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님이 사랑하는 순간을 단어로 만든다면 독자님, 스페인에는 sobremesa(소브레메사)라는 단어가 있대요. 동료 병찬이 선물해준 그림책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을 읽고 알게 됐어요. 이 단어는 '함께 식사를 마친 뒤에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빈 접시를 앞에 둔 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뜻합니다. 주말에 친구들과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그려봤어요. 둘러앉은 무리가 음식을 나누며 맛있다는 사실은 말보단 눈빛으로 교환하고, 오랜만에 만난 터라 접시를 비우고도 대화에 집중하는 그런 장면 말이죠. 이 책에서는 수채화풍 일러스트 위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어떤 감정과 상황을 표현한 단어를 소개해요. 단어를 하나씩 읽어보며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보고, 저는 지나쳤던 장면을 누군가는 포착해서 언어화한 것에 감탄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 한 사람에게 맺혀 있지 않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다시 반복적으로 여럿에게 오가면서 단어가 만들어졌을 테니까요. 저의 감탄사를 자아냈던 단어 몇 개를 독자님에게도 나눌게요. 독일어로 sturmfrei(슈투름프라이)는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남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프랑스어로 esprit de l'escalier(에스프리 드 레스칼리에)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떠오르는 농담. 대화를 마친 뒤에야 아까 어떻게 대답했어야 하는지 이해되는 느낌', 포르투갈어로 cafuné(카푸네)는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빗어 내리는 일'이래요. 독자님도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 있나요? 그 순간은 언제였고 어떤 단어로 표현해볼 수 있을까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독자님 덕분에 빛을 보게 될 단어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 찐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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