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모래알을 세는 사람>이라는 논문에서 지수 법칙을 사용해, 지상에 있는 모든 모래의 수를 셀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당시로서는 상상 초월하게 큰 수 ‘미리아드(μυρίος)’(=10,000)를 기준으로 논리를 펼쳐 나가죠. 결론은? 지상은 물론, 호기롭게도 우주를 모래로 가득 채운다는 가정에서 그 개수를 셈합니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숫자인가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간간히 날리는 눈꽃송이가 햇볕을 받아 반짝입니다. 이를 보니 소보호혹 하게 쌓인 눈 속 반짝이는 초록 잎이나 얼어버린 붉은 열매들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코끝이 찡한 게 추워서인지 아름다움에 취해서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잠시라도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새로운 가게들의 유입과 그로 인해 인파로 북적이는 팩토리2 거리, 이번 주부터는 이곳을 지나다가 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보시거든 지나치지 마시고 꼭 들러주세요. 새하얗고 차가운 셀 수 없는 눈꽃송이 안에는 당신의 상상을 넘는 ‘무한한 아름다움’이 반짝이며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
  
사진. lokal helsinki 제공
팩토리2의 한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반짝이는 새해를 여는 전시는 헬싱키에서 온 유리 공예가, 레나타 쉬름(Renata Schirm)의 개인전 <MYRIAD>입니다.
팩토리는 헬싱키 중심가에 위치한 로칼(Lokal)과 2021년 협업 전시 <Coming Home to Seoul>을 가진 바 있지요. 로칼과 꾸준히 교류해온 팩토리는 ‘로칼 크리에이터(Lokal Creators)’ 전시 시리즈를 통해 미술과 공예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핀란드 예술가의 고유 미학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레나타 쉬름은 헬싱키에서 활동하는 유리 공예가로, 실험적인 재료 사용과 기법으로 자기만의 경로를 모색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유리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가 최근 몇 년 동안 사용한 구성 기법을 기반으로 하며, 재료의 질감과 색상 같은 본래의 특질, 재료 사이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철망에 방대한 양의 얇은 유리관을 조립해 고유한 볼륨을 가진 작가의 작품엔 재료 고유의 특성이 매우 잘 드러나지요.
이번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에서 레나타 쉬름은 빛과 유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관계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반사되는 빛의 정확한 형태를 찾아 유리 오브제로 구현한 것처럼, 본 전시는 한국 서울의 12월의 빛, 그리고 공간에 배치된 작품의 반사에 주목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리 조각이 만든 정교함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과 빛을 뿜어낼 본 전시와 작품을 팩토리2에서 이번 기회에 직접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lokal helsinki 제공
  ✉️  작가 노트
미리어드 Myriad *
저는 한없이 풍부하고 놀라운 재료인 유리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유리의 이중적인 특성 즉, 단단하면서도 연약하고, 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하며, 생생하면서도 고요한 성질에 매료되고 영감을 얻지요. 유리는 제 작업의 소재일 뿐 아니라 재료 자체가 작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유리의 존재, 본질, 움직임, 빛과의 관계 등을 다루며, 유리가 그저 신기하고 궁금하여 끝없이 매료되곤 합니다.
핀란드의 아트 컬렉터인 유하니 렘메티(Juhani Lemmetti)는 저를 ‘풍요의 미니멀리스트’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작업에 임하는 제 마음과 결과물 모두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유리라는 재료에 압도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구성과 형태를 최대한 단순화하려 하지요. (비우며) ‘정리’하고, (고르고 구성해) ‘정돈’하여 작업의 경계를 설정하고, 유리 재료의 풍부함은 작품의 볼륨으로 강조합니다. 동시에 형태와 구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작품의 집중도를 높이고요.
이번 전시 <Myriad>는 ‘반복(repetition)’에 관한 것입니다. 재료로서의 유리가 가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무수한 양의 유리를 활용합니다. 대량의 유리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볼륨이 가진 힘을 발견해 나가지요. 이번 전시는 반복에 관한 것뿐 아니라 디테일의 섬세함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가장 작은 것부터 제작을 시작해 그것이 쌓여 큰 규모를 이루는 과정에서, 결국 아주 작은 것과 큰 것이 양 끝에서 조우하도록 유도합니다. 전체를 구성하는 그 속의 작은 파편이 제 작업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저는 20년 넘게 유리 작업을 해왔습니다. 유리라는 재료의 특성을 경험하기 위해 열간가공(hot working)과 냉간가공(cold working)을 포함한 무수한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해 왔지요. 저는 유리와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소재를 ‘대변하여’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아직 더 연구하고 배울 것이 매우 많기에 앞으로 무엇을 더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이 큽니다.
*Myriad는 그리스어의 10,000의 뜻을 가진 myrias를 어원으로 하는 단어. 매우 많아서 셀 수 없는 것(무수, 無數)을 의미하여, 우리말로는 무한대, 무한한 숫자, 다채로움 등으로도 바꾸어 볼 수 있다.
  ✉️  작가 소개
사진. lokal helsinki 제공
"작업을 할 때, 저는 종종 제 자신이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흐르는 유리의 감독 혹은 심지어 어시스턴트라고 느낍니다. 저는 단지 유리의 조형적 성향을 따라 기록하고 예술적 사물에 맞게 다듬는 일을 하는 거죠.”
레나타 쉬름(Renata Schirm)은 핀란드의 유리 예술가로 크래프트맨십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작업합니다. 그는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테크닉과 본인의 작업 과정 속에서 끝없는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작가에게 유리는 빛과의 복합적인 관계성과 무한한 시각적 가능성을 지닌 소재입니다.
레나타 쉬름은 헤르토니에미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 또는 수오멘린나 섬의 유리 스튜디오 휴티(Hytti)에서 주로 작업하며, 대량 생산한 오브제와 예술품은 글래스블로워 안티 톨스텐손(Antti Torstensson)과 함께 키이코이넨(Kiikoinen)에서 협업합니다. 유리 작업 이외에도 쉬름은 기성 콘크리트 산업에서 쓰이는 3차원 패턴과 질감 제작의 새로운 기술인 ‘무오토베토니(Muotobetoni)’의 창안자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사진. 강주성
사진. lokal helsinki 제공
전시명  MYRIAD
작가  레나타 쉬름 Renata Schirm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기간  2022.12.16.(금)-2023.1.7.(토)
오프닝  2022.12.16.(금) 오후 6시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19시 (월요일 휴관)

기획  팩토리2 (factory2)
협력기획  Lokal (in Helsinki)
진행  김보경, 이지연
그래픽 디자인  김유나
기물 제작  김보람
설치도움  손정민
주최  팩토리2 (factory2)
후원  frame contemporary art finland, Visek, Finnish Cultural Foundation
SNS @factory2.seoul  / 홈페이지 factory2.kr
* 이번 레나타 쉬름의 전시 기간 중 팩토리2 2층에서는 지난 <Coming Home to Seoul>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Lokal Kollection’의 작품 일부를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 전시 기간 중인 2022년 12월 21일(수)은 팩토리의 스무 살이 되는 날이고, 같은 달 31일, 그러니까 2022년 마지막 날은 팩토리의 ‘스무 살’을 기념하는 파티가 예정되어 있으니 방문 일정을 참조해주세요. 더불어, 이날 보다 많은 분을 만나 인사 나누고 싶습니다. 오시는 분 모두 모두 두 팔 벌려 미리 환영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새로운 레터와 팩토리2 SNS 참조 🎉 😘)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유나킴씨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