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 서론에서 이야기된 정치사상 중 저는 카마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카마트는 "가속주의자가 결코 아닌데도 … 가속주의를 위한 무대를 설정한다."고 하는데요, 관련해 24쪽에 '아나코-원시주의 사조'라는 정치사상이 카마트에게 큰 영향을 받은 정치사조라고 합니다.
“아나코-원시주의(Anarcho-primitivism)는 문명과 기술에 대한 극도의 염세적 시각을 바탕으로 문명은 해방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비문명적인 원시주의적 세계를 이상화하는 흐름이다. 아나키 운동에서는 원시주의(심층생태학과 함께)는 존재를 위해 문명이 필수적인 사람들(장애인 트랜스젠더 등)이 존재함을 무시하며, 모든 사회문제를 정신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단순한 주장을 펼치면서 인간혐오를 조장하고, 원시사회를 대책 없이 이상화한다는 강한 비판이 존재한다.”
[위키백과] 아나코원시주의↗
ㄱ) 아나코-원시주의 설명을 보면 감속주의 흐름 같은데 가속주의 책에 언급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ㅈ) 원시주의는 감속주의의 대표적 경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ㅂ) 서론에서는 카마트에 관해서 23, 24쪽에 짧게 서술되어 있어서 잘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가속주의와 감속주의의 근본적인 목표는 다르지 않고, 둘이 만나는 지점이 카마트를 통해 표현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ㅈ) 심층생태주의와 아나키즘 일부에서 이런 경향이 발효됩니다.
ㅂ) 그런데 24쪽 구절을 다시 살펴보니, 카마트를 통해 가속주의와 감속주의가 만난다기보다는 카마트를 통해 감속주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ㅈ) 위키에 카마트는 Jacques Camatte(born 1935) is a French writer and former Marxist theoretician and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st Party, a primarily Italian left communist organisation under the influence of Amadeo Bordiga. After Bordiga's death and the events of May 68, his beliefs began to fall closer to the tendencies of anarcho-primitivism and communization, and would later influence accelerationism. 이렇게 소개되어 있네요. 좌익공산주의→아나코원시주의적 공통화→가속주의
ㄱ) 카마트가 우리가 처한 극단적 곤경을 날카롭게 설명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하게 만든다는 것 같습니다. “소외는 어디에서 끝나고 가축화는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ㅈ) 다음 시간에 카마트의 글도 포함시켜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관심이 가는 사람들의 글을 골라 읽자는 것이 우리 취지였으니까요.
ㅂ) 네, 좋습니다. 카마트로부터 절실한 질문들이 터져나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ㄱ) 날카로운 현실 비판(이대로는 정말 안 된다)이 무분별한 탈성장을 향하거나 닉 랜드처럼 극우로 향하거나 아나코-원시주의로 향하거나 좌파 가속주의를 향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분기하는 것을 보면 비판으로 부족하고 비판 이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ㅂ) '비판 이후'라면 비판한 현실과는 다른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까요?
ㄱ) 네. 현실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한 뒤에 그 비판에 기초해서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글인 퍼트리샤 리드의 글이 이런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다음 시간에 같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ㅈ) 원시주의적 탈성장론이 심층생태주의와 결합되어 나타날 때 생태파시즘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좌/우’라는 기준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ㄱ) 위키의 설명입니다.
“에코파시즘과 생태주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강조에서 비롯된다. 환경 보호를 중시함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생태주의는 민족에 방점을 찍지 않으며, 다양성 존중을 우선 가치로 둔다. 반면 에코파시스트는 환경 파괴의 원인을 타 민족에 두어 민족우월을 강조하고 다른 민족의 제거를 정당화하는데 사용한다. 특히 이러한 '에코파시즘'이 환경보호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두는 회의론자들은 나치가 만든 환경보호법들이 전쟁이 시작되면서 무시되고 환경단체들이 힘을 잃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오히려 이들의 생태주의적 레토릭을 이용해서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필요하다면 마구잡이로 난개발했음을 주목한다.”
[위키백과] 에코파시즘↗
ㅈ) 알렉스 윌리엄스와 닉 서르닉의 글에 나오는 folk politics가 통속정치로 번역되어 있는데 혹자는 민중정치라고도 번역한 것을 보았습니다. 편자들도 알렉스와 닉의 F.P. 비판을 일정하게 수용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전통적인 좌파 정치를 folk politics로 요약한 후 그것을 괄호 속에 넣는 것이 제도 정치로 경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알렉스와 닉의 글도 다음 시간에 포함시켜 읽으면 좋겠습니다.
ㄱ) 한국어판 서문에 인용된 가디언 기사에 보면 윌리엄스와 서르닉의 글은 2014년 발표 이후 온라인에서 '좌파 가속주의'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르는 정치와 철학 블로그에는 스르니첵과 윌리엄스가 '좌파 가속주의'라는 새로운 정치 철학을 창시했다는 개념이 퍼졌습니다.”
[The Guardian] Accelerationism: how a fringe philosophy predict the future we live in↗
ㅂ) 서론에서 <발효>의 뒷부분에 J.G. 밸러드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습니다. 밸러드는 '과학소설의 역할을 “점점 더 인공화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리얼리즘”으로 옹호'하고, 또 과학소설을 '그 가속의 한 성분으로도 옹호한다'라고 하는데요, 저는 최근에 60년대 SF들을 읽으며 과학소설들이 "이미 진행 중인 전 지구적 산업 및 소통과 소탈하게 융합하는 노선을 따라 SF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 관한 문제를 많이 느낀 터라 다음 시간에 J.G. 밸러드의 글도 함께 읽고 싶어요.
ㅈ) 닉 랜드 식의 가속주의가 자본주의에 동화되어 가는 것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되는데 folk politics에 대한 거부가 다중의 공통화 문제를 배제하는 쪽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ㄱ) 아래 글에서 스티븐 샤비로는 통속 정치라는 명칭 자체가 멸칭으로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불행하게도, 스르니체크와 윌리엄스가 지역주의적 및 수평주의적 전술들을 ‘통속 정치(folk politics)’로 규정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에게 유리하지 않다. 그런 명칭은 대단히 내려다보는 듯한 것이다.”
[사물의 풍경] 스티븐 샤비로:오늘의 포럼-가속주의 없는 가속주의↗
ㅈ) 샤비로는 SF도 (주류 가속주의적 독해보다는) 탈인지, 감수성론의 방향에서 독해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감수성을 가속시켜라”라고나 할까요.
ㅂ) 감속주의의 한계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서 제헌력만 보고 구성력을 놓치는 것이라면, 가속주의의 한계는 생산력의 잠재적 힘, 가능성 등에 집중하면서도 '통속'을 혐오할 때 (잡스러운 것과 거리를 두려 할 때?) 자본주의에 동화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ㄱ) 주류 가속주의는 어떤 가속주의인지 문의 드립니다.
ㅈ) 알렉스와 닉의 가속주의가 나오기 전까지 가속주의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력“을 가속시키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하는 닉 랜드 형 가속주의가 주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