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호
(통권 52호) 2022. 1. 27
🤘 열린 세미나 🤘

다음 주 목요일(2/3) 토론 주제는 '포퓰리즘 정치의 핵심은 무엇인가' 입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퍼주기 공약이 남발되고 이에 즈음하여 여야를 막론하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가 만연하여 민주주의 정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이 지금 왜 유행하는지, 누가 그것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묘사하는지, 그 속에 담겨 있는 합리적 핵심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토론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참고 자료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그 해석의 정치철학적 스펙트럼> 2021년 봄 제60회 정기학술대회 영상 자료집 다운로드
👇  지난 세미나 갈무리  👇 


신지예, 보수정치,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
1월 20일() 저녁 730
   
<소주제>

1 젊은 페미니스트로 촉망받던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2 신지예의 선택이 보수, 진보정치권에서 어떻게 취급되었는가?

3 이번 사건이 페미니즘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4 페미니즘 운동에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

1 젊은 페미니스트로 촉망받던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ㅈ) 신지예 개인 입장에서는 좌절 속에서 이루어진 실리주의적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ㅁ) 권력욕에 신념을 팔아넘겼다... 는 너무 뻔한 소리죠? 갈 데가 거기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성폭력 사건 이후, 녹색당 당대표였음에도 본인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다른 진보정당 가도 다 이 사람이 저 사람 친구고... 그렇게 피하려고 하다 보면 진보 쪽에 아무래도 못 있겠죠.

ㅈ) 녹색당에서 성폭력 피해로 좌절하고, 제3지대 구축이라는 정치적 목표달성에서도 실패함으로써 좌절의 심리상태에 있었고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쪽이 그 취약함을 파고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ㅂ) 앞서 이수정의 선택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수정도 사퇴했네요. 

ㅈ) 윤석열 쪽은 여성 쪽으로의 외연 확장을 필요로 했고 신지예 쪽은 권력을 욕망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ㅂ)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권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욕망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ㅁ) 새시대위원회는 자신들이 국민의힘이라는 특정 당에 한정되지 않은, 정파를 초월해 시대의 과업을 수행하는 그런 집단으로 자신들을 포지셔닝했던 거 같기도 해요. 하지만 페미니즘 강요는 안 하겠다고 했고요.

ㅈㄱ) (이수정과 신지예는) 페미니즘 대의 정치화에서 취약성을 가졌던 대표들일까요?

ㅈ) 윤석열 선대위에서 새시대위원회는 민주당 출신 김한길을 통해 여성을 포함하는 중도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였습니다. 신지예는 새시대위원회를 선택하였는데 이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서 윤석열 캠프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ㅁ) 국민의힘 입당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사실 윤석열 지지자들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을 별개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지예는 자기가 극우에 몸담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ㅂ) 윤석열을 기존의 보수정당 세력과는 좀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선이 신지예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ㅈ) 박근혜 탄핵에서 한몫을 담당했기 때문에 극우보수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가 윤석열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죠. 국민의힘 입장 후 정당 지지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의 색깔을 지우고 극우화에 주력하면서 그 이미지가 퇴색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만약 개인의 권력욕으로 환원하지 않고 페미니즘 운동의 연장에서 그 선택을 바라본다면 권력을 통해 페미니즘 정책을 실현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국가권력 장악을 통해 페미니즘적 변화는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고 봅니다.

ㅂ) 첫 번째 소주제와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이번 신지예의 선택은 "국가 권력 장악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타진해본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번 건만 놓고 보면 불가능했고요.

ㅈ) 새시대위 진출을 페미니즘의 연속이고 제도를 통한 페미니즘의 실천방안으로 보려 해도 너무 근시안적인 졸속 행보였다고 생각됩니다. 운동의 성과를 팽개치고 그것과 분리되면서 이루어지는 권력 진출(권력과의 협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ㅂ) 이수정의 선택 이후 변화를 도모하는 데에 여, 야 가릴 것 없다는 분위기가 암암리에 조성되었던 것 같은데요, 실질적인 운동의 주체나 성과들과는 좀 동떨어져서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자의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ㅈㄱ) 권력 장악을 통해 페미니즘적 변화를 시도하려면 어떤 경계들과의 집단 쟁투에서 먼저 이겼거나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ㄱ) 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이미 자신이 대표로 있는 조직에서 더 도모하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ㅈ) 본인 역시도 여성정치네트워크조차 설득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에 실린 '진출'(?)의 변에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대남'을 대의 한다며 이준석이 안티페미니스트로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새시대위원회가 그로 인한 정치적 기우뚱함을 보정하려 했고, 그런 상황에서 (신지예는)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이 설 자리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ㅇ) “국가권력 장악을 통해 페미니즘적 변화는 가능할까?”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텐데… 제가 생각하기에 페미니즘은 권력을 나눠 갖는 방식부터 지식이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지, 무엇이 도덕인지 등등의 모든 질문에 전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전에 가부장 권력이 하던 방식과 똑같이 권력을 장악하고 페미니즘적 변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ㅁ) 국가권력을 노리는 건 가부장적인 방식인가요? 정의당도, 녹색당도 국가권력을 노립니다. 페미니즘당도 노리고 여성의당도 노려요.


ㅇ) 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나 봐요.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지만, 상상이 잘 안 돼요.


ㅂ) 문제는 운동의 주체인 다중의 뜻과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혹은 합의되지 않은 방식으로) 국가권력에 접근하고자 한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ㅈ) 이수정의 입장은 다음 문답에서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윤 후보를 돕겠다고 했을 때부터 말이 많았다. 젠더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느낌도 있었다.ㅡ정말 젠더간 싸움이 실존한다고 보나. 나는 허상이라고 본다. 나의 주변의 남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에게 적대적으로 굴지 않는다. 범죄도 그렇다. 범죄에 가해자가 있고, 피해자가 있을 뿐이다. 그럼 가해자는 문제인거고, 피해자는 보호해줘야 하는 거다. 그게 남녀와 무슨 상관이 있냐. 강력범죄 피해자의 80%가 여성이다보니 내가 여성을 위해 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난 여성학자가 아니라 범죄학자다. 강남역 사건때는 내가 '여혐 범죄'라고 안했다고 페미니스트에게 욕을 얼마나 얻어먹었냐. 나에게 중요한 건 최대한 객관적 사실에 접근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게 돕는 것인지, 거기에 남성 여성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여성만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매일경제] 윤석열 돕는 이수정…"페미여왕, 페미대모? 영광이다"


ㅁ) 법치, 범죄 이런거 다루시는분들 상당수는... 대개 그런분들 입장에선 세상은 나쁘지 않은데 나쁜 인간들이 있을 뿐이니까요.


ㅈ) 당 형태를 띠는 운동들이 기존 국가권력의 장악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가권력은 결코 중립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관점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인순, 권인숙, 윤미향 등 여성 활동가들이 입당주의 전술을 택했는데 신지예도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전술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당전술이 여성들의 자기조직화에 기초하지 않을 때, 투쟁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신지예의 선택이 보수, 진보정치권에서 어떻게 취급되었는가?
ㅈ) 잘 알다시피 '페미니스트' 신지예는 추방되었고 안티-페미 이준석은 복권되었습니다. 김한길도 신지예와 동반 사퇴했는데 이로써 윤석열의 여성 외연 확장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힘의 남성정당적 성격은 강화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은 노골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위선적으로 반-페미 내지는 중립-페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ㅈㄱ) 여성 경제 활동의 추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정당들이) 여성 외연 확장에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서 질문하였습니다.

[e-나라지표] 여성경제활동인구 및 참가율 


ㅁ) 국민의힘이 집권한다고 해서 대놓고 여성이니까, 하고 차별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걸요. 비정규직이 늘고, 그 자리에 여자가 다 들어가고 임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더 극복이 어려워지고 그런 식이지요.


ㅈ) 윤과 국민의힘이 집권한다면 미투 이후 지극히 미약하게나마 향상되어오던 여성권력이 난관에 봉착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투에 대한 백래시와 촛불에 대한 반동이 '이대남'이라는 형태로 정치세력화하는 가운데 페미니즘이 적절한 대응과 자기조직화를 취하지 못한 결과라고 판단합니다.


ㅁ) 국민의힘도 여자는 여자니까 차별해야 한다고 말하나요? 대한민국은 이미 그런 단계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투쟁이 갈수록 더 힘들죠.


ㅇ) (대한민국의 단계는) 능력주의 같은 것과 결합해서 더 짜증 나게 차별하는 단계인가요…ㅠㅠ


ㅈ)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강화 등은 그런 방향으로의 한 걸음이 아닐까요?


ㅁ) (무고죄의 경우도) "성폭력은 범죄가 아니고 피해자가 고소를 못 하게 해야 하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요? 법치가 어쩌구, 제도가 어쩌구, 질서가 어쩌구... 하는 거죠. 어쨌든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요.


ㅇㅇ) 데이트폭력, 스토킹이 범죄로 제도권에서 취급되기 시작한 건 매우 최근 일이며 아직도 이에 대한 반발이 있습니다. 성차별을 부정하는 언어가 정교화된다고 할지라도 논리 구조의 퇴보는 분명하다고 보는데 왜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단언하시는지요?


ㅂ) 이준석이 엔번방 방지법을 인터넷 사전검열법으로 호도한 바 있는데요, 그런 공격이 더 거세지리라 생각합니다. 차별급지법 제정도 요원해질 것 같습니다.


ㅁ)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도 정치권 안에선 누굴 차별해야 하니까, 라고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없어요.


ㅈ)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성적 희롱이나 추행을 성폭력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무고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못 하게 하려는 노골적인 압력으로 이용됐습니다. 기존의 차별을 차별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차별해야 한다는 주장과 얼마나 다를까요?


ㅁ) (무고죄도) 법적인 상식이라는 틀에서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무고죄는 (저는 이런 죄목이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주장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법치국가 유지를 위한 중대한 뭔가가 있다고 합니다... 더하자면, 사실 정치인들은 차금법에서 종교 눈치 보다 기업 눈치를 더 볼걸요.


ㅈ) 역사에 단계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올라섰다고 생각하는 계단에서 추락할 수 있는 것이 역사기 때문입니다.


ㅂ) 반-페미 정치인들이 아직은 촛불의 눈치를 보느라 (미약하나마 촛불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차별적인 말들을 대놓고 하지는 못하지만 집권 후엔 뻔뻔한 말들(예컨대 국민은 개돼지라는 식의)이 여과 없이 튀어나오는 날이 얼마든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3 이번 사건이 페미니즘 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ㅈ) 신지예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지은 씨에게 가해진 폭력은 현재 김건희 씨가 받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 후보자의 아내마저 여성 혐오로 피해를 받는 이 마당에 가해자 안희정을 불쌍히 여기는 일이 정당한 것이냐"

이런 생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ㅁ) 틀린 말은 아니죠.


ㅈ) 박근혜를 피해자로 보는 견해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ㅁ) 성차별주의자들은 이미 자기가 차별을 한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죠. 그러니 여가부 폐지도 주장하는 거고요. 왜냐면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대남"상당수의 생각이 그럴걸요. '이제 성차별은 없고 양성평등한 사회임에도 여자들이 부당한 혜택을 얻고 있다. 그만큼 내가 손해 보고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 자체가 이제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여성을 위한 모든 제도와 정책이 남성 차별로 느껴지는 거죠.


ㅈ) 여성에 대한 차별보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더 문제라는 발상 아닐까요?

 

ㅈ) 김지은, 김건희, 박근혜에 대한 혐오 발언들은 실재하는 여성차별의 극화 형태라고 볼 수 있을까요?

 

ㅁ) 그건 차별이라기보단, 혐오구요.

 

ㅈㅎ) 차별이 혐오라는 감정적 상태를 떠난다면 차이가 수용되는 다원사회겠군요.

 

ㅁ) 관련이 없다는 게 아니라 개념 뒤섞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ㅂ) (신지예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누구를 향한 말인지(비판인지) 헷갈렸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의미로만 보면 일단 김건희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한 것 같긴 한데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신지예가 본인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김건희와 김지은이 모두 겪고 있는 여성혐오 문제)의 실질적인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굉장히 모호한 말 같았습니다.


ㅈㄱ) 국가 유지에 대한 입장차에서도 여성 조직화 운동에 관한 생각들이 다를 것 같습니다. 대다수 남성이 국방서비스를 복무했던 것을 역차별의 예로 들기도 하니까요.


ㅈ) 신지예의 말은 일면 타당하지만(여성혐오 현상), 김지은과 김건희의 차이를 과도하게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은은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임에 반해 김건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박근혜도 마찬가지입니다.

 

ㅂ) 김건희를 향해 여성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시선과 표현들이 많이 동원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박근혜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권력형 성폭력'과 구별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때로는 구별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을 것 같고요.

 

ㅈ) 김건희는 경력 위조나 부풀리기, 표절 등 문제적인 행위를 했음에 반해 김지은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지은의 경우는 혐오가 안희정의 성폭력을 고발했다는 사실에서 유발되고 있음에 반해 김건희의 경우는 혐오가 앞의 사항들과 연관되어 표현되고 있습니다. 혐오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없겠지만 이 양자의 차이를 무시/간과함으로써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정치가 초점을 잃고 방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정체성주의와 환원주의가 가져오는 위험한 결과로 보입니다.

4 페미니즘 운동에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
ㅁ) (현재 페미니즘이) 아이콘 개개인에 너무 의존하고 있지 않나 생각 중이에요.

 

ㅈ) 김건희는 "7시간" 보도에서 보인 것처럼 여성이면서도 여성차별을 긍정하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나와 나의 남편은 안희정 편"이라는 말이 그것을 표현합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건 그에 대한 여성혐오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여성 김건희에 대한 반혐오 연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야 할 것인가는 그의 계급적 젠더적 정치적 입장을 완전히 떠나서 결정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떠나서"는 "여성 정체성으로만 환원해서, 추상해서"의 의미입니다.

 

ㅁ) 그렇다면 박근혜 하야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박근혜에 대한 여혐적 발언들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었던 거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이 어떠하든 젠더라는 구도에서 그는 여성이라는 위치에 있습니다.


ㅈ) 당시에 나타났던 것은 박근혜에 대한 여혐적 발언이나 폭로들과는 거리를 두고 그것이 초점을 흐리는 것임을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는 여성이기 때문에 탄핵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최순실에게 부당하게 양도했기 때문에 탄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에 대한 여성혐오주의적 탄핵 움직임이나 억울한 박근혜의 복권 운동 모두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과잉 결정된 운동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운동방향은 서로 반대지만 말이지요.


ㅇㅈ) 박근혜 탄핵은 말씀대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안 해서지 여성이라서가 아닌데도 여성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김건희, 김지은에 대한 여혐적 발언은 여성에 대한 혐오지 각각이 했던 일이나 잘잘못에 대한 것이 아니었지 않나요? (박근혜가 대통령 직무를 잘 못했는데 굳이 박근혜 얼굴 스티커를 변기에 붙일 이유는 없으므로)


ㅈ) 동의합니다. 다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 혐오가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고, 그 "무엇"에 대해 성찰하는 방향으로도 나아갈 필요를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ㅁ) 여성 정체성으로만 환원하지 말아야 할 쪽은 그럼 혐오자 쪽이군요.


ㅈ) 신지예가 (좋게 해석하여) 여혐 퇴치를 위해 윤석열(및 김건희)와 손잡고자 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우려 섞인 목소리로 지적한 것이 그 "무엇"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우파 정치가 페미니즘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더불어서입니다. 지금 신지예는 정당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더 많은 경우에 여혐적 비판(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여성혐오는 박근혜, 김건희, 김지은만이 아니라 신지예에게도 가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ㅇㅈ) 저는 세 사람 모두 여혐의 대상이 된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신지예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다만 “피해자”라는 말을 모두에게 갖다 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은에 대해 하는 혐오 발언은 실제로도 무척 큰 피해를 주지만 김건희나 박근혜는? 잘 모르겠어요. 그 지점이 계급이나 등등을 벗어나  (젠더로만) 추상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일 수도 있는 것 같고요.


ㅈㄱ) 그런데 상위 직무나 활동들에 대한 어떤 추상화 없이 직접적이고 실질적 비판 활동이 모두에게 가능할 수 있을까요?


ㅂ) 1) 여성이라는 정체성 외에 계급적 정치적 입장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2) 여성 혐오, 성차별이 계급차별을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여성 일반에게 가해지는 만연한 여성혐오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일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단은 그 둘을 모두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인 선택들이 내려져야 할 때는 무엇이 더 (성차별 포함 온갖 차별 들을 뿌리 뽑는 데 있어서)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가가 잘 고려되어야겠고요. 또 이런 측면에서도 신지예의 선택은 나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ㅈ) 박근혜, 김건희, 김지은, 신지예에게 가해지는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공동으로 반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신지예의 경우는 그에 대한 혐오가 다른 경우와는 달리 "녹색당"과 "국민의힘"을 가리지 않는 탈정치적 탈계급적 여성주의에 대한 거부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하고 페미니즘이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진로를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ㄱ) 저도 계급 관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 내에서도 자본과 국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ㅂ) 우리 사회에서 자본과 여성차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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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토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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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를 끝내자고 외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달음 앞당긴 2021년,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쟁취 농성단이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으로 2022년을 새롭게 엽니다! #차별금지법있는나라 #차만세

 

• 일시: 2022년 1월 11일(화)~2월 25일(금), 매주 화~금요일
• 장소: 서울(25개 자치구) 및 수도권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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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진실 찾기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도둑이야!』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이 책은 “국가도 아니고 시장도 아닌” 공통장의 역사는 인류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미래의 “공통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그 역사에서 배울 것이 아주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통장의 역사를 통해 공통진실을 찾아가는 시간, 매월 2, 4주 토요일 저녁 7시 30분 실연대자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1월만 예외적으로 3, 5주 토요일(15, 29일)에 진행됩니다.


『도둑이야!』

 두 번째 후기  
🦆 🐓

by 박서연


범죄와 불법 전유를 투쟁으로 다시 바라본다면, 우린 어떤 역사를 다시 읽어나가게 될까?

 

     마르크스는 1840년대 목재 절도를 다룬 기사를 작성하며 목재 절도에 관한 법률의 아홉 개의 조항에 반대한다. 법률 조항의 요지는 삼림에서 죽은 나뭇가지도 가져갈 수 없으며, 위반자는 감옥, 벌금, 강제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친절하게 감옥에서 먹을 식단까지 빵과 물로 제한한다. 이에 격분한 마르크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변호하며 “인간의 빈곤으로부터 죽은 나무에 대한 인간의 권리가 도출된다”라고 말한다. 마르크스는 가난한 사람들의 관습적 권리는 특정 형태의 재산이 불확실하다는데 기초한다며 이때 재산 형태는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점도, 공유재산이 아니라는 점도 명백”하고 그것은 “공적 권리 및 사적 권리의 혼합”물임을 강조한다. 그는 “관습적 권리”를 방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때 삼림은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삼림 수탈은 1840년대에 꽤 진행되어 있었고, 착취를 가로막는 방해물들은 농업 칙령을 통해 제거되고 있었다.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서면허가가 필요했고 낙엽은 사료용으로만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의 꼭대기를 자를 땐 벌금과 감금이 뒤따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삼림에서 땔나무를 가져올 수 있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고 (상상의 세계에서) 나무들은 저주와 방문자를 미로에 빠뜨리며 억압자와 맞선 소작 농민들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투쟁은 법정에서는 유죄로 즉 범죄로 판결받았다.

 

     1830년대 당시 마르크스는 삼림에 대한 농민의 투쟁을 자본주의 발전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마르크스의 목재 절도에 관한 기사는 축적과 계급 관계의 역학에서 중요한 계기를 드러낸다. 실제로 불법적인 목재 절단은 1905년 대규모 봉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지 소유주에 대한 집단행동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투쟁에 산업 프롤레타리아만이 아니라 농촌, 도시의 노동자들이 혼합되어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을 범죄로 둘 것인가는 당대의 가치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삼림에서 죽은 나뭇가지를 주워오는 것은 범죄인가? 책 『도둑이야!』는 “도둑”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무엇을 범죄로 볼 것인가를 중요하게 다룬다. 죄였던 것이 죄가 아니게 되고, 죄가 아니었던 것이 다시 죄로 될 때 그 과정은 누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그것을 누가 수호신처럼 지켜내려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해 왔던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범죄와 불법으로 낙인찍혔던 그 행위와 얼굴들을 다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누가 쓰는 역사인가, 누구를 기억하는 역사이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5.18민주화운동에서 제1광수의 존재를 따라간 영화 <김군>의 제작과정을 다룬 책 『김군을 찾아서』는 5월의 광주에는 황금동 “성판매 여성”, “배우지 못한 사람”이 주를 이뤘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 자리에 끝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지금 우리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맑스는 1848년 공산당 선언 시작 부분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고 서술한다. 이때 계급을 다시 되짚어보자. 존재들을 지우고, 탈락시키지 않는 계급으로 다시 생각해보자. 그때 우리는 계급투쟁을 계급에 질문하는 투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그러한 투쟁의 역사로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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