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를 핸드메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의 경위는 이렇다.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핸드메이드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은 그 이전까지 핸드메이드는 내 삶과 크게 연관 없는 주제였다. 손으로 정성들여 만든 공예품보다는 대량 생산하는 공산품을 주로 사용하며 살았다. 아무래도 저렴한 물건을 찾아다니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핸드메이드에 대한 이해를 쌓는 일은 우선으로 핸드메이드에 대한 애정을 갖는 일에서 시작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한 생각이 손글씨와 핸드메이드가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구태여 손글씨인 이유는 문예창작이라는 내 전공이 글쓸 일 투성이이기 때문에.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문예창작과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이다. 나를 지도해주시던 선생님은 매주 과제로 원고지에 짧은 소설을 써오라고 시키셨다. 게으른 나는 과제를 미루다가  학원 가는 날의 전철 안에서 글을 쓰기 일쑤였다. 전철은 자꾸 흔들렸고 나는 맨끝 칸 구석으로 가서 유리창에 원고지를 갖다대고 글을 썼다. 글씨체는 전철의 진동에 따라 춤을 췄다.

그리고 어느 날 방을 정리하며 입시 준비로 쓴 원고지 글들을 꺼내어 읽은 적이 있다. 원고지 위 글씨들에는 전철의 진동이 남아있는 듯 했다. 종이에 패인 글씨들을 만져보는 일만으로 수 년 전에 글을 쓰던 내 감정과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 원고지에 적힌 소설들을 핸드메이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손글씨로 적은 소설은 마치 판화처럼 글을 빚어낸 일 같았다.

꼭 편지도 그렇다. 문자메세지로 안부를 물을 때와 편지지에 글을 쓸 때의 느낌은 대단히 다르다. 난 종이에 글을 쓸 때면 연필을 쎄게 쥐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더 굵게 써지는 글씨체와 연필을 쥔 손에 남는 땀은 괜히 편지에 담는 글이 더 진심처럼 느껴지게 한다. 휴대폰으로 쓰는 글에는 그런 느낌이 적다. 문자메세지에서는 글을 적는 날의 기온이나 내 몸의 상태, 방을 비추는 조명의 밝기 같은 것의 영향을 아무래도 덜 받기 마련이다. 어쩌면 문자메세지보다 편지가 좋은 이유가 곧 핸드메이드가 필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니 어쩌면 핸드메이드는 만든 이와 사용하는 이를 살갑게 연결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내게 보낸 편지를 읽을 때 거기 손글씨를 보며, 그 글씨 뒤편에 여러 번 지우고 다시 쓴 흔적이 보일 때. 아마 편지의 내용보다 그 손글씨의 체취에서 우린 더 깊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 모든 것이 핸드메이드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때때로 어느 때는 손글씨를 써야 할 순간이 온다.

또는 누구든 손글씨를 써본 적 있듯이 누구의 삶에나 핸드메이드가 있다. 
그러므로 처음의 생각을 고친다. 내 삶과 핸드메이드는 이미 친근한 사이였다.




조회수 1300만. 손글씨계의 레전드. 손글씨 유튜버 나인의 영상을 소개한다. 아니 사람들아 왜 남이 글씨 쓰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냐고요. 그건 직접 보면 알게 됩니다. 어느새 손글씨 영상을 정주행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테니까. 유튜버 나인은 인기에 힘입어 <손글씨 레시피>라는 책까지 발매한 사실. 평소 더 예쁜 글씨체에 욕심이 났다면 살펴보시길.


하지만 진정한 손글씨계의 레전드는 한석봉 선생님이 아닐까. 한석봉의 글씨를 보는 방법 중에 하나는 안동 도산서원에 가보는 것이다. 도산서원에는 한석봉이 썼다는 현판이 걸려있기도 하거니와 오랜 옛날 붓글씨를 쓰던 선비들의 향취를 맡을 수 있다. 궁금은 하지만 방은 나서기 싫은 여러분들을 위한 선물. 알고보니 ITZY가 도산서원을 대신 다녀왔다. 우리는 침대 위에서 발 뻗고 대리만족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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