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딜리버리 vol.1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생존의 방법, 공진화 

 2022. 4. 29. 

"삶을 위협하는 악조건이나 위험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


다소 비장하게 느껴지는 이 문장은 '생존'에 대한 정의입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몇 년을 지나며, 생존은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이익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보다 더 투쟁적이며, 이를 위해 때로 누군가를 적대하거나 무언가에 기생해야 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선하고 윤리적인 관계만으로는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존재가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서 진화했다는 점에서 시작해봅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서로가 필요한 걸까요?


코리아나미술관 *c-lab 6.0은 "공진화 co-evolution"을 주제로, 나의 생존과 연결된 존재를 감각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공진화는 한 생물 집단이 다른 생물 집단과 함께 진화한다는 생물학적 개념으로, *c-lab 6.0에서는 다른 개체, 사회 구조, 더 나아가 기술 환경까지 확대해보려고 합니다. 5월부터 9월까지 4개의 프로젝트, 프로그램, 워크숍 그리고 리서치 딜리버리를 통해 공진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자료를 전달할 예정이에요. 


아 참, 저는 "딸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로 늙고 싶어서 공진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야 할 테고, 50년이 지나도 딸기가 쉽게 자랄 수 있는 기후여야겠죠? 거창하진 않지만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목적을 위해 살고 싶으신가요? 리서치 딜리버리를 읽으시는 동안, 저희의 목소리가 당신께 가닿아 *c-lab 6.0의 끝에서는 서로의 생존이 공명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c-lab 6.0 공진화 X 프로젝트


5월부터 9월까지 4명의 예술가와 함께 공진화를 탐구합니다. 이상하고 낯선 상황을 만들어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개체를 아우르는 상호관계를 일깨우는 박관우, 사운드와 미디어 아트를 실험하며 사물과 공간, 관객 사이의 관계적 미학을 시도하는 다이애나 밴드, 퍼포먼스·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인간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감각의 장소를 예술로서 탐색하는 홍이현숙, 그리고 일상 속 장면이나 물건에 환상을 덧입혀 현대 사회의 단면을 조망하는 SF 소설가 조예은이 함께합니다. 앞으로 공개될 예술 실천이 공진화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c-lab 6.0 X 박관우

<클럽 리얼리티> 워크숍 참여자 모집


*c-lab 6.0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공개되는 <클럽 리얼리티>는 공진화의 과정에 있는 관계와 그 잠재적인 힘에 대해 질문합니다. <클럽 리얼리티>의 참여자는 자신의 실제 정체성을 숨기고 자신이 설정한 "가상의 인물"이 되어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10주의 워크숍 동안, 구성된 상황과 사건을 만나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상호적 관계를 일깨우고자 합니다. 가상의 인물이 되어 이상하고 낯선 상황을 함께 구성할 참여자를 기다립니다. 링크에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세요! 

디지몬이 외치는 "진화!"는 우리에게 어떤  오해를 만들었을까요?


『풀하우스』의 저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의 말을 따라가면 단서가 보입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화'의 정의에 반기를 들며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이다"라고 말합니다. 진화란 단선적인 사다리 오르기가 아닌, 수많은 가지가 옆으로 갈라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인류의 탄생은 운 좋은 당첨이었을 뿐 생명의 방향성이나 진화 메커니즘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위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굴드는 생명 시스템 전체, 즉 풀하우스에 걸쳐 일어나는 변이의 폭이 확장하거나 축소하는 것을 진화라고 강조합니다. 풀하우스를 사고하는 감각은 생명 전체의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상상하게 만들고, 이러한 상상력은 다양한 생존 방식의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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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의 모델은 우리에게 변이와 다양성을 그 자체로서 존중하라고 가르쳐 준다. 이 생각은 진화론과 자연 존재론에 굳건한 근거를 둔 것이다. … 우수성은 특정한 점이 아니라 넓게 퍼져 있는 차이들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이명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p.322.

찰스 다윈, <생명의 나무 The Tree of Life>, 『종의 기원』, 「제4장 자연 선택」, 1859


1859년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이 발표한 『종의 기원』의 「제4장 자연 선택」에는 한 장의 그림이 등장합니다. 그림에는 동일한 종에서 출발한 개체들이 마치 나무에서 뻗어나는 잔가지처럼 분화되며 여러 개체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생명의 나무' 또는 '진화계통수'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도표는 수직으로 위로 올라가면서 공통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분화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의 주장을 시각화한 이 그림은 1979년 에른스트 헤켈, 2003년 데이비드 힐스, 2011년 '원줌 생명의 나무', 2015년 자동화 알고리즘을 활용해 230만 종의 데이터를 축적한 '생명의 나무 프로젝트'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필로볼러스, <공생의 춤 A dance of Symbiosis>, 2005


<공생의 춤>은 수행적 몸짓을 통해 "관계의 탄생" 또는 "공생적 종(種)의 공진화"를 그려냅니다. 각자의 운동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퍼포머들은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하고, 다시금 해체되는 것을 반복합니다. 한편, 몸체를 감싼 푸른 조명은 다른 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빨라질 듯 늘어지는 속도의 흐름은 묘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퍼포먼스를 수행한 '필로볼러스 Pilobolus'의 이름은 균류의 명칭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균사체가 땅속에서 식물의 뿌리를 연결하고 물질을 교환하게 만드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처럼, 이들의 예술적 수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이자 동시에 다른 존재를 감각하고, 상상하며 연결하는 가교가 될 것입니다.

<환상의 버섯 Fantastic Fungi>, 2019


버섯으로 시작해서 버섯으로 끝난다? 여러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유기체가 바로 균류(버섯)인 것 알고 계셨나요? 버섯은 땅속에서 나무들을 연결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분해하여 새로운 식물이나 동물의 탄생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도 도맡아 하는 생태계의 핵인싸라고 할 수 있어요. 생명체의 시작과 끝에는 늘 버섯이 함께 있다면 인간의 시작과 끝도 버섯과 함께인 걸까요? 앤드루 와일 Andrew Weil 박사는 200만년 동안 인류의 뇌피질이 확장되어 진화한 사례 중 하나로 버섯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초기 인류가 환각작용을 갖는 버섯을 먹고 공감각적 경험이 가능해지게 되면서 의식이 확장되었다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버섯을 먹고 공감각이 가능해진 걸까요? 또 버섯은 박테리아균조차도 살아남지 못하는 석유 폐기물에서도 자라난대요. 버섯의 놀라운 기름 흡수력은 석유 유출과 같은 재앙적 문제에 새로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답니다. 

 이미지 출처 👀 

① Pixel Art Gallery, 'Agumon, Greymon, Metal Greymon', pixelartmaker.com/gallery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7782
찰스 다윈, <생명의 나무>, https://en.wikipedia.org/wiki/File:Origin_of_Species.svg

🍎 : 2060년이 되면 한반도에서 사과는 강원도 산꼭대기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 : 디지몬 진화는 포켓몬 진화와 다른 걸까요? 

🍋 : 생명의 나무에 열매는 없나요?

🦠 : 끈적하게 아름다운 기생의 몸부림! 

🍄 : 우리 모두가 사실은 버섯?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합니다. 저희와 함께 나누고 싶은 자료를 c.lab.coreana@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자료는 이후 발송될 리서치 딜리버리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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