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것은 없다는 진리
지금 나에게 있는 결핍을 끌어안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딘가에 완벽한 것이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완벽한 부모, 완벽한 양육, 완벽한 아이, 완벽한 인생은 우리의 관념 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일 뿐이에요.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동일한 상황을 보고 똑같은 걸 겪어도 사람에 따라서 경험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부모가 아무리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 노력해도 부모의 입장에서의 완벽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입장에서의 완벽은 다를 수 있는 거죠. 첫째에게는 상처를 주었던 부모의 말이 둘째에게는 큰 상처가 되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요.
결핍과 어려움은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이 되어주기도 해요.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심한 갈등을 겪었고, 아버지가 사망한 후 심한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기분석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을 탄생시킨 토대가 되었어요. 심리학자 아들러 역시 병약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형제나 또래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그것을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개인심리학이라는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죠. 비단 심리학자뿐 아니라 우리가 아는 많은 위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떤 삶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들이 겪은 결핍과 어려움은 그들의 삶을 성장시키고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어주었고 그것을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은 한층 성장할 수 있었죠.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은 6만 쌍에 달하는 아이와 엄마의 상호작용을 관찰한 결과 지나치게 완벽한 것보다 적절한 좌절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요. 비닐하우스라는 완벽한 환경에서 자란 식물은 야생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식물에 비해 연약하고 빨리 시들어 버리는 것처럼, 적절한 결핍과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채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되면 그만큼 삶의 다양한 경험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심리적 자원과 마음의 근육이 부족해질 수 있는 거죠.
내 안의 어린아이를 놓아주기
메이트님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양육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시기를 어느 정도 건너왔다는 뜻이에요. 부모 혹은 주 양육자가 아무리 노력하며 우리를 양육했더라도,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고, 결핍과 불안을 느끼며 성장했을 수밖에는 없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무력한 유아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는 나의 심리구조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바꿀 힘이 있고, 건강하지 못한 과거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끊어낼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내 안의 어린아이와 화해하고 나다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해 보려 해요.
😌 첫째. 부모(혹은 주 양육자)에 대한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
우리는 부모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그래서 내가 받은 상처 혹은 나의 감정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무시해 버리죠. 부모도 우리도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고, 서로 상처받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당연한 경험이에요. 부모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바라봐 주세요. 준비가 안 되었는데 당장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어요. 대신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괜찮아.’라고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세요.
🧐 둘째. 어린 시절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신념 알아차리기
삶이 행복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많은 경우 내 안에 있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나에게 일어나는 경험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끔 만들어 버리기 때문일 가능성이 커요. 어렸을 적 부모 혹은 가족에게 들어왔던 반복적인 말이나 행동이 내 비합리적 신념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어요. 비합리적인 신념을 알아차리고 이걸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연습을 통해 우리는 과거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요. 비합리적 신념을 찾는 자세한 방법은 이 아티클에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셋째. 매일 감사 일기 쓰기
매일 감사하는 것을 떠올리고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심리구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어요. 감사 일기는 과거에 집착하는 대신 현재의 내 삶에 집중하고 현재의 삶에서 긍정할 수 있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도와줘요. 어렸을 적 반복되는 경험이 지금 나의 심리구조를 만들었다면 지금 내가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앞으로 내 삶을 지탱할 심리구조를 만들어 줄 거예요.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것들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발견하고 적어 가다 보면 내 삶의 패턴도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의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완벽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완전하고 결핍 가득한 삶을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변화가 찾아올 거예요.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완벽하지 않은 삶을 끌어안고 나답게 살아갈 준비, 되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