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뉴스] 도요새의 마지막 기착지 압록강 하구는 무사할까

입력
수정2018.09.04. 오후 12:0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새만금 이후 남은 유일한 먹이터, 중국 쪽 항만개발로 먹이 부족
갈 데 없는 25만 마리 모여…북한 신도에 대규모 갯벌 먹이터 추정



도요·물떼새들은 해마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진정한 여행자 새이다. 특히 큰뒷부리도요와 붉은어깨도요는 알래스카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1만2000㎞를 논스톱 비행해 월동지인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로 간다. 이듬해 봄에는 서해 갯벌까지 1만㎞를 날아와 조개와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으며 절반으로 줄어든 체중을 불린 뒤 5000㎞ 떨어진 번식지인 알래스카로 돌아간다(▶관련 기사: 극한 여행자 큰뒷부리도요, 200시간 논스톱 비행).



서해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를 지나는 58종 30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를 먹이는 곳이다. 그 핵심은 새만금과 압록강 하구의 갯벌이다. 그러나 새만금 갯벌은 2006년 사라졌고, 그 여파로 큰뒷부리도요 세계 개체수가 20% 줄었다. 새만금 갯벌에서 4만∼5만 마리가 장관을 이루던 이 놀라운 새는 1000∼2000마리만 보일 뿐이다.



한국과 중국의 산업화와 개발로 서해 갯벌의 3분의 2가 지난 반세기 동안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압록강 하구의 방대한 갯벌이다. 중국은 1997년 이곳을 단둥-압록강 하구 습지 국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2008∼2013년 보호구역 안에 항만을 개발하느라 갯벌을 가로지르는 10㎞ 길이의 방조제를 건설하면서 큰뒷부리도요 개체수가 18%나 줄어드는 등 압록강 하구 갯벌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연구자들이 2011∼2016년 동안 이 지역 도요·물떼새와 먹이 상태를 상세히 조사한 결과를 과학저널 ‘국제 새 보전’ 최근호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곳의 가장 큰 문제로 먹이 부족을 꼽았다. 두 도요새는 먹이의 80∼90%를 소형 조개인 쇄방사늑조개에 의존한다. 그런데 이 조개의 99% 이상이 줄어들었다. 항만개발을 위해 지은 방조제가 압록강의 담수 유입을 가로막은 데다, 2011년께부터 기존의 가리맛조개 양식장 대신 들어선 해삼 양식장에서 소독제로 쓴 생석회와 항생제 등이 흘러나왔고 인근 경작지로부터 농약과 비료가 포함된 폐수가 갯벌을 오염시켰기 때문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나빠졌는데도 봄철 번식지로 북상하던 큰뒷부리도요 10만 마리와 붉은어깨도요 5만5000마리 등 25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이곳 갯벌을 찾았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확보할 다른 대규모 먹이터가 없기 때문에 압록강 하구를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요·물떼새들은 압록강 하구 근처에 흩어져 먹이를 보충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버티는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가을에는 이곳을 거치지 않아 현지 사정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큰뒷부리도요의 한 아종은 먹이 감소 뒤 91%가 준 것은 그런 방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겨울 발해만 일대에 70년 만의 한파가 닥쳐 그나마 남아있던 소형 조개가 떼죽음했다. 이에 올봄 뉴질랜드의 철새보전단체 ‘퓨코로코로 미란다 물새 센터’는 모금운동으로 양식 조개를 사 압록강 하구 갯벌에 수㎞ 길이에 걸쳐 뿌렸다.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먹이터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덜란드와 북한은 2015년 물새 조사에 관한 5년 동안의 협력하기로 합의해 압록강의 북한 쪽 갯벌을 처음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압록강 하구에 있는 신도 근처의 대규모 갯벌과 갈대밭에 많은 수의 도요·물떼새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ou-Dong Zhang et al, Persistent use of a shorebird staging site in the Yellow Sea despite severe declines in food resources implies a lack of alternatives, Bird Conservation International, 2018, pp.1-15. doi:10.1017/S095927091700043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한겨레 전문기자ecothink@hani.co.kr

현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로, EBS <하나뿐인 지구> 진행(2005년)
<환경과 생명의 수수께끼>, <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 등 저술

다른기사 보기 조홍섭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