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선 주자들의 시대착오적 '적통' 논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우주여행 시대에 서자·얼자 타령이라니요

 '적통' 논쟁을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 [중앙포토]
 “이낙연 후보가 대구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민주당을 했을까? 이낙연 후보의 정치적 주장을 볼 때마다 항상 그런 의문이 듭니다. 그런 분이 노무현의 적자라니요. 서자는커녕 얼자도 되기 어렵습니다.”

 뉴스1 등에 따르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얼자’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접했습니다. 얼자(孼子)는 서자(庶子) 중에서도 천민이 낳은 자식을 말합니다. 소설 홍길동전 주인공 홍길동도 얼자입니다. 생모 춘섬이 노비였습니다.

 17세기에 쓰인 유형원의 『반계수록』에는 서얼(서자와 얼자)이 지켜야 할 일곱 가지 규칙이 나열돼 있습니다. ①서얼은 적자를 매사 지극히 공경스럽게 모셔야 한다. ②서얼은 적자가 나이가 어려도 ‘너’라고 부르지 못한다. ③적자에 맞서거나 나란히 앉으면 안 된다. ④적자와 서얼이 한자리에 앉게 된다면 적자 뒤쪽에 서자가 앉고, 얼자는 더 뒤에 앉아야 한다. ⑤말을 타고 가다가 적자를 만나면 말에서 내려야 한다. ⑥서얼은 큰 부자가 돼도 적자를 멸시하지 못한다. ⑦서얼이 적자에게 무례하게 굴면 관아에서 벌로 다스린다.  

 김 의원의 서얼 발언은 이낙연 전 총리 측의 ‘적통’ 주장이 촉발했습니다. 이낙연 후보 캠프 대변인 오영훈 의원은 지난 22일 “민주당의 적통인 이 후보를 흔들기 위해 이재명 캠프가 본질은 외면한 채 꼬투리를 잡아 이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이 전 총리가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때 찬성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자 적통론을 들고나온 겁니다. 적통(嫡統)은 사전에 ‘적자 자손의 계통’으로 풀이돼 있습니다.  

 적통 논란이 일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끼어들었습니다. “민주당 맏며느리로서 말씀드리면 아드님들이 다 적통이라고 하면 이제 다 정신도, 심장도 민주당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싸움 말리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장자 가문 안주인을 자처합니다. 공당을 자꾸 가족에 비유합니다. 그다지 가족적인 분위기도 아닌 것 같은데요.   

 1894년 갑오개혁으로 서얼에 대한 차별은 폐지됐습니다. 관직 진출이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보다도 8년 전인 1886년에 노비제가 철폐됐으니 얼자라는 신분은 그때 이미 사라졌습니다. 135년 전 일입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예민한 정의당이 적자ㆍ서자 따지는 이런 구시대적 적통 논쟁을 왜 지켜만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혼 가정 자녀, 비혼모 자녀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인식인데 말이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자 거의 모든 한국 언론이 그를 ‘친문 적자’라고 표현하며 보도했습니다. 그가 적자라면 지금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은 서자ㆍ얼자라는 말인가요? 정치권과 언론에서 더는 적자ㆍ서자ㆍ적통 등의 시대착오적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를 '보스' 중심의 '패밀리 비지니스'로 묘사하는 것, 낡은 습관입니다.    

 민간인도 우주여행을 하는 때에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도 모자라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 말싸움도 벌어집니다. 이른바 ‘백제인 대망론’을 놓고 여권 대선 주자들이 얼굴을 붉힙니다. 백제의 중심은 지금의 충청 지역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애당초 번지수가 틀린 언쟁 아닌가요? 관련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윤석열 "결정의 시간 다가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제 치킨집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습니다. 👬 자리에서 일어선 뒤 윤 전 총장은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새로 영입한 9명의 명단을 어제 공개했습니다.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양새입니다. 
2. MBC의 황당한 올림픽 방송
 우크라이나는 원전 폭발, 아이티는 폭동, 노르웨이는 연어, 루마니아는 드라큘라, 이탈리아는 피자. MBC가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하며 참가국 소개 화면에 올린 내용입니다. 😵 해외 언론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MBC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3. 문 대통령 "더 인내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고통의 시간이 길어져 매우 송구하다. 힘들겠지만 조금 더 인내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백신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말이 없었습니다. 😟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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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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