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SBS D포럼에서 보내드리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오늘 SDF다이어리는 몇 장의 사진으로 시작합니다.

집중해서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진 제공 : 카림 벤 켈리파  

이 사진은 사진기자인 카림 벤 켈리파가 찍은 베를린 기차역입니다. 독일에 첫 난민 행렬이 시작된 지 2~3일째 되는 시점, 기차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평범한 독일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이는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SBS 미래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어떤 관점에서 더 깊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전장에서 취재하면서 전쟁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저널리스트인 카림 벤 켈리파의 통찰을 빌려보기로 했습니다. 카림은 SDF2019 <변화의 시작: 이게 정말 내 생각일까?>에서 <누가 적을 만들었는가?>라는 제목으로 전쟁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화두를 던진 연사이기도 합니다. 🔗 SDF2019 카림 벤 켈리파 강연 다시보기

지난 1일, SBS 미래팀에서 카림 벤 켈리파를 3년 만에 화상으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기자님을 ‘SBS D포럼’ 연사로 기억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님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자이자 스토리텔러 카림 벤 켈리파입니다. 이번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돼 큰 영광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제 전문분야는 아니라고 이미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의 관찰자이자, 국제 분쟁 전문가, 언론인으로서 분쟁을 거시적 관점에서 지켜봤으니 오늘 이와 관련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10년 가까이 분쟁 지역을 취재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뉴욕타임스>, <배니티 페어>,<스톤매거진>, 그리고 파리의 <르몽드> 사진기자로 근무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가상현실(VR) 같은 새로운 매체를 이용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저는 분쟁 현장의 ‘갈등’ 자체에 초점을 두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가 분쟁 지역 현장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분쟁 지역의 양쪽 집단 모두에게 보여진 인간성, 기본 인간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본 인간성’이란 전쟁 중에도 아이들을 돌보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 입니다.

 

또한 양쪽 집단의 공통성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는 잘 이야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만큼 공통성은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집단과 싸우거나 전쟁을 벌이려면 그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기본 인간성이 있고, 이는 우리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사실입니다.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사실을 경험을 통해 보여주는 일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Q.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쟁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오랜 시간 전쟁 현장을 취재하고 경험한 기자로서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쟁은 다양한 측면에서 지켜보고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전쟁을 ‘지켜본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인 것 같네요. 먼저 전쟁을 유발하는 지정학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시작하거나 전쟁의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쟁이든 두 부류의 사람이 모두 존재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침략하는 쪽과 침략당하는 쪽이 있습니다. 이렇게 두 집단의 사람이 있는데, 중요한 건 한쪽은 전쟁을 하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부 정책과 사람을 별개로 생각할 수 있다면 이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과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서로에게 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전쟁이 멈추길 원합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평화가 따라야 하는데, 평화가 자리 잡으려면 프로파간다로 강요한, 상대를 향한 적대감 등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만 상대와의 공통성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와 상대 간의 공통성은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물과 사랑이 필요하고, 자녀가 있거나 낳을 계획을 합니다. 이런 미래의 유산을 남기려면 공통성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주변 소음에만 귀를 기울이면 이런 점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사실 이것이 전쟁 메시지의 주된 목적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하게 생각하게 만들어 하나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큰 공통성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해야 합니다.

 

또한 지정학적 요인, 즉 국가 방어와 영토 확장과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을 사람과 별개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는 군인들에게 어떻게 분쟁을 해결할지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에게 평화와 폭력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이들이 “제가 생각하는 폭력은..” 혹은 “제가 생각하는 평화는..” 이라는 답을 할 때 서로 간의 공통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공통성을 한번 찾고 나면 상대와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방식은 전쟁을 알리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사람이고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은 금기를 깨고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과 지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카림이 취재한 것처럼 개인 간의 연대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국제적 연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 부분에 대한 카림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Q.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개인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기자님이 보시기엔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몇 주 전 파리에서 <르몽드>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취재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매우 놀랍습니다. 선한 본성이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현상입니다. 고통 받고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선함이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내면의 두려움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다른 사람을 돕습니다. 이는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텔레비전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와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카림 벤 켈리파  

제가 베를린 기차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촬영할 때 평범한 독일 시민들을 많이 봤습니다. 이들은 ‘방 있습니다’, ‘3인 숙박 가능’, ‘자녀 있는 가족 환영’, ‘자녀 둘인 어머니 환영’ 등의 문구를 들고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려고 했습니다. 너무나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단 2-3명 일지라고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폴란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방법으로 도우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아주 좋은 예입니다.

 

한편 이를 조금 비판적인 시선에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난민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유럽인들의 반응은 매우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난민들 틈에 테러리스트들이 잠입해 테러를 저지를 것이라며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시각적으로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머리에 베일을 두른 어머니와 머리카락과 피부가 어두운 두 자녀의 모습. 그 때는 지금처럼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불편한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전쟁의 위험을 피해 민간인이 고국을 탈출하고 있습니다. 유럽인들과 외모가 흡사한 사람들(백인)에게는 국경을 활짝 열어주고 있지만, 다르게 생긴 이들이 고통에 처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NGO 등이 알아서 상황을 정리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슬픈 일이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피부색이나 출신지 등과 관계없이 모두를 동일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도 단지 새로운 곳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떠나지 않습니다. 특정 난민들을 피부색과 출신지 때문에 도울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도울 수 있습니다. 이들 모두 같은 사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Q. 세계적으로는 타 국가들과의 화합보다는 더욱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갈라서고 있는 모습인데요. 적극적으로 나서는 개인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왜 지금의 개인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한다고 보시는지요?

우리는 더 이상 정부가 상황을 모두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우리 안의 공감 능력과 연민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를 향한 구호 활동을 보고 있으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세계 다른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에는 눈을 감아버린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구호 활동을 좋은 사례로 삼고, 이를 세계 다른 곳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5년 후에, 두 달 후에 또는 20년 후에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남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위해 행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누구도 우리 능력 밖의 일을 주문하지는 않습니다.

오랜 시간 전쟁의 한복판에서 그 현실을 목격하고, 그 가운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온 카림이기에, 그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이란 무엇일지 궁금했습니다.

 

카림은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훨씬 부유하고,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동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겐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 입니다” 라면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나만 잘 살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는데요.

 

전쟁이라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선택권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삶을 헤쳐 나가야 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노력으로 더 나은 세상을 여는데 힘을 보탤 수 있을까요? SBS D포럼도 묵직한 책임감으로 더 깊이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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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DIARY 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최예진 작가 시사뉴스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채희선 기자 : 2010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건, 법조, 경제·산업, 방송통신정책, IT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뉴미디어국 비디오머그 등에서 일하면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서 무엇을 보도해야 할지, 구독자님들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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