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42호


야구, 좋아하세요?

2024시즌 홈 개막 경기를 보기 위해 방문한 부산 사직야구장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편집자 초록입니다🌱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무수하겠지만, 제게는 무엇보다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된다는 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144경기를 모두 챙겨 보는 저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응원팀이 정해진 모태 롯데 자이언츠 팬인데요. 작년의 성적이 어땠던 ‘올해는 다르다!’를 외치며 매 시즌 기대를 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원래 봄에는 성적이 좋은 롯데인데 올해는 봄부터 엉망입니다ㅠ) 누군가 “너는 왜 야구가 좋아?”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답을 내렸습니다.

 

저는 야구를 보며 꽤 자주 인생의 교훈이랄까, 지침이 되는 깨달음이랄까 하는 것을 얻고는 하는데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공 하나가 모여 한 이닝을 만들고 하나의 경기를 만드는 거야.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며 막막한 미래를 그리기보다 제 앞에 주어진 일에 몰입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두렵거나 버거운 상황이 눈앞에 닥쳐 도망치고 싶을 때면, ‘타자가 무섭다고 도망가기만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어야 땅볼이든 뜬공이든 나온다고’라며 마인드컨트롤을 하려 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꽤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요. 야구팬이라면 경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을까요?

 

편집자를 꿈꿀 당시부터 저는 야구와 인생을 연결해 주는 책이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책을 기획하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그런 제가 운명적으로(!) 만난 원고가 있었으니,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야구를 보며 떠올린 인생 이야기를 담은 25년 차 베테랑 야구전문기자의 에세이 <인생 뭐, 야구>입니다.

야구책을 기획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양한 글을 찾아보던 작년 가을 저는 김양희 기자의 <한겨레21> 연재글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우리는 투수일까, 타자일까.” 평소 하던 생각과 비슷한 글을 만나 너무도 반가웠던 저는 기자님께 출간 제안을 드렸고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기자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선수들의 노력과 그들의 삶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것들, 경기 중 발생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주는 메시지와 기록이 말해주는 것 등 책에 담으면 좋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고백하자면 이날 대화의 8할은 책이 아닌 야구 이야기였습니다ㅎㅎ)

 

<인생 뭐, 야구>는 크게 ‘그라운드 안 야구인들의 이야기’와 ‘그라운드 밖 인생이 야구와 만나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선수들에게도 저마다 무명의 시간, 슬럼프의 시간이 있었는데요. 선수들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아야 했는지를 통해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과정의 중요함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승리를 위해 조그마한 습관까지 규칙으로 정해두고 생활하는 선수들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습니다. 편집을 하며 특히 제게 와닿았던 문장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득점권을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팀 동료들이다. 앞 주자가 있어야만 득점권 상황이 연출된다. 득점권인 2루 이상까지 가려고 노력한 동료를 잊어서는 안 된다.

_평소에 잘 치면 찬스에도 강할까 중에서

장타를 날리며 타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가장 먼저 주목받는 야구이지만, 단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승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득점권까지 가기 위해 열심히 뛴 선수, 또는 득점권으로 동료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타석을 희생하는 선수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고요. 혼자서 이루어내는 것보다 주변의 크고 작은 도움이 모여 내가 빛을 보는 순간이 훨씬 많겠지요.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제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야구 전문 기자로 살아온 저자의 삶은 야구의 어떤 점을 닮았을까요. 여성으로서 오랜 시간 야구의 현장을 누빈 저자의 삶 또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그라운드만큼이나 다채로웠습니다. 여자 스포츠 기자가 많지 않던 때, 자신을 낮추어 보는 시선과 부딪히며 살아남아야 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새 기자 1년 차 때 만난 이들은 단장, 감독, 코치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자로서의 삶을 회상하며 저자는 자신이 날린 홈런과 실수로 던진 폭투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힘든 게임도 많았지만, 9이닝 내내 그라운드 위에 서 있고자 버텼다”고 말합니다.


<인생 뭐, 야구> 202쪽

<인생 뭐, 야구>에는 선수와 경기 이야기 외에 팬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야구 시즌이 되면 응원하는 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고통받는 팬들의 절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고통받으면서, “이제 야구 안 볼래”라고 말하면서 야구를 정말로 끊어내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야구의 어떤 점이 이런 ‘과몰입’을 부르는 걸까요. 김양희 저자는 야구의 힘을 ‘일상성’에서 찾습니다. 월요일 하루를 빼고는 매일 이루어지는 경기이기에 우리의 일상과 너무도 많이 얽혀 있어 떼어내기 어려운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고요. 저도 이와 비슷합니다. 연패를 하다가도 한 번의 승리로 다시 열심히 응원할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미 제가 응원하는 팀이 ‘내 팀’이 된 순간부터 쌓아온 순간들이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직업을 사랑한다면 한평생 일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인생 뭐, 야구>를 편집하면서는 조금이나마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편집하며 느꼈던 즐거움과 감동이 독자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야구를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인생 뭐, 야구>를 읽으며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야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감동의 순간들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생 뭐, 야구>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25년간 프로야구 현장을 취재하며 그라운드를 누빈 김양희 스포츠 기자가 풀어내는 국가와 시대를 넘나드는 야구의 모든 이야기, 기록과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야구인들의 삶과 우리 인생의 ‘야구적’인 순간들! 지금 <인생 뭐, 야구>를 서평단을 통해 만나보세요!

 

📌신청기간 : 4월 12일(금)~19일(금)
📌당첨자 발표 : 4월 22일(월)
📌모집인원 : 10명 (당첨자 개별 DM 안내 및 발송)
📌서평 마감기한 : 5월 7일(화)

📌신청 방법 : 산지니 SNS(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 팔로우 후 서평단 모집 게시물에 기대평 댓글 작성

📌서평단 활동 : 온라인 서점 중 1곳 + 개인 SNS 1곳, 총 2곳에 서평 게시
 
* 비공개 계정은 당첨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 우수 서평자 2명을 선정하여 김양희 기자가 직접 공수한 야구선수 친필 사인볼을 보내드립니다. (사인볼의 구단과 선수는 랜덤으로 발송됩니다.)


편집자의 쪽지📝 
오늘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신입 편집자들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앞으로 산지니 소식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날 두 편집자에게 많은 응원 바랍니다🥰

코끝을 시리게 만들던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고개를 들던 어느 날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 깜짝 놀랐습니다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손을 잡고 동네 서점에 가는 게 나름의 낙이었던 제가 편집자가 되다니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설레는 마음과 한편으론 종이책 출판사에 무지한 제가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들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마음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과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사실이저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한 달 차 신입이기에 편집자라는 직책이 어색하기도 하지만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당당하게 책 그리고 독자와 만나는 편집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작게 바라봅니다. 위의 사진은 요즘 제 출근길 거리 풍경인데요. 가로수로 벚꽃나무가 심어진 거리라 그런지, 회사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면 오늘은 세상이 얼마나 더 분홍빛으로 물들었을지 기대가 된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신입 편집자 진야입니다이렇게 인사를 드리니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 떨리기도 하는데반가운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입사한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일을 하나하나 배워가느라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업무를 알아가고 동료분들과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부산에 여행을 온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일정 기간 이상 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요즘 저는 도서관과 영화관바다와 산책로 같은 장소를 시간 내어 차근차근 방문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야외에서 책 읽는 시간을 꼭 가지고 싶어요

편집이라는 일은 알아갈수록 여러 과정이 필요한 종합 업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제가 맡은 것을 잘 해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상황을 보는 시선을 키우고함께 하기 좋은 동료로 성장하고 싶어요그를 통해 독자분들께 좋은 책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이달의 산지니는
1 가려진 물오염을 파헤치는 집념의 취재 | <먹는물이 위험하다> 북토크

정나래: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과불화화합물 오염은 도쿄에서 없다는 게 도쿄도의 공식적인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도쿄도지사가 과불화화합물에 따른 오염이 도쿄에서 발생했고, 그 오염원이 미군기지라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서 밝혔습니다. 심지어 일본 정부와 미군기지에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는 요구까지 했어요. 오염이 발견된 게 물론 기쁜 일은 아니지만,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해 나가는 물꼬가 트였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일본 사회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과불화화합물에 의한 물오염 문제를 널리 알린 <먹는물이 위험하다>의 정나래 번역가와 함께한 북토크에서는 ‘물’에 대한 소중함과 사회적 경각심을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더불어 첫 번역서를 출간한 정나래 번역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번역’과 ‘번역가’라는 직업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달의 신간
중국식 현대화의 논리 1, 2
류젠쥔, 천저우왕, 왕스카이 지음 |
구성철, 김미래, 강애리, 정혜미 옮김 | 각 38,000원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과 성장의 바탕을 이루고 현대 중국정치를 이끄는 논리를 집약하다.
저자들은 중국 고유의 개념에 입각해 역사와 현실, 이론과 실천, 경험적 근거의 상호 영향 속에서 현대 중국 사회주의 정치학 원리를 탐색하고 제시한다.
슬기로운 아프리카 생활
일상의스펙트럼 10
이은영 지음 | 15,000원

오해와 편견의 땅, 아프리카에서 전하는 누구보다 슬기롭게 사는 이야기.

저자는 유엔환경계획 담당관으로 코트디부아르에서 일하며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자신을 만났다. 저자의 느긋한 일상에는 코트디부아르의 경제, 환경, 정치, 문화가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으로는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뭐, 야구
김양희 지음 | 17,000원

25년간 프로야구 현장을 취재하며 그라운드를 누빈 김양희 스포츠 기자가 풀어내는 국가와 시대를 넘나드는 야구의 모든 이야기.
저자는 야구선수들의 땀과 노력, 경기 중 발생하는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야구의 희로애락의 순간을 담아내고, 야구가 우리 인생에 던지는 화두를 포착한다.

  

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 9호: 불가능한 말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9호에서는 중심과 주변의 단순한 이분법을 경계하면서 끊임없이 겹쳐보고 연결하며 겹눈의 시선으로 문학과 로컬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담긴 글들을 실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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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응원하는 야구팀 또는 야구와 관련된 추억을 들려주세요!

<인생 뭐, 야구>의 기대평이나 후기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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