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독자님께서 요청주신 주제를 다뤘어요. 

축구 문화를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오버더피치"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할게요. 

나의 우상 호나우두

“이제야 축구에 미련을 버리고 대학에 갔나 했더니 디자인 전공해서는 왜 하필 또 축구냐”

브라질의 축구 레전드 호나우두 기억하시나요? 호나우두 은퇴로 삶의 의욕까지 잃어봤다던 사람이 있어요. 한때, 호나우두를 보며 축구선수를 꿈꾸기도 했고, 유니폼만 100벌이 넘어 사무실 인테리어를 할 정도로 그를 사랑했어요. 바로 오버더피치의 최호근 대표가 주인공입니다.

최호근 대표는 축구에 미쳐있던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당시엔 당연시해졌던 운동부의 체벌 문화를 본 부모님은 극구 반대하셨죠. 설득 끝에 중학생이 되어서야 첫 테스트를 볼 기회를 얻었지만, 너무 늦은 나이라는 겁이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 얻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어요. 그렇게 또 다른 취미였던 미술을 전공하여 대학에 입학하게 돼요.

성적은 잘 나왔지만, 재미는 없었던 미술. 그렇게 방황하던 시기, 우상이었던 호나우두마저 은퇴해요. 그 후 최호근 대표는 1년간 축구를 보지 않았어요. 미술마저 그만두고 싶을 무렵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던 여행은 새로운 시선으로 “내 일”을 찾게 했어요. 축구와 예술. 온 김에 들렸던 축구장에는 쉽게 호나우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최호근 대표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특기인 미술을 합쳐보자고요.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 최호근의 스포츠와 예술을 합친 전시를 시작으로 오버더피치가 탄생해요.

돌고 돌아 합정동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인 오버더피치는 사실, H9PITCH STUDIO(에이치나인피치스튜디오) 라는 이름 아래, 자사 브랜드인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OVER THE PITCH(오버더피치)’와 축구 의류 브랜드 ‘FORWARD(포워드)’로 운영되고 있어요. 포워드는 2020시즌까지 대구FC 유니폼 스폰서로도 활약했지만,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걸로 보여요.

오버더피치는‘축구장 너머의 문화까지’를 목표로 웹매거진, 브랜드 에이전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축구를 하나의 문화이자 일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최근엔 K리그 전북현대, 울산현대 등과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대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축구 팬들에게 한껏 친숙해졌어요.

원래는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곳에 자체 매장을 겸한 사무실이 있었어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영등포 롯데백화점의 복합문화공간 속 한 매장으로 옮기게 됐어요. 백화점의 유동 인구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고자 했지만, 크리에이티브한 역할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백화점 내에서는 브랜드 스스로 업무를 컨트롤할 수 없었던 거예요.

다시 자체 매장을 찾았던 오버더피치는 마포구 합정동으로 돌아왔어요. 힘들었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2022년 월드컵을 앞둔 여름, KFA와 진행한 2002 월드컵 기념 컬렉션 프로젝트와 함께 A매치 기간 진행한 팝업 스토어로 축구 팬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완전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니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릴 때면 오버더피치 계정을 태그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어요.

We are same DNA

2017년, 최호근 대표는 LA에서 휴가 중 현지 미국 친구들이 준비 중인 PSG와의 이벤트를 보기 위해 마이애미에 들렀어요. 그 이벤트에서 PSG는 축구화 예술, 이를 문화로 만드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해요. 최호근 대표가 꿈꾸었던 축구 문화 그 자체였죠.

그리고 2년이 지났어요. 연남동 사옥 당시, PSG의 백팩을 멘 한 손님이 방문했어요. 건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촬영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수상하게 보였죠. 말을 걸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수상한 사람이 맞았어요. 바로 PSG의 아시아 담당 직원이었던 거예요. 오버더피치를 PSG의 한국 파트너로 염두하고, 이를 위해 우리 스토어를 살펴보러 왔었던 것이죠.

짧은 만남을 시작으로 오버더피치는 본격적으로 오랜 기간 PSG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미팅을 진행했어요. PSG의 파리 본사와 진행된 최종 미팅에서 PSG 임원은 오버더피치의 PT를 본 후 말했어요.

“we are same DNA”

최호근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실현해내고 싶은 축구를 이미 하고 있는 PSG가, 내가 그들에게 받은 인상과 영감을 나에게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었다.”라고 해요. 그 이후부터는 긴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았어요. PSG로부터 제안서를 먼저 받았고, 지금까지 PSG와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요. 오버더피치에서는 연남동 사옥부터 지금의 합정동 사옥까지 PSG로 꾸며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사명감

최호근 대표에겐 의미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에요. 2002년, 어린 시절 최호근은 첫 번째 유니폼을 구매했어요. 대한민국 국가대표와 우상 호나우두의 유니폼이었죠.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처음 샀던 유니폼에 20주년 기념 유니폼을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국가대표 유니폼 스폰서는 나이키에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대표팀 의류와 관련된 계약은 나이키가 절대적인 독점 권리를 갖고 있어 타 브랜드는 국가대표 의류를 만들 수 없어요. 협회는 20주년 기념 저지를 발매하고 싶었고, 나이키는 현실적으로 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요. 그 작업을 나이키와 KFA는 오버더피치가 하길 바라고 있었죠.

제안부터 발매까지 모두 촉박한 시간으로 진행되었어요. 협회는 이례적으로 디자인부터 요청 사항을 한 번에 처리해주어, 본래 기획안 결과물 그대로 발매될 수 있었죠. 팬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모두 해보자는 판단이었던 거예요.

제품이 만들어지고, 화보 촬영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담고 싶어 했어요. 결국 2002년 월드컵 본질로 돌아가기로 했죠. 오버더피치의 기억 속에 2002년 월드컵은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된, 정말 그 어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하나가 되었던 일이었죠. 이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2002년을 즐겼던 하나 된 대한민국의 모습, 새롭게 받아들이는 세대의 모습, 그 역사를 만들어낸 당사자의 모습을 컨셉으로 기획해요.

‘2002년 당시를 함께 했던 나와 같은 동네 어린이부터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던 아저씨들, 동네에 계시는 할머니들, 거리 응원 한복판에 계셨던 길거리 구멍가게, 축제를 즐겼던 젊은 연인들까지 그냥 이건 우리 모두의 것으로 생각했다.' - 최호근 - 

이 모습을 그 시절의 하나 된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했어요. 길거리를 다니며, 즉석에서 사람들을 섭외하여 촬영을 합니다. 모두 흔쾌히 응해주었어요. 2002년 그 시절 모습을 담은 모습을 2022년에 재해석한 모습은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죠.

2002년 당시 어렸기 때문에, 당시를 즐겼을지는 모르지만, 그 모습을 전달할 수 있는 모습으로 송소희와 함께한 화보, 그 시절 레전드인 이영표 선수와 함께 20주년 월드컵 프로젝트 화보의 스토리텔링을 더했어요.

2022년 6월엔 우리나라 대표팀의 A매치 4연전이 있었어요. 그에 맞춰 발매된 20주년 저지는 경기장에서 운영된 팝업스토어에서 기나긴 줄을 서서 구매할 정도로 큰 반응을 끌어냈어요. 오버더피치를 더 많은 팬에게 알린 계기가 되었죠.

이 프로젝트는 오버더피치에게 사명감이었어요. 남다른 의미였고, 꼭 해내야만 하는 일 같았죠.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든 생각이었어요. 이러나저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가 축구라고.

이외에도 K리그 전북현대와 함께한 경기장 리브랜딩, 이동국 영구결번 존 프로젝트 스토리, 울산현대 우승을 기원하며 만든 1996 프로젝트 등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축구에 예술을 더하여 문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오버더피치는 각 브랜드 스토리를 이해하며, 그에 맞는 고민을 시작으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어요.

최호근 대표는 말합니다. 한국 프로스포츠에는 브랜드 디렉터가 필요하다고요.

본인을 디자이너가 아닌, 디렉터라고 소개합니다. 10년 전부터 ‘크리에이티브 디텍팅’, ‘브랜드 디렉팅’이라는 말을 계속 써왔죠. 일반 기업에서는 큰 그림에서 브랜드의 마케팅, 비쥬얼, 스토리, 방향성을 관리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개념을 스포츠 구단에 접목하고 싶은 거죠.

최호근 대표는 아직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은 마이너 문화라고 표현합니다. 유독 스포츠 시장만 트렌드에 뒤처진다고 느낄 때가 많죠. 경기장 밖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우리는 경기장 안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요. 현재 국내 구단의 브랜드 총괄자는 없어요.

마케팅팀의 프로젝트 일부로 오버더피치와 같은 기업과 하나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뿐이죠. 구단에서도 구단을 회사이자 브랜드로 보고 브랜드로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총괄을 할 수 있는 디렉터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스포츠가 산업으로서, 시장으로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오버더피치는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합니다. 2023년엔 오버더피치가 스포츠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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