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연방대법원 판결이 이렇게 뒤집힌 것에는, 트럼프가 재임 중에 대법원을 보수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보수대법관을 임명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 트럼프가 꽂아넣은 이들…'낙태권 인정' 49년만에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재임 동안 골서치(2017년), 캐버노(2018년), 코니 배럿(2020년) 대법관을 임명함으로써 이날 판결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할 때 보수 성향 4명, 진보 성향 4명으로 교착상태에 있던 연방대법원을 퇴임할 때는 6대 3으로 보수 우위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토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보수 성향 대법관 2~3명을 임명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의 보수정치가 왜 이토록 집요하게 낙태금지 사안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ㄱ) [노동자연대] 미국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의 배경과 의미↗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데 성공한 우파는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미국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입법도 추진하려 한다. 또 연방대법원 보수 성향 판사들은 더 광범한 공격도 예고하고 있다. 클래런스 토마스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며 피임, 동성애,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판례도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글은 이렇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보수 우파는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며 가족 내 여성의 열등한 지위를 옹호한다. 낙태권 공격은 보수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데서 중요하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여성이 가정에서 양육과 돌봄을 묵묵히 수행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보수적 가족 이데올로기는 권력자들이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통제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우파는 낙태권 말고도 트랜스젠더 권리, 인종 차별 같은 문제를 똑같은 목적으로, 즉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의 의제로 노동계급 사람들의 지지를 모으는 데 이용해 왔다.
마침내 우파는 수십 년간 계속된 신자유주의 공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차오른 상황을 이용해 1960~70년대 급진 운동이 남긴 성과를 쓸어버리는 숙원을 성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ㅈ) "마침내 우파는 수십 년간 계속된 신자유주의 공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차오른 상황을 이용해 1960~70년대 급진 운동이 남긴 성과를 쓸어버리는 숙원을 성취하기 시작한 것이다."라는 구절이 눈에 띄는데 신자유주의는 미국 보수정치가 선택한 전략이 아니었던가요?
위의 구절은 마치 우파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남깁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낙태권에 찬성하고 신보수주의자들만 낙태권에 반대하는 것일까요?
역사적으로 신자유주의가 68혁명 전후의 급진의제들을 흡수하여 혁명의 의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의 의제로 전화시킨 것은 맞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는 일종의 반-혁명인데 반혁명은 혁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혁명을 원래와는 다른 목적을 위해, 다른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ㅂ) 주제에서 좀 벗어나기는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이주노동자는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요? 트럼프가 장벽을 세워서 이주노동자(값싼 노동력) 유입을 막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얼핏 보면 신자유주의와 반대되는 방향인 것 같이 느껴져서 여쭙니다.
ㅈ) 트럼프의 노선을 신자유주의나 신보수주의로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보수주의 노선에 가깝고 미국우선주의를 선두에 놓는 신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이주의 자유를 "일정하게" "형식적으로" 지지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산업 부활을 추구하고 산업 노동자로부터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반이주의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ㅂ) 네, 그렇다면, (신)보수주의에 비해 신자유주의는 임신중지의 자유도 "일정하게" "형식적으로" 지지했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ㅈ) 네 공화당이나 민주당 내부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임신중지의 자유를 "진지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역시 집권에 유리한 한에서만 임신중지의 자유를 조건적으로 지지한다고 판단합니다.
ㄱ) [TheNewPublic] Family Values↗
이 기사가 아일랜드에서의 2018년 임신중지 관련 싸움과 트럼프의 이민자 혐오 정책을 같이 다루는데 전부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임신중지 반대(소위 "생명옹호"prolife) 진영이 특정 인종과 계급의 가족과 아이들은 보호의 대상, 존엄의 대상으로 격상하고, 이민자의 아이들은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띤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임신중지 반대 진영과 이민자 혐오정책 진영(결국은 같은 집단인데)이 의도하는 것은 특정한 인구집단, 특정한 종류의 가족을 보호하고 우선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 같습니다.
ㅈ) 지금까지의 논의를 기초로 ‘임신중지의 자유’ 중지나 이민자 혐오의 흐름이 어떤 형태로든 지난 4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 흐름과는 약간 다른 신보수주의 정치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ㄱ) 그리고 그 배경에는 가족임금이 해체되면서 여성들이 임금노동 영역으로 진출하고 전업 여성 가정주부를 전제로 하는 핵가족 모델이 무너지고, 무급 가사노동자인 가정주부가 하던 일들을 유색인/이민 (주로 여성)노동자가 맡게 되는 사회변화가 있다고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이제는 이주 여성들이 미국인 고용주의 아이들을 돌보는데 고용주들은 그 이주 여성들의 자녀는 쓸모없게 여긴다. 그래서 그 자녀들은 수년 동안 '앵커 베이비(원정출산한 아기)'라는 오명을 써왔다.
American employers have no use for the children of migrant women who so often care for America’s own, and indeed migrant women’s children have been stigmatized for years as “anchor babies,”
ㅂ) 신자유주의의 흐름이 지배적일 때는 임신중지가 여성권의 차원에서라기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조건부로 어느 정도 허용되었었는데, 신보수주의의 흐름으로 바뀌면서 다시 임신중지가 전면 범죄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ㅈ) 바이든 정치가 보여주듯이 신자유주의가 엄연히 살아 있지만 신보주주의가 그것과 경쟁적으로 공생/협력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미국정치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경합 측면과 협력 측면을 동시에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ㄱ) 미국의 보수정치가 임신중지 반대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 암시하는 구절이 멜린다 쿠퍼의 『잉여로서의 생명』에도 있는데요, 책에 따르면 부시 정권 시절 윤리위원회는 "생명 옹호-낙태 반대 지지자들"과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어떤 종류의 연방 규제에 대해서도 맹렬히 반대하는 민간 분야 생의학 부문의 대변인"들이 반반씩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자산은 여성의 신체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투기적 양식으로 작동하는 정치에 맞서, 근본주의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자산 형태property form을 다시 강요하기 위해 투쟁하게 되었다. 생명권 운동이 명백히 밝힌 것처럼, 이 자산 형태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이 경제적이면서 성적이고, 생산적이면서 동시에 재생산적이다. 자산 형태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신체에 대한 요구이다“
ㅂ) 올려주신 글을 보니 '레이디 크래딧'이라는 책도 떠오르네요.
"로 데 웨이드 판결 폐기" 가 미국 사회와 세계 전체에 가져올 수 있는, 이미 가져오고 있는 파장을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의 경합/협력 측면'과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