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야?”

오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툭 던진 질문에 머릿속이 멍해졌어요. 서른이 되기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들어보지 못한,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질문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공부를 꽤 잘했고, 좋은 학교를 졸업했고, 남들이 다 알만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누가 봐도 건실한 청년인데..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부모님이 만족할 만한 학교를 가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회사를 가는 것’ 그게 그 순간에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행복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려온 걸까요?

나만의 속도를 찾는 러닝, 그리고 삶
밑미 러닝 카운슬러, 김성우 님의 이야기
Q. 성우님 소개 부탁드려요.
A. 마인드풀러닝코치 김성우 입니다. [마인드풀러닝: 케냐 이텐에서 찾은 나를 위한 달리기]이란 책을 쓴 작가이면서, 마인드풀러닝스쿨을 운영하고 있어요.

Q. 마인드풀러닝이 무엇인가요?
A. 마인드풀러닝은 달리는 횟수나 시간, 속도 같은 기록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만의 호흡과 속도에 맞추어 달리는 것을 의미해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달리기를 하는 거죠.

Q. 처음 달리기를 했던 계기가 있나요?
A. 대학교 4학년 때 우울증이 굉장히 크게 왔었어요.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닌, 남들의 기준에 맞춰 모범생 김성우로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걸 깨달은 순간 지금까지 살아온 삶 자체가 거짓 같았고, 큰 공허함이 몰려왔어요. 대학원도 그 좋다는 스탠포드 공대에 합격했는데도, 삶의 나침반이 깨진 것처럼 속이 텅 빈 느낌이었어요. 사실 남들이 봤을 땐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었죠. 주변에서는 다들 축하해 주는데 오히려 전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고, 도대체 무얼 해야 만족스러운 삶인건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우울증은 졸업하고 나서도 저를 따라왔어요. 그러다 우연히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책 [본 투 런 Born To Run]을 읽고 맨발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게 절 살렸어요.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풀밭의 촉감, 흙의 온도, 머리 위에 쏟아지는 햇빛,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 보이지 않았던 생명들이 눈에 들어오고,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몸의 감각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어요. 땀 흘리고 숨 쉬며 살아있는 나 자신이 느껴졌고, 뛰면서 우울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후로 달리기를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사진 @jacoby_1988
Q. 케냐에서 달리기를 배우셨다고 들었어요.
맨발달리기로 우울증을 차차 극복하고 즐거움을 느끼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평생 달리기를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렇다면 세계 최고에게 배워보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케냐로 갔어요. 케냐의 마라톤 국가대표 여자 선수들이 훈련할 때 같이 달렸는데, 처음에 깜짝 놀랐어요. 세계 최고 선수들이 걷는 속도로 뛰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선 그게 무슨 달리기냐 할 정도의 속도였어요. 혹시 내게 맞춰주려고 이렇게 뛰는 건가 싶어 물어봤더니,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에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에 훈련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천천히 달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Q. 마인드풀러닝을 통해 달라진 김성우의 모습은?
A. 이전에는 뛰는 속도와 기록, 심장박동수 등의 숫자를 많이 의식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주변 환경도 보고, 호흡도 느껴보고, 내 리듬도 찾으면서 달리곤 해요. 호흡이 힘들지 않은 선에서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편한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 그게 마인드풀러닝의 핵심이에요. 숨이 가쁘게 빨리 달려야 운동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일도 마찬가지죠. 바쁘게 일하다가도 잠시 쉬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더 잘할 수 있잖아요. 남들 속도만 따라가다 보면 결국 번아웃이 와요. 느리게 달리는 것이 결국 제일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감정 공부] '부러움'의 두 얼굴 
최근 친구가 올린 예쁜 집 사진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한 집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아, 나도 저 집에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러움의 감정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돼요.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에요. 누구를 부러워하는 마음은 보편적인 감정이자, 삶에서 이로운 면도 많아요. 남이 가진 좋은 것을 보며, ‘나도 가지고 싶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 마음 안에 숨겨진 욕구나 잠재력이 자극되었기 때문이에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면, ‘나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좋은 자극이 된 거예요. 하지만 부러움의 감정이 부정적으로 발현되면 ‘질투의 화신’처럼 그 감정에 휘둘려 나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 수 있어요. 부러운 감정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내가 어떤 걸 하고 싶은 걸까?’라고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세요. 마음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중이니까요.

  • 긍정적인 부러움 :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는 마음은 나의 욕망을 탐구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에요. 성취 욕구가 자극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나도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야지’라는 긍정적인 계기로 부러운 마음을 전환한다면, 긍정적인 부러움이에요.
 
  • 부정적인 부러움 : ‘난 저렇게 못되니까, 내 삶은 형편없어’라고 자신을 낮추거나, 부럽다 못해 아프고 쓰린 마음에 상대를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나의 마음을 외면하는 중이에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면, 가만히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내가 무엇을 얻고 싶은데, 결핍된 것이 무엇일까?’ 내 마음의 결핍을 알아차리면, 누군가를 무작정 부러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게 돼요.
힘들지? 고민을 말해봐~~ 🗣 
hm 님(23세)의 고민
오늘은 알차고 좋았던 하루였어요. 좋아하는 요거트로 하루를 시작하고, 차 마시며 읽고 싶던 책도 읽고, 평소 하고 싶던 홈베이킹까지 성공하며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고 뿌듯해 했거든요. 그런데 저녁에 갑자기 기분이 픽 상한 채로 TV 앞에 앉아 감자탕을 우걱우걱 먹은 뒤 방에 들어오니 눈물이 났어요. 괜히 나 스스로가 나약한 존재인 것만 같아 자책하게 돼요. 왜 저만 유독 불안정하고 한없이 초라해보일까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님의 답변
알차고 완벽한 하루를 보냈지만, 여지없이 찾아온 우울에 당황했을 hm님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쓰이네요. 그 우울감은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라, hm님의 삶에서 반복되어 온 무력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우울감과 불안감은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격이 커질수록 찾아옵니다. 내 마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아래 질문에 답을 해보세요.
  • 내가 우울하고 취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 내 우울함과 취약함을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 우울함과 취약함을 드러내지 않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남들도 나처럼 우울하고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그런 모습일 때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쉽지 않은 질문일지 모릅니다. 가장 대답하기 쉬운 것부터 시도해보세요.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제대로 직면할 때 일시적인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미루어왔던 감정을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정답의 확률을 높여주기도 해요.

무엇보다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감정이든 그게 hm님의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는 날은 그저 그런 하루일뿐, hm님 전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린 너무 복잡한 존재이니까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저 또한, 그런 하루를 가진 그런 한 사람이니까요.
지금 고민이 있으시면 익명으로 밑미 고민상담소에 고민을 보내주세요. 카운슬러의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밑미타임 #MeetMeTime

고민이 많다면,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보세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뛰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의 먹구름이 걷히는 것처럼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될 거예요.

*실천하는 모습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SNS에 해시태그(#밑미타임 #MeetMeTime)와 함께 올려주세요.

밑미 온라인 리추얼
지난주부터 밑미의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어요. 오랫동안 리추얼을 실천하고 있는 리더인 3명의 리추얼 메이커와 60여명의 팔로워들이 각각 모닝 글쓰기와 이브닝 요가, 그리고 감사일기 리추얼을 앞으로 한 달 동안 함께할 거예요. 밑미 프로그램을 듣지 않더라도, 나만의 리추얼 만들기를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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