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빙 스쿨〉(감독 유수진) / 〈나들이〉(감독 이유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92 인디그라운드 온라인상영관 특집
1월 26일 오늘의 큐 💡
Q. '내힘들다'를 뒤집으면...? 🙃

님, 모두 지쳐있는 세상이긴 한가봐요😔 거리 곳곳, 건물 곳곳에 힘내라는 메시지가 자주 눈에 띕니다. 왜, 자주 쓰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잖아요. "'내 힘들다'를 뒤집으면, '다들 힘내'💪" 근데...그런 말을 들으면 제 안의 까칠세포가 깨어나버리는 것 같아요. "그럼 '다들 힘내'를 뒤집으면 '내 힘들다'잖아요!! '다들 힘내'를 뒤집어버릴거야!😭
힘이 없는데 어떻게 뒤집어요!😂 힘들 땐 그냥 "내 힘들다!!" 외치고 외쳐야만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오늘은 그런 영화들을 준비해봤습니다. 

내 미래도 불확실한데 운전면허까지 불확실하다니! 운전면허를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있다면 모두가 공감할 작품, 유수진 감독의 <드라이빙 스쿨>. 그리고 레즈비언 커플의 전남편 조문기! 이유진 감독의 <나들이>를 소개해드릴게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나에게 맞는 삶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그건 실패라고 할 게 아니라,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을지도요. <드라이빙 스쿨>을 보고 '내 힘들다!!' 시원하게 외친 뒤, <나들이>를 보고 '나 힘낸다!!'를 외치면 좋은 코스가 될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해드린 영화들은 모두 인디그라운드 온라인상영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디그라운드의 회원가입이 필요한데요. 매달 새로운 작품의 온라인 상영이 진행되니 요 기회에 가입하시면 즐거운 독립영화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거예요🙆 
님, 요번주 금요일(28일)에는 인디즈 큐!레이션이 찾아옵니다. 메일함으로 인디즈가 선정한 단편영화를 보내드릴게요. 요거 보시면서 설 연휴 지나서, 2월 9일 레터로 만나요!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남들은 다 하는 거라고? 🚖
이제 곧 설날이에요🌝 마냥 들뜨기 보단 이래저래 걱정되는 일들도 많은데요. 오미크론 대유행을 앞두고 이동이 조심스러운 올해지만, 명절의 최대 고비 중 하나! 바로 차량 정체, 꽉 막힌 도로 아니겠어요?😵 이 작은 나라에 차는 왜 이렇게 많은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쌩쌩 달리는 차들이 참 귀찮기도 했는데요. 어느날, 면허 주행시험을 앞두자 저의 생각은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럼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운전면허가 있다고...?" 남들은 다 하는 거라는데, 난 왜 이것도 못하지?😭😭😭
<드라이빙 스쿨>의 '선'(이태경)을 보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 운전면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날이 떠올랐어요💭 꼭 엎친데 덮친 느낌으로, 이것마저 안되니 어찌나 야속하던지요.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쉬운 일만은 아니였어요. 나에게는 유달리 힘든 일도, 또 내가 유달리 지칠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면허가 철박했던 선의 우당탕탕 도로주행시험기. 이 세상의 모든 면허 취득자/응시자/탈락자/무관심자에게 바칩니다.
드라이빙 스쿨(감독 유수진)
오늘 꼭 도로 주행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최선은 트럭에 다짜고짜 탑승하는 사람들 때문에 위기에 놓인다. 한 번도 완주하지 못한 선은 오늘 완주할 수 있을까.

최선의 미래
〈드라이빙 스쿨〉
 
최선(이태경 역)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남자친구는 제대 후에도 자신과 만날지 믿을 수 없고, 얼마 전 면접 본 영화 스태프 일은 선에게 없는 1종 면허가 필요하다. 게다가 선의 면허시험 응시표에는 붉은색 불합격 도장만 가득하다. 선은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군대) 나와서도 나 만날 거야?” 면허를 따지 못하면 물 건너가는 일자리도 그렇지만 교회도 다니는 애가 왜 이렇게 믿음이 없냐며 함께 영화 만들 그날을 약속하는 남자친구도 못 미덥다. 얼마 전 본 타로 점괘는 두 사람의 이별을 예견했다. 이번 도로주행 시험에는 합격해야 선의 인생에 하나라도 확신할 수 있는 미래가 생긴다. 과연 최선은 시험에 합격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얻을 수 있을까?
도로주행 시험 당일, 선은 같은 차량에 탑승한 응시생에게 안전벨트를 매야하는 걸 슬쩍 알려주지만 막상 자신이 운전대를 잡은 뒤에 벌어지는 일에는 속수무책이다. 핸들을 쥔 사람은 선인데, 옆에서 뒤에서 말을 보태니 정작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들고 만다.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는 일을 인생에 비유한다면 남의 인생에 훈수 두기는 쉽고 내 일은 언제나 버거운 법, 선은 버거운 인생 문제의 답을 늘 남에게서 구했다. 타로카드, 군대 간 남자친구, 오늘의 운세. 그러나 아무 것도 그의 미래를 맞추지 못했다.
 
면허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그 일자리는 결국 최선의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되기 전에 우리가 갖춰야 하는 것들은 너무 많다. 수많은 시간을 준비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뭔가 하기 충분한 때는 오지 않는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갖춘 사람 앞에 언제든 자격미달이 되어버리는 것이 최선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미래다.
 
선은 자포자기한 얼굴로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었던 일을 떠올려본다. 아흔 아홉 개가 힘들어도 단 하나의 짜릿한 순간 때문에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을 기억해내고 미소 짓는다. 다 틀렸다고 느낀 순간, 그는 자신의 영화를 만들 용기를 찾아낸다. 어쩌면 최선의 삶이라는 건, 유비무환의 자세가 아니라 험난한 삶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 게 아닐까. 그 용기는 구질구질하고 별 볼일 없는 자신의 삶을 마주보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다. 이제 선은 더 이상 타인에게 그의 앞날을 묻지 않는다. 그에게는 할 일이, 가야할 미래가 분명히 있으니까. 그 미래는 어떤 훈수와 무임승차에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인디즈 은다강
이 여자들이 사는 법 👭
<드라이빙 스쿨> 속 선의 모습에 함께 맘졸였다면, 이번에는 장거리 운전자도 보여드립니다😎 조금 삐걱대긴 해도 여유로워보이는 드라이버, 중년의 '금자', 그리고 '여옥'은 간만에 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납니다. 근데 놀러간다기엔...조금 비장해보이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목적지는 여옥 전남편의 장례식장이에요. 잘 모르긴 몰라도 그리 유쾌한 방문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래도 이렇게 단 둘이 차 타고 멀리 가는 일은 참 간만의 일입니다. 산전수전 볼 장 다 본 두 여자, 고개를 푹 숙이는 대신 당당하게 나란히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이 부부야 말로 "다들 힘내!"를 외쳐주는 듯 합니다😍 다시 씩씩하게 길을 나서자구요!
나들이(감독 이유진)
금자와 여옥 부부는 여옥의 전남편 부고를 듣고 20년 만에 고향 길에 오른다.

아픔을 유쾌하게 마주보기
〈나들이〉
     
옥아, 이러고 있으니까 꼭 나들이 나온 것 같다, 그치?” 먼 길을 떠나는 부부, 여옥과 금자가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곤 잠시 차에서 내려 여유를 만끽한다. 그들은 여옥의 전남편 부고 소식을 듣고 20년 만에 고향을 향하던 중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던 아픈 과거를 마주하러 가는 그들의 여정은 나들이가 될 수 있을까.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잠을 청하던 부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것은 여옥의 전남편의 현부인 미정으로부터 온 것이다. 내용은 여옥의 전남편 부고 소식. 두 사람은 금자가 운전하는 차에 몸을 싣고 장례식장으로 출발한다. 여옥은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에 자꾸만 날카로워진다. 금자의 서글서글한 대응에도 고향길에 오른 게 잘한 선택인지에 관한 의구심으로 영 불편하고 불안하다. 여옥과 금자에게 고향은 자신들을 부정당해 떠나온 곳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들어선 장례식장에서는 역시나 환영받지 못하고 도착과 동시에 내쫓기고 만다. 그렇지만 그들을 뒤따라 나온 미정과의 따뜻한 식사와 진심 어린 대화로 그들의 여정은 허탈함이 아닌 홀가분함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레즈비언 부부가 과거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그려내기보다는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고향이 그랬듯 자신들도 고향을 부정하는 여옥과 금자에게 주유소 직원이 동향 서비스라며 잔뜩 안겨준 사은품을 받아 가는 모습은 따뜻한 웃음을 유발한다. 이어 여옥과 금자가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을 바라보며 내뱉는 고향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경쾌한 BGM으로 둔갑하여 부부의 등장을 밝게 장식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려움에 외면했던 무거운 과거를 오롯이 마주한 그들은 마음 한편을 개운하게 덜어내며 진정한 나들이로 한 발자국 내디딘다.
     
인디즈 유소은
3분이면 컵라면이 익고, 카레가 완성되고, 시야가 넓어지고...👩‍🦽 

3분. 짧은 시간이지만 꽤나 많은 걸 할 수 있죠. 컵라면도 익고, 카레도 데워먹을 수 있고, 삶의 시야가 넓어...오잉, 시야까지요?😮 
이 애니메이션에 투자하신다면 가능합니다! 최진욱 감독의 눈이 즐거운 3분 애니메이션 <선을 넘어>도 추천해드릴게요. 알록달록 화려한 화면과 시원한 레이싱에 눈이 즐거운데요. 도로에 넘쳐나는 자동차 대신, 일상의 도보와 대중교통에선 보기 어려운 휠체어가 주인공이에요. 자동차가 다니기 좋게 도로를 갈고 닦는데, 왜 휠체어의 통행로는 도무지 좋아지지 않을까요? 신나게 작품을 즐긴 뒤 이동권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면, 3분은 우리의 시야를 바꾸기 충분한 시간이 될 거예요
<선을 넘어>(감독 최진욱)
레이싱 카처럼 빠르게 달리고 싶은 꿈을 꾸는 휠체어의 이야기

뭐야, 이틀밖에 안남았잖아 😡
"오늘 인디즈 큐 읽고 영화 보러들어갔는데...28일까지잖아요!"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한 인디즈 큐...아쉽게 상영일을 놓쳐버리셨을 인디씨커분들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인디그라운드에서 2월 1일부터 또 새로운 영화들을 보실 수 있어요. 이번엔 장르물이다! 공포, 미스테리, 액션, 서스펜스까지. 독립영화의 강렬한 맛을 느끼실 수 있는 다음 온라인 상영관 소식도 두고갈게요.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큐레이션 ②] 독립영화의 맛! #취향 #장르 #서스펜스 #스릴러
짜릿한 장르 취향껏 즐기기
상영일정 :  2월 1일(화) - 2월 14일(월)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두 번째 큐레이션 ‘독립영화의 맛!’을 소개합니다. 
사라진 아내, 로또 1등 당첨! 슬쩍 살펴보아도 흥미진진한 녹즙기 판매원 도맹수의 고군분투 여정 봉준영 감독의 <럭키 몬스터>부터 오민애, 김재화 등 배우들의 서늘한 연기와 인상적인 촬영이 돋보이는 미스터리한 마을의 이야기 이탁 감독의 <불모지>, 어머니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집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다룬, 한해인 배우의 눈빛이 계속해서 마음에 맴도는 남순아 감독의 <유산>,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아이러니를 다룬 이태경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임의준 감독의 <입관>,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파격적이면서도 날카로운 현실의 비판적 시선이 돋보이는 제이 박 감독의 <조지아>, 퀵 배달 기사가 외딴 창고 속 캐비닛에서 마주하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이야기 손동완 감독의 <캐비닛>까지. 숨 돌릴 틈 없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까지, 그야말로 독립영화만의 매력과 감독의 다양한 취향을 선보이는 6편의 독특한 작품을 이번 큐레이션을 통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인디스페이스는 이사중 💨
종로구에서의 상영을 마무리한 인디스페이스! 곧 새로운 장소를 공지할 예정입니다. 다음 인디즈큐에서는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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