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푸른빛을 벗어나 제각각의 색을 내던 단풍이 발끝에 스칩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어보면,

그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실감합니다.

잎이 지고, 낮이 밤보다 짧아지며, 생명이 서서히 본질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끼다 보면, 

올 한해를 갈무리하며 우리가 틔운 싹이 무엇이 있는가 감감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추억의 시점이 서서히 현재에 가까워질 즈음, 새롭게 틔울 싹을 기대하게 됩니다. 

바쁘게 지나온 우리의 11월을 소개하자면, 2020년의 마지막 풍요식탁을 안전하고 알차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올 한해 풀어낸 이야기의 파편들을 여기저기에서 모아 다듬고 책으로 펴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뉴스레터에 관심을 가져주신 벗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어워즈도 따로 준비했어요.

여러분이 올 한해 틔워낸 싹은 무엇이 있나요? 그것이 열매를 맺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새싹이 토양을 뚫고 나와 그 작은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내년에 틔워낼 것들은 무엇이 있나요? 어떤 것이 되었든 이전과는 다를 새로운 것들이 움트며 여러분의 삶을 구성하고 풍성히 할 것이라 기대됩니다. 

다가올 12월은 그렇게 추억하고 기대하는 한 달이 되길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