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의 끝, 정말 너무 덥지 않나요?

7월의 끝, 작년에도 더워서 요리 못한다는 말을 했는데요...

지난 레터도 덥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네...또 덥다고 쓰려다가 흠칫 했답니다.....진짜 너무 덥지 않나요? 긴 바지를 입는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에요. 제가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요. 너무 더운 것 같아요. 하루에 샤워를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데헷 그래서 지각했어요. 너무 덥고....의지와 체력이 모두 바닥난 사람....

저는 웬만해서는 요리를 하는 사람지만, 이런 더위는 정말 견딜 방법이 없어서 다시 한 번 '요리는 무리인 계절'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작년에는 요리는 무리인 계절이라며 만두를 빚은 바 있는데요, 새삼 체력도 좋았네 작년의 나.....이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에요.

💌 지난 레터 읽어보기 - 7월의 중간, 이제 요리는 무리인 계절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정말로 요리는 안되겠다! 파업이다!의 마음으로 정말 이 계절에 어울리지만, 불 없이 완성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합니다.

더위를 아주 묵사발을 내버려야지!

'묵사발'을 낸다는 표현이 주는 부정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묵사발은 참 맛있어요. 사실 묵사발의 원래 이름은 '묵밥'이래요. 보통 사발에 한가득 담겨 나오기 때문에 묵사발이라는 다른 별명이 생겼다고. 묵밥은 여름에 차게 많이 먹는 편이지만, 사실은 겨울에 즐기는 따끈한 온묵밥도 있습니다. 저는 좋아해서 겨우내 꼭 한 번씩 해먹는 음식이에요. 하지만 오늘은 불을 쓰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요리, 냉묵밥 이야기를 하도록 해요. 온묵밥...을 좋아하지만 이런 날씨에는 상상만 해도 등에 땀나는 느낌....으으

요즘은 대부분 도토리묵을 쓰지만, 사실 묵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도깨비가 좋아하는다는 메밀묵도 있고요, 탕평채 만들때 쓰이는 반투명한 청포묵, 동부콩으로 쑤는 동부묵, 강원도의 올갱이묵 까지. 원래는 계절에 따라 다른 묵을 먹었던거래요. 녹두로 쑤는 청포묵은 주로 봄이나 초여름에, 여름에는 옥수수로 만든 올갱이묵(=올챙이묵)을, 가을에는 되면 산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서 도토리묵을 만들고, 겨울에는 메밀묵을 쒔대요.

다양한 묵의 종류가 궁금하다면? 👉 꾸밈없는 식재료의 맛, 묵 (신세계매거진)

하나같이 맛과 식감이 달라서 맛보는 재미가 있어요. 마트에서 파는 도토리묵 말고, 시장에서 파는 도토리묵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쌉싸름한 맛도, 탱글한 정도도 다릅니다. 그런 묵을 만나면 정말 고민않고 바로 사게 돼요. 집에가서 묵밥 해먹어야지! 하지만~ 물론 저희 동네에는 시장이 없어서 고민없이 마트에서 묵을 샀습니다. 풀무원 땡큐!

뜬금없는 말이지만, 저 어릴때는 이따금 늦은 밤 "찹쌀떡~ 메밀묵~"하고 외치며 떡과 묵을 파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그냥 시끄럽기만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어쩐지 그 소리가 그리워 질 때가 있어요. 제가 어릴때 시골에 살아서 기억하는걸까! 잘 모르겠네요. 왜 찹쌀떡이랑 메밀묵을 같이 팔았을까요 근데? 어휴 또 말이 샜네요. 다시 여름묵밥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시원한 묵사발, 어렵지 않아요

지난주에는! 불 안쓴다고 해놓고 결국 불 썼지만 오늘은 안되겠어요. 조립만 한다!를 목표로 가볍게 식사 준비를 해봅시다. 심지어 정말 쉽거든요. 묵밥이라고 부르는게 맞는데, 어쩐지 묵사발이라고 부르는게 더 맞을 것 같으니까 저는 묵사발이라고 부를게요.

일단 묵을 채썰어야 하는데요, 적당한 크기로 얄팍하게 썰어 가지런히 눕혀줍니다. 마트 묵은 칼에 들러붙는 편이 아니라 썰기 어렵지 않아요. 모양이 삐뚤빼뚤해도 상관 없습니다 왜냐? 내가 먹을거니까요! 묵사발은 애초애 예쁘지 않은 메뉴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막 썰어주세요.

보통 묵사발 만들 때는 묵을 길게 써는 편인데, 저는 묵이 길면 먹을때 거슬리더라고요. 자꾸 숟가락을 탈출해요 묵들이! 그래서 막 사람이 찬찬히 먹을 수 없고 묵이 숟가락을 탈출하기 전에 입에 넣어야 한다는 느낌으로 묘하게 허겁지겁 먹게 돼....그래서 잘라버립니다. 길이도 두께도 다 내 마음에 들게 해주세요.

아주 예전에 '튀긴다'는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기름 뿐만 아니라 뜨거운 물에 잠깐 담그거나, 끓는 물을 부어서 겉만 익혀내는 것도 튀긴다고 해요. 데치는 것 보다도 빠른데, 잡내를 빠르게 잡거나 겉면의 이물질을 털어내기에 좋습니다.

묵은 원래 살짝 데치는게 맞는데요, 저는 가볍게 튀겨주는 편이에요. 편하게 먹으려고 묵 요리를 골랐는데 또 불을 올려야한다는게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묵을 채반에 올리고 주전자에 끓인 뜨거운물을 부어줍니다. 그럼 마트 묵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고 조금 더 부드러워져요. 튀겨낸 묵은 찬물에 잘 씻어서 체에 받쳐둡니다.

자 이제 오이를 썰 차례입니다! 묵사발엔 오이죠! 깻잎을 넣기도 하고 당근을 넣기도 하는데 저는 순정 오이파입니다. 오이채를 얇게 많이 썰어서 올리는걸 좋아하는데요, 묵밥을 먹을때도 오이 반개는 넣는 것 같아요. 칼질이 익숙치 않아 얇은오이채를 만드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슬라이서에 얇게 한 번 밀어준다음에 그걸 칼로 썰면 얇은 채를 쉽게 썰 수 있어요. 사실 저도 귀찮을 때는 그렇게 해요 😉

아 그리고 묵사발에 묵 말고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묵은지! 쌔그러운 묵은지가 있어야 완성된단 말이죠. 이건 조여사(=엄마) 묵은지인데, 저희집 김치는 서울김치에 가까워서 젓갈이 많이 안들어가요. 그래서 초반엔 맛이 심심한데, 오히려 익으면 맛이 시원하니 깊어요.

저는 신김치랑 묵은지가 같은 것인줄 알았는데 아니래요. 묵은지는 보통 해를 넘긴 뒤 꺼내 먹는 김치인데, 담글 때 부터도 다르다고 해요. 젓갈이나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야 하는데, 특히 양념을 많이 넣으면 맛이 텁텁해지고, 젓갈을 많이 넣으면 시원한 맛이 안난다고. 어쩐지 조여사의 김치가 묵어야 맛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생김치일때는 약간 '에...? 절인 배추로 한 겉절이...?' 이런 느낌이거든요. 근데 1년 이상 묵히면 그제야 맛이 들었다 싶더라고요. 저는 2~3년정도 두고 천천히 먹고 있어요.

씻지 않고 써도 좋지만, 저는 씻어서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 국물에 고춧가루 양념이 둥둥 뜨는 것이 싫어서요. 씻은 묵은지는 종종 썰어서 들기름과 깨소금으로 무쳐줍니다. 저는 연두 청양초를 조금 넣는 편인데요! 뭐 사실 그것도 다 개인 취향입니다.

여러분 요리는 이제 끝이에요! 묵사발은! 여름에 만들기 정말 최고라니까요.

자, 그릇에 잘 담아줍니다. 묵만큼 있는 오이 하하하하 냉국의 오이는 소중하니까요. 잃을 수 없어~ 삶은달걀도 하나 얹어줘야 했나 싶지만 사실 귀찮아서 삶은계란은 패스했어요.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감동란을 하나 살걸! 여러분은 사서 올려주세요.

아 그나저나 저 그릇 예쁘지 않나요? 친구랑 베트남에 갔을 때 사온 그릇인데, 정말 은근히 아주 예쁜데 아끼느라 아주 가끔만 꺼내 쓰는 그릇이에요. 생각난 김에 꺼내봤는데 너무 잘어울리죠? 어디 갈 때 마다 꼭 그릇을 사게 되는데 늘 "이건 촬영때 써야겠다!"하고 사놓고는 절대 촬영에 안씁니다 ㅋㅋㅋㅋㅋㅋ 괜히 그냥 자랑해보고싶었어요 제 그릇....💛

국물은 어떻게 하지?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에겐 냉면육수가 있으니까! 요즘 평냉 좋아하는 분들 중에 고깃집 물냉면 육수 무시하는 분덜 많은데, 그럴 때마다 외치고 싶습니다. 아니 왜 우리 고깃집냉면이 기를 죽이고 그래요! 얘도 얘나름 열심히 사는데! 저는 각각의 냉면이 다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냉면육수가 얼마나 맛있는 것인지 외치고 싶습니다.

집에서 이런 냉국 육수를 만들어보겠다고 여러 레시피를 따라 끓여본 적이 있는데요, 이 맛이 정말 쉽게 안난단 말이에요. 적절한 육수에 적절한 조미료가 들어가야 이 미묘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 것이더라고요. 평냉사랑맨들 우리 고깃집 냉면 무시하지 말아조라!

아 그리고 냉면 육수에 빠질 수 없는 짝궁은 모다? 연겨자🔸 이 오뚜기 연겨자가 꼭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콩알만큼 짜서 잘 풀어주세요. 그러면 이제 끝입니다! 불 없이 쉽게 만드는 한그릇 여름 요리! 에어컨 바람 아래서 시원한 묵사발을 푹푹 떠먹고 있으면 새콤하고 아삭하고 푹신하고 푸석하고 달고 짜고 다 하거든요.

제가 묵밥이라는 이름보다 묵사발이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묵사발은 이렇게 막 섞고 조사서 퍼먹는 맛이기 때문이죠! 사진으로 보기에 예쁜 음식은 아니지만, 정말 쉽고 맛있고 간단하고 불 안쓰는 최고의 여름요리입니다.

이번주는 레시피 쉬어갑니다! 이 메뉴는 레시피가 필요없고, 묵, 냉면육수, 야채, 묵은지 이 4가지만 기억하고 맘대로 섞으면 되는 음식이니까요. 넉넉하게 만들어서 기분좋게 드세요. 아끼는 사람이 입맛이 없다고 하면 꼭 해주시고요. 다들 건강한 여름나시고, 8월에 또 만나요!

오늘의 꿀팁 🍯

이 더운 여름에 요리하는건 역시 고역일 수 밖에 없는데요, 일본에서는 다양한 전자레인지 조리법이 유행을 하고 있나봐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양한 일본 계정의 포스팅들이 올라오는데, 오늘은 고기를 요리하는 정말 좋은 방법을 찾아서 들고와봤어요!

고기를 볶는 것만으로도 사실 여름에는 일인데요!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퍽퍽하고요. 전자레인지로도 촉촉하게 닭가슴살을 요리하는 방법이 있더라고요. 비슷한 간단요리 계정들이 여럿 있지만 저는 @Take_kanpo라는 계정을 자주 보는 편! 일본어는 못하지만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있는데요 이번 꿀팁도 이 계정에서 배웠습니다.

일본에서는 고기에 전분을 입혀서 물에 살짝 데쳐내서 부들부들하게 만드는 요리들이 종종 있는데 이게 전자레인지로도 되더라고요. 닭가슴살 1개를 먹기좋은 크기로 썰고 소금, 물 1T, 전분가루 1T를 넣어서 젓가락으로 대충 휘휘 버무려주세요. 그런 다음에 랩에 싸서 1분 정도 가열해주면 끝!

혹시나 싶어 저도 방금 해먹어봤는데 와 정말 최고에요. 저는 닭가슴살을 저렇게 익힌 다음에 여러 생채소들을 채썰고 초고추장을 살짝 둘러서 무친 다음에 밥이랑 같이 먹었는데 불 한 번 안쓰고 땀 한 방울 안흘리고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었어요. 여러분한테도 이 방법은 추천해야 할 것 같아서 들고 와 보았어요. 여름에도 건강하게 잘 챙겨먹어요 우리!

지난번의 첫 이미지를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이번 레터의 첫사진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했는데요, 제가 아끼는 지난 휴가때의 사진을 넣기로 했습니다. 제가 탔던 배의 3층 데크에서 선실로 내려가는 계단 사이로 보이는 바다에요. 하루에 몇 번이나 저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았던 풍경이 참 좋아서 사진으로 찍어두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러분이랑 같이 보고 싶었어요.

그럼 이만 7월의 마지막 레터를 마칩니다. 구독자님,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도 바스락거리며 피어나는 배롱나무 꽃과 함께 더위 잘 나시고 8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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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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