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일손지지' 이야기를 기억해주세요

2019년 8월 ㅣ 백조일손지지

'백 명의 조상, 하나의 자손' 백조일손지지(百祖一孫之地)

지난 8월 7일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제69주기 백조일손영령 합동위령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정읍 상모리 백조일손지지를 찾았습니다. "조상이 각기 다른 일백 서른 두 자손이 한날 한시에 죽어 시신이 엉켜 하나의 자손으로 태어나 한 곳에 묻힌 땅"이라는 뜻의 백조일손지지입니다.

백조일손 희생자들은 1950년 8월 20일,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대정 고구마 절간 창고에 갖혀 있다가 섯알오름에서 군경토벌대에 의해 희생되셨습니다. 학살 당시 유족들은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군인과 경찰들의 제지로 6년 간 시신을 수습하지도 못했습니다. 학살터에 방치되었던 시신은 6년이 지난 1956년에야 수습되었습니다. 살과 뼈가 뒤엉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시신들. 유족들은 칠성판에 머리뼈와 몸통뼈와 팔다리뼈를 맞춰 132기의 시신을 수습하고 이 곳, 백조일손지지에 안장하였습니다.

백조일손지지는 '백조일손유족회'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곳에는 5.16 군사정권에 의해 파괴된 묘비의 파편이 남아있습니다. 서슬 퍼른 시절, 유족들은 파괴된 묘비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가 1999년 다시 이 곳에 전시해 두었습니다. 진실을 찾고자 했던 유족들의 그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그 비석 조각들에 남아 있습니다.

뙤악볕이 온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여름이지만 잠시 영령들을 찾아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백조일손지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