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감독 윤단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6 〈남매의 여름밤〉
9월 16일 오늘의 큐 💡
Q.님에게 여름의 매력은?🌌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유난히 푸르고 높은 하늘,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을 통해 여름이 지나갔다는 게 느껴져요. 유난히 어영부영 가버린 것 같은 이번 여름! 조금 아쉬운 분들도 계시죠? 님이 생각하는 여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방학과 휴가, 시원한 물놀이, 가벼운 옷차림, 맛있는 수박과 팥빙수 등등!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이건 모두 공감하실 걸요. 바로 여름밤! 
여름은 여름밤이 있어 완성되는 계절인 것 같아요. 창밖의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숙제를 채우던 기억이나, 깔깔한 홑이불을 꺼내 덮던 기억, 아니면 가족, 친구, 좋아하는 사람과 밤길을 산책하던 기억 등등. 복기해보면 이상하게 훌쩍 커버린 느낌이 듭니다. 

식물들이 여름볕에 쑥쑥 자라듯, 우리도 어떤 해 여름에는 쑤욱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여름밤을 지내고 성숙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입니다. 여름날 우리들의 이야기라면 또 생각하는 영화가 있죠.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도 잠시 짚고 넘어갈게요👌
그리고 윤단비 감독과 옥주, 동주가 찾아왔던 봄날! 인디피크닉 <남매의 여름밤> 인디토크 현장도 소개해드립니다. 요 이야기가 담긴 배포지, 인디즈 8호가 출간되었어요. 코로나로 인해 여러 극장에서 소식지를 겟!하기 어려우실까봐, 이번엔 PDF 파일로 배포한다는 사실! 메일 하단을 확인해주세요

 〈남매의 여름밤〉 리뷰:
환상의 콤비, 안온한 앙상블

〈남매의 여름밤〉을 보다 보면 유년의 여름방학이 떠오른다.  장면 속엔 낡은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약풍, 얇은 홑이불 질감, 가끔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있는 쨍한 매미 소리,  같이 둘러앉아 먹던 물기 많은 과일로부터 느낄  있는 무수한 공감각이 있다. 지금은 여름방학과 완전히 멀어진 성인이 됐다. 정오 넘어서까지 낮잠을 자고 방학 숙제로 EBS 교육 채널을 보는  일과의 전부였던 그때가 그리워도, 다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글쎄. 아마도 돌아가지 않을  같다. 기쁘고 즐거운  뒤에 언제나 슬픈 일, 치사해지는 일, 초라한 일들이 함께 일어난다는  지금보다  견뎠기 때문이다. 
 
영화  옥주에게도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치사하고, 초라한 일들이 벌어지는 여름이다. 옥주와 남동생 동주, 아빠는 반지하를 떠나 이사를 간다. 이사 트럭이 아닌 다마스 뒤 칸에  식구의 짐을 싣고 도착한 곳은 오래된 2층짜리 양옥집이다. 옥주는  상황이 할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일이라는  안다. 옥주보다 어린 동주는 그런 일을 모른다. 얹혀산다는 단어가 가지는 뭉근한 부끄러움도 모르는 일이다. 옥주네 가족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 뒤에 고모도 들어와 살기 시작한다. 남매는 설날도, 추석도 아닌데 3대가 모여 있는 왁자지껄한 대가족 형태로 여름방학을 맞이한다. 
(...)
추측하건대, 옥주의 여름은 빈자리를 실감하는  같다. 영화가 옥주의 시선을 가장 많이 보여주니, 어쩌면  영화는 빈자리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 그 해 옥주는 부재의 중량을 체득한다. 그건 당연하게 거기 있을 줄로만 알았던 대상이 사라진 상태,  그대로 비어있는 자리를 실감하면서 밀려오는 일이다. 

옥주가  인분의 사람으로 성숙하는 계절을 겪는 동안 영화가 성장통에 침체되진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래서 안전한 쉼표가 언제나 정확한 곳에 있다.  숨구멍은 동주의 역할이다. 동주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웃음이 나서 들숨과 날숨이 절로 작동한다. (...)성이  옥주가 방문을  닫으려는  ,  사이에 코끼리 인형이 껴서 형편없이 솜뭉치 찌그러지는 소리가 나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귀엽고 기발한 장면인데,  코끼리가 동주의 애착 인형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영화의 완급을 조절하는 동주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인할  있다.  

옥주와 동주,  주자 돌림 남매는 이렇게나 다른 결처럼 보인다. 정반대의 남매지간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콤비 덕분에 영화는 적정한 리듬으로 유년이라는 평균대를 유려하게 걸어 나간다. 그래도  영화의 성취가 온전히 남매의 공로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때, 아빠와 고모의 관계 또한 남매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은 남매인 옥주와 동주,  남매인 아빠와 고모, 할아버지 그리고 모두를 품는 낡은 이층집이 함께    영화가 가진 ‘따뜻함’과 ‘평안함’이라는 장점은 최대치를 달성한다. 그러니까 〈남매의 여름밤〉은 환상의 콤비에서 시작해 안온한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같다. 이토록 따사롭게 데워진 가족 오케스트라라니, 당신에게도 청취를 권하고 싶다. 

-인디즈 14기 이주혜
우리가 겪었던 여름
성장의 계절, 여름. 어린 시절 땀을 뻘뻘 흘리며 벌개진 얼굴로 냉수를 들이키던 기억 다들 있으신가요? 마냥 걱정 없는 듯 보여도, 분명 뜨거운 햇빛만큼이나 치열한 내 안의 싸움 역시 있었던 것 같아요. <남매의 여름밤> 속 옥주의 조용한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보면, <우리들> 속 선과 지아의 미묘했던 여름 또한 떠오르곤 하는데요. <남매의 여름밤>으로 여름밤을 즐겼다면, 봉숭아빛 여름의 낮도 만나보세요!
옥주와 동주, 선과 지아, 그리고 나

윤단비 감독은 첫 영화를 만들 때엔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다들 한 번쯤 우리 가족만 이런 걸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평화롭고, 따뜻한 가족의 풍경만을 보여준다. 친구 집에 놀러 가봐도 모두 가깝고, 친하고, 화목하며, 재미있어 보인다. 우리 가족은 아주 다양한 문제가 응축된 공동체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어디서도 가족 얘기를 하기는 꺼려진다. 남매의 여름밤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영화같다진짜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미화하지 않고, 그렇다고 원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증오하지도 않는다. 남매의 여름밤〉은 그저 그대로 둔다. 그리고 지나가길 기다린다. 관객은 그 차분한 시선에 마음이 놓인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은 과거의 한순간에 당도해 있을 것이다. 그 점에서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과 닮기도 했다. 마음껏 울지 못했거나 웃지 못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보면 사뭇 달라진 지금의 내가 더 뚜렷이 보이게 된다. 남매의 여름밤은 그런 매력이 있는 영화다
-인디즈 14기 최유진
가족의 일기를 쓴다면
지난 5월,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에서의 <남매의 여름밤> 인디토크 현장을 소개합니다. 옥주 역의 최정운 배우, 동주 역의 박승준 배우와 윤단비 감독이 함께한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매리야스' 대신 봄옷을 입은 동주와 훌쩍 큰 옥주, 그리고 윤단비 감독을 만나보세요!
윤단비 감독 : 이 이야기를 가족의 일기 같은 느낌으로 잡아봤어요아무래도 옥주를 가장 많이 생각했고, ‘옥주가 가족에 대한 일기를 쓴다면 어떤 내용을 쓰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요큰 틀은 할아버지를 만나서 헤어진다는 것만 두고 나머지는 그 안에서 겪는 마음의 파동 같은 것들을 담아내려 했고제가 옥주의 마음에 동화가 됐을 때 촬영에 들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디즈 14기 이보라
"사라진 이후에도 시간은 존재하고, 한 존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간을 비췄어요. 또 할아버지가 옥주의 맞은편에 많이 앉아 있거든요. 그래서 옥주가 더 많이 그 공백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한번의 개봉 후 인디토크 기록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
이 인디토크가 직접 지면에 담겨서 여러 극장과 카페에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 극장기록집 인디즈 8호에 <남매의 여름밤> 인디토크를 비롯,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인터뷰, <야구소녀> 인디토크 기록 등이 실려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요번 8호는 PDF 파일로도 배포중! 배포지의 모습으로 이 글을 다시 한번 보고싶다면, 아래의 버튼을 통해 다운로드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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