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퀴 대신 두 발, 페트병 대신 텀블러… 서울 한복판 '에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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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 걷·자 페스티벌'] 걷기 1만1000명·자전거 4000명
'친환경 이동수단' 전동 휠·킥보드, 올해 첫 등장… 100여명 참가



자동차가 차지했던 서울 도심 도로를 시민의 두 발과 두 바퀴가 품었다. 국내 최대 규모 걷기·자전거 시민축제인 제6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조선일보·서울시 공동 주최)'이 30일 열렸다. 걷기 부문 1만1000명, 자전거 부문 4000명, 전동 킥보드·전동 휠 부문 100명 등 1만5100명이 참가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반포한강공원까지 걷기 참가자는 7.6㎞, 자전거 부문 참가자는 15㎞ 구간을 걷고 달렸다.

이날 광화문광장은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풍선을 자전거나 가방에 매달고 행사 부스를 돌며 몸을 풀었다. 빨간 가발과 미키마우스 머리띠 등 분장 소품을 빌려주는 코스프레 부스에는 60명이 줄을 섰다. 천사 날개를 받아 단 참가자 김은지(23)씨는 "놀이동산에 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키가 3m인 풍선 인형들은 인파를 오가며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오전 7시 40분 광장을 가득 채운 인파는 전문 피트니스 강사의 구호와 음악에 맞춰 몸을 풀었다.

텀블러·전동 킥보드 함께 한 ‘친환경 축제’ - 30일 서울 광화문에 모인 ‘서울 걷·자 페스티벌’ 참가 시민들이 각자 준비해 온 텀블러를 높이 흔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참가자들에게 텀블러를 가져오도록 했다. 시민들은 페트병 대신 텀블러에 물을 받아 마시며 ‘친환경 축제’를 즐겼다. /오종찬 기자

오전 7시 55분 인사말에 나선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오늘 도로의 주인공은 시민 여러분"이라며 "앞으로도 미세 먼지를 줄이고 에너지도 아낄 수 있게 보행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이렇게 날씨 좋은 날 걷는 것은 좋은 보약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걸어서 건강한 국민이 되자"고 말했다.

오전 8시 자전거가 줄지어 광화문광장을 빠져나갔다. 접이식 자전거 동호회원 이민희(37·회사원)씨는 "폭 1m 자전거도로에서 외줄 타듯 자전거를 타다 차선을 마음껏 밟으며 다니니 속이 뻥 뚫린다"고 했다. 초등학교 동창 15명과 함께 온 조관호(56·회사원)씨는 "올해 동창 모임은 술자리 대신 도심 라이딩으로 대신하기로 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 황용민(62)씨는 "도심 차로를 걷는 진풍경을 확실하게 찍어 알리기 위해 고기능 셀카봉을 새로 샀다"고 했다.

두 발로, 두 바퀴로… 1만5100명, 서울을 즐기다 - 국내 최대 규모의 걷기·자전거 시민축제인 제6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 참가 시민들이 30일 서울 반포대교 도착 지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걷기 참가자 1만1000명과 자전거 참가자 4000명, 전동 킥보드·전동 휠 부문 100명 등 시민 1만5100명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2시간 동안 도심 대로를 걷고 달렸다. 가족, 친구, 동호회원들과 함께 온 시민들은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코스 곳곳에 마련된 공연을 즐겼다(왼쪽). 전동 휠을 타고 출발을 준비하는 참가자(오른쪽). /남강호 기자·오종찬 기자


가족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온 김희영(41)씨는 "아이들이 지난해 입던 가을 옷이 작아진 걸 보고 '얘네들 훌쩍 커버리기 전에 부모·자식 간 추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왔다"고 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도 보였다. 10개월 딸을 업고 3세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 밀던 장모(40·회사원)씨는 "아내가 원 없이 몸을 풀어보고 싶다고 해서 제가 아이들을 전담해 목표 지점까지 온 가족이 걸어가기로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외국인 참가자도 있었다. 제일린 유(35·미국)씨는 "곧 미국으로 떠나는데 그전에 서울의 추억을 쌓고 싶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코스 3㎞ 지점에 있는 남산 3호 터널은 올해도 홍대 클럽처럼 열기가 넘쳤다. 1.2㎞ 터널 3분의 2 지점부터 전자 음악이 흘러나오며 80여 개 조명 장비가 터널을 비췄다. DJ가 아이돌그룹 빅뱅의 인기곡 '판타스틱 베이비'를 틀자 참가자들은 콘서트에 온 듯 다 같이 따라 불렀다. 코스 곳곳에선 시민 공연단 20개 팀이 노래·연주·춤을 선보였다.

이날 ‘걷·자’ 행사에는 김지호 걷고싶은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대표,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권인태 SPC그룹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조수형 우리그룹 소비자브랜드그룹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왼쪽부터)이 참가해 시민들을 응원했다. /성형주 기자


오전 9시부터 골인 지점인 반포한강공원으로 참가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인 사이인 강태훈(21)·이정현(20)씨는 "사귄 지 백일 된 기념으로 함께 걸었다"며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마다 공연하는 분들 노랫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초등학생인 두 딸과 참가한 이성설(44)씨는 "차만 타고 다니는 두 아이에게 서울 풍경을 실컷 보여줬다"고 했다. 둘레길 산책 동호회원 한화성(51)씨는 "도심은 걷는 맛이 색다르다"면서 "매연 없이 걷는 도시에 사는 행복을 매일 누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공원에 마련된 행사 부스에서는 느림보 자전거 게임, 보행 자세 측정, 얼음물 빨대 없이 마시기 등 이벤트가 이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10m 거리를 최대한 천천히 가는 느림보 자전거 게임에는 참가자들이 몰려서 서로 기록을 비교했다. 올해 행사 최고령 참가자인 함동순(89)씨는 자전거를 타고 코스를 완주했다. 함씨는 "날씨가 좋아서 기분 좋게 탈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꼭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벌찬 기자 bee@chosun.com] [이영빈 기자]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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