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2 : 우리 동네는,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웃에 대한 관심을 체계화하는 일!
개인들의 다정함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조직화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다함께 안전한 동네, 생활권 단위의 안전망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눠보았습니다.

우선 자원봉사이음 박윤애 대표는 주민센터마다 있는 '거점'의 개념에 대해 소개해주었습니다. 자원봉사센터가 시·군·구 단위로 있지만, 거점의 경우에는 생활권 단위의 캠프인 셈이어서, 우리에게 더 밀접한 마을에 필요한 자원봉사 활동을 만들고, 주민의 참여를 촉진하고, 청소년 자원봉사를 이끈다고 합니다. 생활권 단위의 자원봉사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손이 꼼꼼히 미치기 힘든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때에 거점의 자원봉사자들이 굉장히 바빴고요. 

정부가 보듬을 수 없는 영역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을 예로 들 수 있겠죠. 그래서 은평구 거점에서는 '안녕 가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방에 밑반찬, 손편지, 화분 같은 것들 넣어서 어르신들 집에 비대면으로 전달하고, 안부전화를 드리는 활동이었다고 해요. 아일랜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장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장을 대신 봐주겠다고 우체통에 쪽지를 넣으면, 필요한 사람은 전화로 신청해서 도움을 받는 시스템이었죠.

이렇듯 생활권 단위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연계하여 이웃들을 챙김으로써 보다 촘촘한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이웃에 대한 관심을 체계화하는 데에는, 반드시 행정의 힘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무작정 찾아가서 도와주겠다고 하기는 어렵잖아요. 실제로 아일랜드의 대신 장 봐주는 봉사 프로젝트 역시 허가받은 사람만 참여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런 정부의 허가뿐 아니라 센터나 동 단위의 거점을 통하면 공신력을 가진 채 접근할 수도 있고요.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뿐 아니라 실시간 댓글을 통해 참여한 방구석 토론자 여러분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답니다. 
🌱실시간 의견
"근처에 사는 주민들로 된 마니또제도를 운영하면 어떨까요? 폭우, 폭염이 발생할 때 살펴보고 챙겨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저녁 멍멍이 방범대 꾸리기 제안합니다. 자율방법대 활동이 많이 사라진 요즘 저녁시간대 산책을 즐기는 자발적 참여자들과 함께 지역공동체활동+취미활동+방범활동을 엮어 참여 독려하면 어떨까해요!" 
재난안전대응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역 공간과 지역 네트워크 등,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에 대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동네형들 박도빈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의 모임을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많은 공간이 필요한데,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간에 비해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이 훨씬 크다는 점에 입각해서 폐쇄돼 있거나 운영하지 않는 공간들을 동네 주민들의 건강한 모임을 위해 쓰게 하면 어떨까, 제안했습니다. 도서관처럼 불특정다수에게 개방하기 힘든 곳을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활용하면, 지역 주민들이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자원들을 재난 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라이프라인코리아 김동훈 대표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소개해주었어요.
예를 들어 지난해 강원도 산불 때에 피해를 입은 지역이 고령화 지역이다 보니 주민들이 대피하기 어려웠는데, 택배 기사 분들이 자기 담당 구역을 집집마다 방문해서 안전한 장소까지 모셔다 드렸다고 하죠. 지금 외출이 제한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사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 역시 밑에서부터 빈틈을 메우고 있는 택배 기사들 덕분이거든요. 이렇듯 재난이 있을 때마다 국가 방재 시스템에서 택배 기사들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는데, 아직 돋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봉사자들뿐 아니라 이웃의 마니또들 역시 큰 역할을 했어요. 자가 격리 기간에 나라에서 도시락을 지급하기는 합니다마는 그 이외의 것들이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때에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 이웃들이 '치킨+맥주' 같은 것들을 사다가 비대면으로 문고리에 걸어주기도 했어요. 개개인들이 만든 관계가 자연스럽게 재난의 안전망이 된 셈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재난을 일상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일본의 아이디어를 참고하자면, 재난 시에 도심에서 음료 문제에 걱정이 없도록 자판기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제작돼 있다고 해요.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대피소로 체육관이나 학교가 지정돼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실제로 활용하기에 곤란한 경우가 있는데, 일본의 경우에는 대형마트 주차장을 대피소로 쓴다고 합니다. 풍선으로 펼칠 수 있는 대피소를 상시 보관하고 있다가 재난 시에 대피소를 꾸리고, 또한 마트와 연결돼 있다 보니 필요한 물건들도 갖다 먹을 수 있고요. 일상에서 우리가 이용하는 인프라를 재난 안전망으로 활용하는 이런 아이디어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실시간 의견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핸드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는데 갑자기 길에서 배터리가 없어질 땐 참 난감하더라고요 ㅠㅠ 특히 밤에 집에 가는데 핸드폰이 꺼지면 너무 무섭습니다... 길가에 있는 가로등에 비상콘센트를 만들어서 누구나 비상시에 안전하게 쓸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 
이 의견에 대해 여주시 안현정 주무관은 한 시가 급한 때인 만큼 보다 최신 기술인 무선 충전 기능을 사용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보태주기도 했습니다. 
김동훈 대표에 의하면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 스마트가로등, 스마트벤치가 시범 사업 중이라고 합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자체로 에너지를 내는 시스템인데요. 가로등에 비상벨을 달아 놓은 것처럼 다양한 기능을 부여했는데, 그중에 충전 기능 또한 도입했다고 하네요.
🌱실시간 의견 
 "편의점을 활용한 스마트픽업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의점은 동네마다 곳곳에 있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동네 거점 물류센터로써 구매자는 필요한 구호품을 미리 거점 편의점에 스마트픽업을 신청해서 쉽게 물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면 구호품을 효율적으로 필요한 만큼 배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 때에 자가격리를 하면서 많이들 느끼신 이야기일 텐데요. 실제로 수해나 지진 등 큰 재난이 일어나도 대피소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생활해야만 하는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께 구호품을 공급하는 게 어려운 일일 거예요. 이에 패널 여러분께서 유사한 해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택배회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재난 발생 시에 운송 시스템을 빨리 복구하는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정 공공기관 제도를 통해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재난 시에 자동으로 공공기관이 되고요. 그래서 대피소에 있는 사람에게 구호품을 대신 보내줄 수 있고요. 미국의 물류회사인 UPS 역시 전 세계적 물류 시스템을 갖춘 만큼 재난이 일어났을 때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택배나 배달업 종사자들이 다양한 재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시기에는 오토바이 사고가 15% 증가했죠. 물류업, 음식 배달업 등이 행정의 빈틈과 국민들의 피해를 메워주는 와중에 피해를 입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실시간 의견 
"빵집에는 대개 케이크를 넣어두느라 냉장되는 곳이 눈에 잘 보이게 크게 있잖아요 재난시에는 케이크를 두는 곳에다가 재난시 필수식품을 두는거에요. 사람들이 픽업해 갈 수있게!"  
이와 비슷한 사례로 박윤애 대표가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나눔냉장고'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식재료 유통기한 문제 등 관리가 쉽지 않으니 음식점 안팎에 설치해 놓고서, 시민들이 오며가며 남는 식재료를 넣거나 필요한 것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실시간 의견 
 "우체국은 점점 줄어들지만 사기업의 물류네트워크는 온라인과 코로나 시대에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대규모,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재난같이 특별한 상황에서는 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MOU를 체결하면 어떨까요?"    
이 체계적인 제안도, 아직 우리나라에 코로나19만큼 큰 재난이 없었어서 잘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비슷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도 있고요.
실제로 한국에서도 2015년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편의점 프랜차이즈 한 곳이 협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난 시 해당 회사 물류창고를 구호품 창고로 쓰고, 대피소까지 해당 회사 트럭이 구호품을 운송할 수 있고요.

비슷한 사례가 이번 코로나19 기간에도 있었답니다. 6월 한 달간 서울시 주민센터에 신청하신 독거노인 분들께 소상공인,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이 도시락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배달해 드렸습니다. 식당들이 직접 배달하기가 어려우니 기존 배달하는 인원들과 연계해서 참여했고요.  
🌱실시간 의견 
"재난시 도움 받을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좋지만 도움주는 역할 하시는 분들에 대한 안전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수 있을까요? 국민이고 자영업자인 분들이라 불편을 감수할 만한 대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일반적인 자원봉사의 경우, '1365포털'에 가입한 분들은 일괄적으로 자원봉사 보험이 적용되어서 재난 시에 활동하면서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피해 지역에서 활동하다가 다치거나, 오며 가며 교통사고가 나는 등등의 경우 말이죠. 배달 서비스업 종사자처럼 본래의 생업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처럼 자원봉사 시스템 바깥에서 참여하는 분들께도 이런 보험의 혜택이 열리면 좋을 것입니다.
🌱실시간 의견 
 "안전용품 같은 건 저소득층이나 개인사정으로 갑자기 돈이 없는 분들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용품에는 외상제도가 도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의견들에 대해서는 비슷한 외국 사례들을 여러 가지 제시해 주셨던 패널분들도 생각지 못했던 아주 신박한 아이디어!
이에 대해서 김동훈 대표가 비슷한 고민을 나눠주었습니다. 장애인 단체에 가서 재난안전훈련을 했더니, 해당 시설이 소방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휠체어를 쓰시는 분이 많다 보니 화재가 나면 80% 이상이 피해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 시설을 통째로 개조하기 이전에, 최소한 개인별로 자동차용 소화기 하나씩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안전 관련 서비스나 물품에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없다 보니, 이런 생명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주도로, 저소득층, 취약계층에게라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