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리 마타이가 들려주는 벌새 이야기





💬 님, 한편을 같이 읽어요! 70대의 노인이 젊은이에게 충고를 전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 지루함을 잠시만 참고 들어보세요. 아프리카의 환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 생애를 바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의 불안에 공감하면서 소중한 교훈을 전하고 있어요. 그린벨트 운동의 창시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의 이야기는 작은 벌새 한 마리에서 시작합니다.

벌새 이야기는 숲에 큰불이 나면서 시작한다. 불이 숲 전체로 거세게 번진다. 크든 작든 모든 동물들이 숲 가장자리로 달아나 불길을 구경한다. 하지만 벌새만은 그러지 않는다. 이 작은 새는 “불을 끄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하고 말하고는 가까운 냇물에 가서 물속으로 날아든다. 부리에 구슬 같은 물 한 방울을 담아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벌새는 불길 위로 날아가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불길은 활활 타오르지만 벌새는 냇물로 날아갔다가 부리에 물방울을 담고 돌아와 불길 위에 떨어뜨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물방울을 떨어뜨릴 때마다 그 물방울로 불길이 잦아들 것이라 믿으면서.
 
벌새가 불을 끄는 동안 코끼리처럼 코도 길고 입도 큰 짐승들과, 기린, 사자, 표범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은 이 작디작은 벌새를 비웃고 야유한다.
 
“도대체 네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넌 벌새에 지나지 않아. 숲에 난 불은 어마어마하게 커. 네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한시도 쉬지 않고 동물들의 조롱과 나태에도 굴하지 않는 벌새는 다시 물가로 날아갈 준비를 하며 다른 동물들에게 말한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언뜻 보기에도 작은 벌새가 부리에 담아 오는 물 몇 방울이 큰 산불을 끄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당연히 이 이야기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벌새는 보잘것없는 능력이나마 최대한 발휘하여 다른 모든 동물들과 숲이라는 더 큰 것을 위해 일하고 있다. 더 큰 다른 동물들이 힘을 보탠다면 효과는 훨씬 클 것이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벌새의 노력을 비웃느라 바쁘고 절망에 빠져 우느라 자기 몫을 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무기력은 벌새의 노력을 두드러져 보이게 할 뿐이다. 물론 이야기의 더 큰 교훈은 무언가를 이루려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도가의 스승 노자가 말한 격언을 되풀이하자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인 것이다.
 
사실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고 벌새는 결코 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동물이 벌새와 힘을 합쳐 노력한다고 해도 동물들은 불을 완전히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끌 수 있을 것이고 동물들의 터전은 조금이라도 남을 것이다. 매우 분명한 점은,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벌새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앞에 놓인 과제를 보고 우리에게 충분한 힘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가난, 불의, 벌목, 사막화, 토양 유실, 기후변화가 미칠 재앙에 가까울 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 거대한 문제들을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또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고 자신의 행복에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힘없는 이들을 격려할 때, 또는 지도자들에게 정의와 공명정대함을 요구할 때 특히 그렇다. 우리가 너무 작고 너무 하찮으며 너무 유약하다고 느낀다. 변화를 일구어 내려고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해도 비웃음거리가 될까 봐 두렵다. 하지만 우리는 벌새처럼 고집스럽게 행동하기를 배우고 변함없이 헌신하며 인내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벌새처럼 작게 느껴진다 해도, 작은 부리로 그 구슬만 한 물방울을, 다시 말해 작은 변화의 씨앗을 물어다 필요한 곳에 떨어뜨려야 하며, 아무리 성공할 가능성이 적더라도 그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 우리보다 권력을 많이 가진 이들로부터 경멸이나 조롱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 관심조차 못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대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한 걸음 전진해 우리와 함께 걷도록 힘을 줄 수 있다. 현재 상태를 벗어나 스스로 힘을 내 행동에 나서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가 없다. 결국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이지만 급진적이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조롱과 낙담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며 반대자와 비판자를 걸러 내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더 이상 공포와 절망 속에서 항복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것은 온 힘을 다해서 문제를 향해 달려가기를 요구한다. 우리가 벌새라면 날아가야 한다. 모래에 머리를 파묻거나 멀리 도망가면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생각해 보면, 허리케인과 홍수, 가뭄, 지진, 또는 사막화 확산에도 꿋꿋하게 버텨 낼 만큼 충분히 높은 벽도, 충분히 깊은 도랑도 없으며, 이 문제를 비껴갈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진 지역도, 충분히 부유한 민족도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한다. 오래전 내가 그린벨트 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준 여성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내 마지막 충고는 무척 실제적인 것이다. 바로 자신의 앞에 놓인 문제를 보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너무 멀리까지 내다보고 제 풀에 기가 꺾여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나는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 대부분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 문제에 부닥치고도 대처할 수 없는 때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하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 몫을 충분히 못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의 제약을 인식한다. 젊을 때는 마치 자신에게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있는 것 같다. 그린벨트 운동이 내가 바란 대로 발전해 왔다면, 나무 심기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국가적 활동이 되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 수많은 나무를 심었을 것이며, 토양침식은 과거의 일이 되고, 모든 아프리카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되지 않았다. 우리는 30년 전에 존재했던 거대한 문제와 여전히 마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처럼 지난날에는 예측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제까지 겪고 있다. 나는 가끔 딱 50년만 더 있다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이 남아 있기에! 하지만 삶은 그런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간이 없고 때로는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나는 내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게 그렇게 하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 자신조차 그럴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환경에 살면서 자신만의 문제와 기회를 갖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일구어 간다. 우리의 문화적, 종교적 배경은 서로 다를 수 있고 저마다 소중히 여기는 가치도 다를 수 있다. 내 목표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 전통의 원리와 문화에 따라서 변화를 일구어 내고 지구의 상처를 치료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젊은이들은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딱 맞는 직업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살펴보며 초조해하지 말라. 다양하게 경력을 쌓고 관심 있는 여러 분야에 몸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재능을 낭비하거나, 마약과 지나친 음주 같은 악습에 빠져서는 안 된다. 건강은 최고의 자산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경험을 하고, 항상 100퍼센트 힘을 쏟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 나중에 되돌아볼 때 목표했던 모든 일을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벌새처럼 살았다고 말이다.

왕가리 마타이는 1977년 환경 단체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해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 심기 운동을 이끈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이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훼손됐던 밀림이 그린벨트 운동을 통해 되살아났고 가난한 여성들은 땔감과 식수를 찾으러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 대신 일자리와 교육의 기회, 그리고 삶의 희망을 얻었다. 마타이는 환경 운동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화 운동에도 힘써, 케냐 전국여성위원회 위원, 유엔 사무총장 군축 자문 위원 등을 지냈다. 2002년 98퍼센트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케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동시에 케냐의 독재 정권도 39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린벨트 운동으로 아프리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촉진한 공로로 200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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