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홉 번째 편지 : 헤롱헤롱 디저트

술빵에 술이 들어가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음주 단속에도 걸릴 줄이야...?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한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하는 흥미로운 영상도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아주 요망한 빵이다. 쪄내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날아가지만, 막걸리를 많이 넣었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은 경우에는 술이 어느 정도 제 기능(?)을 해낼 수도 있는 음식인 것이다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는 술떡 역시 그렇다고 한다).

술떡과 술빵 모두 발효를 시켜야 하기 때문에 예부터 여름에 만들어 먹는 간식이라는데... 하지만 상상해보시라. 요즘 같이 찬바람 매서운 날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술빵 한입이 얼마나 행복할지를! 반죽을 전기장판에 올려두는 정성을 들여서라도, 올겨울이 가기전에 한번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레시피가 생각보다 간단하길래 직접 만들어볼 용기가 생겼다. 밀가루, 소금, 설탕 그리고 생막걸리만 있으면 끝! 

나폴리의 술빵, 럼 바바(Rum baba). 사진 출처는 이곳.
한편, 이번 냠냠편지를 쓰면서 발견한 유럽 버전 술빵이 나의 먹킷리스트에 추가되었다. 이름부터 사랑스럽다: '럼 바바 (Rum baba)'! 반죽에 럼주를 첨가해서 발효시킨 후, 이따금 휘핑크림을 채워서 구워내는 작은 케이크인데 마지막에 럼 시럽까지 듬뿍 붓기 때문에 진정한 '술'빵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르르 녹는다'라는 후기를 읽고선 군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달달한 간식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 나에게는 원 플러스 원 행사처럼 기분 좋은 술빵들!
여러분에게도 매력적인지 궁금하다. 


냠냠 에피소드 from.동구리

🍫 술이 든 초콜릿을 착한 일로 구매할 수 있던 곳! [Anthon Berg]

Anthon Berg, 'CHOCOLATE BOTTLES'
출처: Anthon Berg 공식 웹사이트 메인 화면  
'취하는 디저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안톤버그(Anthon Berg)병 모양 초콜릿(Chocolate Bottle)! 한국에서는 해외 직구로만 구할 수 있는 제품인만큼, 유럽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기념품으로 자주 사오던 것들 중 하나다. 원래는 마지팬 바(Marzipan bar: 아몬드와 설탕을 갈아 만든 과자의 일종)로 유명했던 브랜드인데, 1922년에 처음 리큐르가 든 초콜릿을 선보이고, 1972년에 작은 병 모양의 다크 초콜릿에 리큐르를 채우는 기계 특허를 낸 후 하루에 100,000병까지 팔았다고.  

Anthon Berg, 'Pay with generosity (2012)'
출처: The Story of Anthon Berg  
사실 안톤버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2012년에 열린 'Generous Store(관대한 가게)' 팝업스토어인데, 돈 대신 '친구 집 치우는 것 도와주기', '한 달 동안 여자친구 뒷담화를 하지 않기' 등의 '좋은 일을 하겠다는 약속(Good deed promise)'만으로 안톤버그의 초콜릿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행사였다고 한다.

Anthon Berg, 'Generous Store'
출처: Anthon Berg 공식 유튜브 'Generous Store' 캡쳐  
페이스북을 통해 약속을 이행할 사람에게 알람이 간 만큼, 팝업이 끝난 뒤에도 약속을 실천했다는 게시글들이 계속 올라왔다는데- 나 역시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꼭 이런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 'You can never be too generous'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이 이상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광고가 또 있을까. (해당 광고에 대해 궁금해졌다면 여기를 눌러 더 알아보도록 하자!)  
🍷 소주만큼 독한데 달콤한 와인이 있다? [주정강화 와인]  

DOW'S FINE TAWNY PORT
달달한 맛이 좋아 모스카토 와인을 자주 찾지만, 도수가 너무 낮고 가벼워 아쉬운 와린이(와인+어린이/와인 초보자)라면 '포트와인'을 마셔보자. 독일의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와인은 대부분의 소주(진로/참이슬 후레쉬/처음처럼 전부 16.9도)보다 높은 도수를 자랑하면서도, 특유의 찐한 과일향과 단 맛으로 많은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술이다. (위의 파인 토니 포트와인 리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눌러보자!)

OSBORNE FINE WHITE PORTO
포도 과즙의 당이 알코올로 전부 발효되기 전에, 와인을 순도 77%로 증류한 브랜디를 넣어 발효를 중지시키는 방법으로 당도를 보존한 것인데- 쉽게 얘기하면 '포도를 증류해서 만든 알코올을 포도즙에 넣어 높은 도수임에도 달달하다'는 것! 마트에서도 2~3만원이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종류들도 꽤 있어 개인적으로 술 좋아하는 아버지/단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동생을 위해 가족회식용으로 자주 사가는 와인이니 여러분들도 한 번 시도해보길 바란다. (위의 화이트 포트와인 리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눌러보자!)  

Juan Pinero Cream
출처: Vivino
포트와인이 독일의 주정강화 와인이었다면, 셰리와인은 스페인의 주정강화 와인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소개할 와인은 '취하는 디저트'라는 주제와 딱 맞는 'Cream Sherry(크림 셰리)'. 드라이한 포도 품종인 Palomino(팔로미노)를 80%, 스위트한 품종인 Pedro Ximenez(페드로 히메네즈)를 20% 정도 블렌딩하여 만든 스위트 와인인데, 이 역시 포트와인만큼이나 도수가 높으면서도 달달하여 취하기 딱 좋은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 포도의 상큼한 단 맛이 아닌 캐러멜, 누가, 견과류 풍미의 찐한 단 맛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 우리나라에도 있는 달면서도 독한 전통주. [과하주] 

술아원, '순곡주-겨울의 순수 과하주'
출처: 술아원 공식 페이지  
포도를 이용한 주정강화 와인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있다면 우리나라엔 '과하주'가 있다. 한자 뜻 그대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술'인데- 봄/가을/겨울에 비해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한 잡균들로 막걸리 같은 발효주를 빚는 데에 실패할 때가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혼합하여 만든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포트와인보다 100년은 더 앞서 등장했다고.  

술아원, '경성과하주'
출처: 술아원 공식 페이지  
신기하게도 곡물 향이나 누룩 향이 지배적인 발효주와 달리 과하주는 과실이나 꽃 향 등이 강하게 난다고 한다.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하여 발효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향미가 나타나는 셈인데, 이 과하주가 궁금하다면 1670년 '음식디미방'이라는 고문헌에 나온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한 술아원의 '경성과하주'를 도전해보시길. (늘 그래왔듯 뒷광고 아니다. 전통 과하주 제조방식으로 빚는 곳을 찾아보니 여기밖에 나오지 않아 소개하게 된 것뿐. '술아원'이라는 브랜드도 이번에 조사하며 처음 알았다.)  
🍰 술에 적셔 먹는 케이크. [Savarin]  

RUM SAVARIN
출처: All my chefs New recipe  
마지막으로 소개할 디저트는 'Savarin(사바랭)'이라는 프랑스 전통 케이크(앞에서 동구리가 언급한 'Rum baba(럼 바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듯). 퍽퍽한 'Baba(바바)'라는 케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들어진 디저트라고 하는데, 이 신박한 아이디어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이미 익숙한 Chocolate Bottle이나 달달한 술 정도는 예상했었지만 이런 디저트가 존재할 줄이야. 역시 세상은 넓고 음식은 많다.

꼭 '취하는 디저트'가 아니더라도, 여러분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던 음식이 있다면 맨 아래의 '냠냠편지 답장하기'를 통해 알려주시길. '답장 우체통'에 공유되지 않길 원한다면 그렇게도 답장을 보낼 수 있으니 여러분의 다양한 음식들을 기대하도록 하겠다. 이번 한 주도 기분좋게 취한 듯 달달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

냠냠 리포트 from. 알렉스

추운 겨울 따스한 실내에 들어와 달콤한 술을 마시는 것 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동구리와 알렉스가 소개한 취하는 디저트와 함께 들어볼 노래들을 준비했다. 
The Marías - We're The Lucky Ones

나는 소문난 크리스마스 덕후다. 여름부터 캐롤을 들으며 추운 겨울을 상상하는 편인데 드디어 겨울이 되어 새로운 크리스마스 음악들을 찾아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좋아하던 미국의 팝밴드 The Marías가 얼마 전 크리스마스 노래를 발매했다. 밴드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이고 가사에도 희망찬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겨울 노래를 찾고 있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시길.
Connan Mockasin - Charlotte's Thong

낯선 매력과 동시에 편안함을 주는 Connan Mockasin 의 음악은 술과 함께하면 신비로움이 배가 된다. (작년 내한공연을 했지만 결국 바빠서 가지 못했던 저로서는 사실 코난의 음악을 들으면 서러워진답니다...) 제 기준 취향 타지 않을만한 이 음악을 여러분께 추천한다. 
Alice Phoebe Lou - Something Holy

주기적으로 매혹되는 노래가 우연처럼 찾아오는데, 이 노래는 작년 이맘때쯤 나를 매혹했던 음악이다. 여러분도 Alice Phoebe Lou 에게 매혹당하고 싶다면 뮤직비디오를 꼭 한번 시청해 보시길 바란다. Alice Phoebe Lou는 음악으로써 자신의 삶의 태도를 나타내는데, 이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른 앨범의 노래들도 꼭 한번 들어 보시길 바란다. 
Puma Blue - Want Me

평소 Lo-Fi 음악들을 즐겨 듣는다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Puma Blue는 나른한 음악을 지루하지 않게 선보인다. 느린 템보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이 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끝 부분에 있는 멋진 색소폰 파트! 여러분도 끝까지 귀기울여 들어주시길 바란다.
Happiness (Charlie Brown - You're a Good Man, Charlie Brown)

애니메이션 '피너츠'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럽고 자그마한 아이들과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뿐)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이 노래하는 행복은 처음 휘파람 부는 것을 배우거나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을 때처럼 대단하지 않은 것에 있다. 우리도 올해의 추운 겨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술을 나눠 마시면서 단순한 행복을 느껴보자.
냠냠 큐레이션 from.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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