배경 2.정육각 생존조건
 2023.01.11 23-00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컬리는 상장보다 성장이 문제입니다
  02 위기의 정육각, 생존할 수 있을까?
  03 뉴스 TOP5 - '쏘카 대표의 10가지 배움'

   

컬리는 상장보다 성장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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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철회, 정말 괜찮은 걸까요?

지난 1월 4일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컬리가 결국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건데요. 컬리는 이에 덧붙여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며, 보유한 현금 역시 충분하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실제로 컬리는 2021년 12월에 무려 2,500억 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고요.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4,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걸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대략 2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만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그렇기에 컬리의 이번 상장 철회가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큰일이 아니라는 의견 또한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알토스벤처스의 한킴 대표가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자금이 충분하거나 돈을 버는 회사들은 그 가치를 지금 꼭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며, 컬리 걱정보다는 훨씬 자금이 덜 있는 또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걱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정말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컬리 역시 철회의 가장 큰 이유로 투자 심리 위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고요. 단 1번뿐인 상장의 기회를, 1/4 이하의 기업가치로 날려버리긴 정말 아깝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해석 자체가, 컬리가 정말 잘 성장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의미를 가진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컬리의 상장 철회, 어떻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요? 컬리의 앞날은 괜찮은 걸까요?

 

최후의 한 방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컬리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을 살펴보면서, 저는 상장 철회 그 자체보다 시점에 조금 더 주목했습니다. 왜 컬리는 그간 끊임없이 나오던 상장 중단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다가, 올해 초가 되어서야 철회 의사를 밝힌 걸까요? 물론 당연히 상장 기한 자체가 2월 말이니, 이에 맞춰서 최대한 시간을 끌은 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더 본질적인 이유를 추정해 보자면, 아마 컬리는 내심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한 연간 실적의 반등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다면, 추가적인 몸값 상승이 가능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1월에는 컬리가 오랜 기간 준비해오던 필살기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뷰티컬리의 그랜드 오픈이었는데요. 빅모델 제니를 앞세운 대대적인 브랜드 캠페인까지 미리 계획하였으니, 분명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월부터 컬리의 여러 지표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일단 갑자기 컬리의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고요. 급기야 혁신의숲 데이터 기준으로, 10월부터는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역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더 심각한 건 그 사이 트래픽 지표도 악화되었다는 겁니다. MAU와 DAU/MAU가 함께 빠졌고요. 11월 대대적인 마케팅 이후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8월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론 가능합니다. 우선 엔데믹과 더불어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성장 둔화 현상이 나타났고요. 아무래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다 보니, 경기침체와 더불어 컬리를 향한 수요가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일한 시기 초저가를 지향하는 올웨이즈의 지표는 대폭 개선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사후적인 해석이고, 매월 컬리는 엄청 당황하지 않았을까요? 그 어느 때보다 성장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실적이 꺾였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순간 컬리는 상장을 도저히 고집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요? 

앞으로 상당히 혹독할 겁니다

이처럼 컬리는 분명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컬리가 너무 상장을 위한 외형 확장에만 치중하다 보니 본업 경쟁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고요. 그러나 저는 반대로 근래 들어 급격한 하향세가 오히려 '프리미엄'이라는 컬리 만의 가치를 더 증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의 직격타를 괜히 맞은 건 아닐 테니까요. 다만 그럴수록, 경기 침체가 한동안은 쭉 이어질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컬리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또한 컬리에게 요구되는 수준도 너무 높습니다. 컬리의 기업가치가 최고점일 때, 무려 4조 원에 달했는데요. 일단 상장을 연기했으니, 투자자들은 잃어버린 기업가치를 최대한 회복할 것을 요구할 겁니다. 컬리가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수익을 많이 내거나 미래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둘 모두 녹록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요. 따라서 뷰티컬리, 새로운 멤버십 등 컬리가 준비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겁니다. 야속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컬리는 유니콘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위기의 정육각, 생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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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행보에 나선 정육각

정육각은 초신선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정말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초록마을 인수는 정육각의 성공이 정점에 달하던 순간이었는데요.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인수 직후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추가 자금 유치가 지연되기 시작했고요. 투자 대금 지불을 위해 단기대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작년 11월 47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면서 한숨 돌리긴 했지만, 창업 7년 만에 닥친 첫 위기에 구조조정까지 해야 했습니다.

정육각은 이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갑니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신사업을 전부 정리하였고, 사업 방향 역시 손익 개선으로 수정하였는데요.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여러 새로운 시도들에 도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제조 공장을 주 5일에서 주 7일 가동으로 확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말까지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초록마을과의 시너지를 위해 '매일신선' 라인업도 신규 론칭하였고요.

다만 의아한 점은 이러한 액션들이 모두 손익 개선을 위한 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새벽배송과 공장 가동일 수의 확대는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긴커녕, 단기적으론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도대체 정육각의 행보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변동비와 고정비, 하나만 하고 싶어요!

손익을 개선하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리면 당연히 이익이 늘어나고요. 혹은 비용을 줄여도 됩니다. 마지막으론 추가 고정비 사용 없이, 매출 규모를 늘려도 손익은 좋아지게 되고요. 이 중에서 정육각은 우선 비용, 그것도 고정비를 줄이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구조조정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 효율화 작업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 총이익률을 높이고 있다고 하고요.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정육각은 이미 투자한 고정비가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우선 초록마을 인수부터가 막대한 현금을 필요로 했고요. 성남공장에 이어, 2021년엔 김포공장도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설비 인프라들을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의 매출 볼륨이 나와야 합니다. 더욱이 정육각 런즈라는 자체 배송 플랫폼도 가지고 있는 정육각 입장에선, 러너들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물류 물량도 제공해야 하고요.


하지만 마치 컬리처럼, 정육각 역시 성장성은 작년 하반기부터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7월부터는 전년 대비 소비자 거래건수가 오히려 줄고 있고요. 정육각의 주력은 여전히 육류입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가정 내 정육 소비는 줄고, 외식으로 전환되면서 정육각의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요. 

따라서 공장 가동률은 아마 악화되고 있었을 겁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문 수를 어떻게든 늘리려고 새벽배송도 주말까지 확대한 거일 테고요. 하지만 문제는 전체 손익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개별 주문 단위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될 거라는 점입니다. 작년에 이미 여러 업체들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할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비즈니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장을 하는 건, 당장의 주문 볼륨 확보가 더 이슈이기 때문일 겁니다.

결국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 이유는 결국, 정육각이 거시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경영 활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이 줄어든 시기가 곧 찾아올 시점에, 대규모 인수를 선택했으니까요. 하지만 공장 시설 확대든, 초록마을 인수든 당시 기준으론 옳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정육각은 힘든 시기긴 하지만, 상당 부분 선제적으로 대처하며, 생존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컬리 등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정육각은 상대적으로 이른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는 점도 긍정적인데요. 기업 공개 등의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요구받는 기대 수준도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버틸만한 시간은 주어진 셈이죠.

더욱이 한때 애물단지가 돼버릴 뿐 했지만, 초록마을의 존재는 참으로 큰 힘이 될 겁니다. 기존 이커머스 매출이 줄더라도, 오프라인 판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고요.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정육각 만의 차별화 무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정육각의 생존 자체는 희망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기업이 되려면 그 이후도 바라봐야 하고요. 생존을 넘어 향후 온라인 장보기 시장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하려면, 정말 사업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차별화 요소를 찾아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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