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태양광도로 실험…발전효율 기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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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8. 오전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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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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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의 배신?

佛, 노르망디 1km 도로 태양광
패널 설치, 먼지 등으로 저효율
태양광 발전소比 발전단가 10배

하버드大 "풍력은 기온 높여"
날갯짓에 상층부 따뜻한 공기
지표면으로 내려와 기온 상승
마구잡이 비중확대 신중해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만큼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보다는 당연히 친환경적이지만 이들 신재생에너지도 지구 기온을 미세하게 높이거나 발전 효율이 떨어져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닐뿐더러 세상에 '100% 완벽한 에너지'란 없다는 얘기다.

미국 하버드대 공과대학 데이비드 케이스 교수와 리 밀러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전기에너지 수요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할 만큼 풍력발전기 숫자를 늘리면 미국 대륙 온도가 0.24도 올라갈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줄(Joule)' 4일자에 게재됐다. 현재 풍력발전은 미국 전체 전기 수요 중 8%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미국의 연간 전기 사용량인 0.46테라와트(TW)의 전기량을 모두 풍력발전기로 공급할 경우를 가정했다.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미국에 들어서면 미국 표면온도가 약 0.24도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 온도 상승을 0.1도 이내로 막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0.24도 온도 상승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풍력발전기는 지표면 공기 흐름에 변화를 줘 기온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밤중에 커다란 풍력발전기 날개가 회전하면 상층부의 따듯한 공기가 지표면 아래로 내려온다.

연구진은 "과학자와 정책입안자들은 이 같은 풍력발전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풍력발전소가 기온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화석연료 감축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번 논문을 소개하며 "미국의 에너지 사용량 전부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난화 효과도 전 세계적인 영향이 아니라 미국 대륙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밀러 연구원 역시 "풍력발전으로 발생하는 기온 상승은 지역적인 효과"라며 "이산화탄소가 유발하는 지구 온난화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정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풍력단지 안에서는 미세하게 기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대규모 풍력단지에서 발생하는 바람이 기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1㎞ 이상 떨어지면 바람의 변화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 연구원은 "다만 풍력발전기가 일으키는 대류 흐름이 기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는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풍력발전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발전 역시 인근 지역에 작지만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도로 등에 태양광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발전 효율이 떨어져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조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도로에 깐 태양광 패널이다.

많은 나라에서 기업들이 2010년 이후 도로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실제 프랑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노르망디 지역 도로 1㎞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하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딜런 라이언 영국 에든버러네이피어대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에 쓴 기고를 통해 "프랑스는 총 2800㎡ 도로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데 500만유로(65억원)를 투자했다"며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 도로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전력량은 409kwh였다"고 밝혔다. ㎾당 1만1905유로가 든 셈이다.

반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태양광발전소는 ㎾당 1200유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했다. 도로 태양광발전을 기존 태양광발전과 비교하면 발전단가가 10배가량 더 비싼 반면 전력 생산량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라이언 교수는 "도로 위 태양광 패널은 햇빛을 직선으로 받지 못하고 그늘지는 경우가 많아 효율이 떨어진다"며 "패널이 먼지로 덮일 가능성도 높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만큼 패널을 보호하는 유리 두께도 뚜꺼워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라이언 교수는 "미국 기업 '솔라 로드웨이'가 아이다호에 설치한 태양광 도로 역시 투자 대비 전력 생산량은 낮았다"며 "도로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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