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선박 판매를 중개한 한 영국 기업이 선박해체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때문에 피해자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합니다. 중개 기업은 ‘직접 관련이 없다’며 각하를 주장했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중개 기업이 위험의 생성에 관여했는지 논쟁의 여지가 있으니 소송이 진행돼야 한다는 결정이었는데요.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 기업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ESG 해외 소송과 기업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소송 사례를 소개하면서 글로벌 ESG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영역이 ‘그룹 내’에서 ‘공급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종 판결에 따라 기업 책임의 경계가 상품의 제조, 판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급망보다 훨씬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핵심인데요.
ESG 규제는 점점 세지고 있습니다. 협력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기업 혹은 원청기업이 겪을 ‘부당한 경영간섭’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죠. 규제당국도 이 점을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