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햇살 같은 여러분. 🌞

며칠 전에, 스프링샤인의 동물박사-아티스트 짜욱이 갓 만든 따끈따끈한 동물 피규어 하나를 갖고 와서 스프링샤인 크루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동물인지 물으니 짜욱은 힘차게 "담!비!"라고 알려주었어요.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에 오밀조밀한 눈코입이 완벽하게 붙어 있는 클레이 담비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빛나는 재능을 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굉징히 귀한 기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쿤체는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 자갈 비탈길에서도 돌 틈에서도 /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라는 시를 남겼는데요. 재능이란 잠시 숨죽일 수는 있어도 사라질 수는 없어서, 때가 오면 그 빛이 반드시 새어 나가게 마련인 듯 합니다.

오늘도 세상에 숨어 있는 빛을 여러분께 전달하러 왔어요. 샤인레터 8호 시작합니다.

오늘의 콘텐츠

ㆍ와썹 샤인ㆍ

# 따라다랏다(BGM.러브하우스) 스프링샤인 기능보강 공사 완료

# 장애인 어울림 노래경연대회, 특별 마술공연, 성공적

# 스프링샤인 웹툰 어디쯤 왔니…? 문앞입니다.

ㆍ프리즘뉴스ㆍ

# 장애·비장애 통합극단

따라다랏다~ (BGM.러브하우스)

스프링샤인 세라믹 스튜디오 기능보강 리모델링공사 완료

지난 9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한 복지현안 지원사업을 통해 스프링샤인 세라믹 스튜디오의 탈의실과 화장실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오랜 공사 끝에 완성된 공간, 어떤 모습인지 살짝 보여드릴게요.

화장실의 온수배관을 매설하고 신식 세면대를 설치했으며 탈의실의 공동 사물함을 개인 사물함으로 바꾸어 소지품 보관이 더욱 용이하도록 했습니다. 바뀐 공간을 이용하며 아티스트 분들은 일상생활 훈련까지 가능해졌어요.

해리 마술사의 영등포 진출

성.공.적 🎩

10월 27일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영등포구지회에서 주최한 '제3회 장애인 어울림 노래 경연대회'가 영등포 KR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스프링샤인의 해리포터, 아티스트 해리가 특별마술 공연을 펼쳤는데요. 해리 특유의 해맑은 분위기가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껏 유쾌하게 만들었다는 소식입니다. ✨이토록 다재다능한 스프링샤인 아티스트들의 활동,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 장애·비장애 통합극단 #영국 하이징스(Hijinx Theatre)를 아시나요?

지난 9월,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당 영화는 캐스팅 발표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논쟁의 도마에 오르는 중인데요. 가장 큰 쟁점은 주인공 에이리얼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에 관한 것이죠. 덴마크 동화가 원작인 인어공주에 흑인 배우가 캐스팅된 것부터 할리 베일리의 외모가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라는 것,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점을 들어서 SNS상에서는 '#NotMyAriel' 보이콧 운동까지 일었습니다. 영화를 설명하는 글에서는 화이트 워싱의 반의어로 등장한 블랙 워싱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도 있죠.

이처럼 워싱에 대한 팽팽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연극영화계. 그런데 해외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민감한 주제였던 워싱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이른바 '크리핑 업(cripping up)'에 대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오아시스(2002)], [말아톤(2005)], [굿닥터(2013)] 등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더러 있었지만 항상 배역을 맡은 것은 비장애인 배우였고 장애를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것으로 찬사를 받고는 했죠. 올해 방영된 [우리들의 블루스]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필두로 이제 막 크리핑 업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생겨나는 중이지만 장애인 캐릭터를 실제 그 장애를 가진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여전히 생소합니다.

여기에 특이한 극단이 있습니다. 극단의 배우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배우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배역을 맡아 무대에 오릅니다. 연극의 연출가는 연출가라는 배역으로 열연을 펼칩니다. 그 누구도 무대에서 자기 자신이 아닌 역할을 맡지 않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극단, 영국의 하이징스(Hijinx)를 소개합니다.

하이징스는 2012년 7명의 발달장애인 청소년이 참여한 연기 수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수업을 진행한 하이징스의 클레어 윌리엄스 대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이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표현들을 목도하고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장애인 배우들이 제시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눈부신 재능이자 꼭 필요한 '환상적'인 조건이었죠. 이 수업을 계기로 하이징스는 장애인 훈련생을 대상으로 한 연기 아카데미 비중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합니다.

하이징스의 대표적인 작품은 2016년에 초연해서 지금까지도 인기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연극 '프레드(Meet Fred)'입니다. 2019년에는 영국문화원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공동 주최한 '이음 해외공연 쇼케이스' 시즌 개최작으로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어요.

프레드는 눈 코 입이 없는 흰 헝겊 인형인데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형이 아닌, 인형인 그대로 인간사회에 살아가려는 존재입니다.

상자에 담겨서 무대에 오른 프레드는 인형사 세 명의 도움을 받아서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인형생활수당'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지요.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프레드지만 고용센터에서 제안하는 일자리는 아이들의 파티에 참석하는 피에로 뿐입니다. 프레드는 광대가 되기를 거부하지만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인형생활수당을 받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움직여줄 인형사들을 하나 하나 해고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렇게 프레드는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고 6개월마다 고용센터를 찾아가서 자신이 여전히 인형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수당이 끊길 위협에 처해야 합니다. 이는 영국의 복지현실과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가 사회에서 받는 처우를 반영한 것이죠. (결국에는 인형생활수당 금액이 깎이면서 인형사 한 명이 해고되고 프레드는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하이징스의 연극 아카데미는 800시간의 교육훈련을 통해 장애인 참여자를 전문 배우로 육성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합니다. 서커스, 가면극, 코미디 등 해당 분야의 연기 전문가들이 교육하는 이 수업은 다른 드라마 스쿨과 달리 대본이 없는 것이 특징이에요. 대신 놀이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발달장애인 훈련생들은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호흡을 맞춥니다. 훈련생들의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은 곧 작품의 초석이 됩니다.

훈련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연기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외부 오디션이 있을 때에는 하이징스의 스태프들이 동행해서 지원합니다. '우린 다 가르쳤으니 나가서 혼자 잘 해봐' 같은 방식은 하이징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클레어 윌리엄스 대표의 말처럼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이 정규 교육을 마치고 19세가 되면 마치 은퇴라도 하듯 세상에서 더 이상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져 버리는" 현실 속에서 훈련생이 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2012년 아카데미 개소 이래 8년 만에 하이징스 소속 배우는 70여명으로 늘어났고, 행사 때마다 완판되는 티켓파워를 자랑하게 됐습니다. 아카데미의 입소 대기자도 줄을 잇고 있으며 입소를 위해 하이징스의 본거지인 웨일스로 이사를 오는 희망자도 있다고 해요.

이런 하이징스에게도 숙제가 있는데요.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을 지향하지만 장애인 배우를 위한 캐스팅 플랫폼을 갖고 있다 보니 배우들이 가진 다양한 면모가 '장애'라는 정체성으로 압축되어 드러난다는 점이에요. 어떤 단체는 소위 '장애인 극단'과 협업해서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는 계산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장애인과 작업했다는 만족감 충족을 위해 협업을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하이징스는 더욱 극단과 캐스팅 담당자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합니다. 하이징스의 활동 목적은 복지가 아닌 예술적 주류화. 곧 발달장애인 배우의 연기를 공연, 영화, 드라마 등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요. 이를 위해 고안한 발달장애인 캐스팅 가이드라인은 발달장애인이 작품 안에서 왜곡되게 묘사되지 않고, 장애인 배역에 당사자를 캐스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곱가지 조항으로 되어 있으며. 클레어 윌리엄스 대표는 "2030년까지 오스카, 골든 글로브 등 주류 시상식에서 발달장애 배우가 상을 받도록 하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당당한 포부를 밝힙니다.

영국은 2012년 런던문화 올림픽 이후 꾸준히 장애 예술가를 발굴하고 적극 지원함으로써 장애 예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하이징스 외에도 극단 그라이아이, 현대무용단 칸두코 등 여러 분야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 포용적인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하이징스의 윌리엄스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작업이 분명 더 나은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서 일하고 생활하는 경험은 아직 생소하지요. 미디어에서도 장애인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국내에 264만4,700명의 장애인이 존재한다고 숫자로는 쓰여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캐릭터 '이영희(정은혜 분)'가 등장했을 때 '박정준(김우빈 분)'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영희 누나 보고 놀랐어. 그런데 나는 그럴 수 있죠. 다운증후군을 처음 봤어요. 그게 잘못됐다면 미안해요.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어요."

장애인이 외출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미디어에서 조차 자주 볼 수 없는 '특수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이 아쉬운 것입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워진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너무 많습니다.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많아지고, 기획에 실제 장애 당사자가 참여하며 그 역할을 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그런 세상은 어떨까요? 이렇게 지워진 것들을 다시금 보이게 만들고 침전한 존재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하는 일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국내에도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극단이 있어요. 극단 '라하프'인데요. 발달장애인을 위한 뮤지컬 극단으로서 출연진의 80%를 장애인 배우로 구성한다고 합니다. 올해 10월에도 창작 뮤지컬 '드리머스'가 티켓 완판되는 쾌거를 이뤘어요. 아래 첫번째 기사에서 라하프의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샤인레터는 여기까지예요. 어떠셨나요?

오늘은 긴 인사말 대신 시 한 편을 소개하며 마치려고 합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애쓰는 우리 모두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11월에는 다섯 번의 수요일이 있어요. 샤인레터는 3주의 재정비 시간을 갖고 마지막주 수요일에 돌아올게요. 9호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