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화두와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는 SDF다이어리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삶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불안을 넘어서기 위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많은 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정보가 미래를 ‘예측’하는 형태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늘 궁금해 하는 ‘미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오고 있는 걸까요? 

이 쉽지 않은 질문에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미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학자가 있습니다. 지난 11일, 미디어교육원에서 <미래는 오지 않는다>의 공저자이자 과학기술학자인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미디어교육원에서, 홍성욱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Q.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책 제목이 참 도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뜻인가요? 
‘미래(未來)’라는 한자가 ‘아닐 미’에 ‘올 래’, 미래라는 게 오지 않는다는 뜻이거든요. 뜻 그대로 미래라는 단어를 풀어서 이야기한 개념이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분명하게 아주 확신에 차서 미래 예측을 하는데, 그동안 그렇게 확신에 차서 한 미래 예측들이 얼마만큼 정확했나 돌이켜보면 그렇게 많이 맞지 않았어요. 그 얘기는 지금 하고 있는 미래 예측도 비슷할 것이라는 거죠. 공저자인 전치형¹ 교수와 제가 처음에 가졌던 문제의식은 거기에서 시작했습니다.


¹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 정책대학원 교수.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을 전공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유사-인간 테크놀로지의 등장이 인간 정체성과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다. SDF2020에서 <처음 겪는 공기, 다시 찾은 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흡 공동체로’ 존속하기 위한 새로운 ‘공기 관계’ 설계를 이야기하며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저는 상당히 화가 난 상태에서 책을 썼어 요. 분노라고 해야 할지, 그런 것들이 꽉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제대로 살아감으로써 만들어가는 게 미래인데 ‘5년 후, 또는 10년 후의 세상이 이럴 것이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사람 들을 현혹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면서 그런 현상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까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확신에 찬, 예언과 같은 미래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기꾼’일 수 있는가, 그런 것들을 말하기 위해서 책을 썼던 면도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나 혹은 강화된 부분이 있을까요?  
팬데믹 이후 생각이 더 강화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터지고,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 사람들도 한두 명 있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큰 감염병이 돌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전혀 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게 된 것이죠. 우리가 메르스, 사스를 겪었을 때 이런 감염병이 이렇게 금방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그렇지만 우리는 이것을 극복해가면서, 또 앞으로 다가올 비슷한 재난을 대비하면서 살아가는 힘, 지혜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꿈꾸는 미래상 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저는 사실 과학기술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기술의 역사 등을 보고 있는데요. 제가 역사(과학기술사)를 연구한다고 하면 관심 갖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심지어는 “미래를 고민해야지, 과거를 봐서 뭐 하냐, 다 지나간 기술이고 혁신인데”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술과 사회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촉망받았던 기술들이 왜 채택이 되지 않았고, 처음에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기술을 우리가 지금 다 쓰고 있는지, 이런 일들이 어떤 조건과 과정을 거쳐 진행됐는지를 훨씬 잘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지금 반짝반짝 하는 기술들이 어떻게 발명됐는가에만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정말 알기 힘든 게 미래인데,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해 더 지혜로운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훨씬 더 촘촘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우리가 미래에만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면 사실은 현재를 잊어버리게 돼요. 어떤 경우에는 그게 일시적으로 좋을 수도 있어요. 현재 본인이 너무 괴롭고 힘들 때 ’앞으로, 내 미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을 꿈꾸면 현재의 괴로움을 약간 덜어버릴 수 있거든요. 사회적으로도 그럴 수 있죠. 우리가 정말 못 살고 전쟁의 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앞으로 한국사회가 20년 뒤면 중진국,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이런 꿈을 사회 전체가 꾸게 되면 지금의 어려움을 좀 잊을 수 있는 그런 면이 있죠. 그런데 지금 해결할 수 있는, 해결해야만 하는 그런 문제들이 있는데, 미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런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갖고 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 기술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 기술로 혜택을 입는 사람들, 그 기술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누구고 그곳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미래 예측이 아직도 가진 자들을 위한 미래 예측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산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기술이 부상할 것 인가, 질 것인가 그런 것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위한, 그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같이 상상해내고 그 이야기들을, 담론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Q. 그런데 항상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기후 변화  같은 미래보다는 기술 과 관련한 미래에 유독 관심이 높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우리가 원치 않는 미래이기 때문이에요. 좋은 미래가 아니라 나쁜 미래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려 하지 않거든요. 기후 변화가 갖고 오는 미래, 해수면이 올라오고 빙하가 녹고 농작물이 줄어들고, 그러면서 국가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기 시작하고요. 그런 미래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하죠. 

어떻게든 해결이 되겠지.. 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내가 고민을 안 해도 정치인들이, 과학자들이 해결하겠지 생각하고, 정치인들은 과학자들이 해결하겠지... 과학자들은 정치적으로 해결되겠지 라고 생각하고요. 

Q.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미래 담론’을 만드는 것의 차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요?  
다양한 방식으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입니다. 내가 살고 싶어 하는 미래, 혹은 내 자식이 살고 싶어 하는 미래는 어떤 미래인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고, 또 상상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내 자식이 살 미래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미래인가? 우리 후속 세대가 살아갈 미래에는 그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충원했으면 좋겠다 라든지, 이런 게 미래에 대한 상상이고 담론이라는 거죠. 이런 얘기를 지금보다 더 많이 나누고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미래 담론을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SF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SF 작품에서 다양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가까운 미래, 먼 미래에서 우리가 어떤 낯선 존재들과 만나기도 하고요.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고민과 갈등을 마주하면서 살아가고요. 그렇게 여러 가지 미래들이 그려지잖아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소설 애호가들이 SF는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아주 적은 마니아층 정도만 있었는데 최근에 좀 바뀌고 있어요. SF작가들이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책도 많이 몇 만부씩도 팔리고요. SF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여러 가지 미래에 대해서 한번 다 같이 이야기해볼 수 있는, 담론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SF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그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얘기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논의가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D>
인터뷰 말미, 홍성욱 교수는 이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런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가 얼마나 자주 오느냐가 결정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코로나19로 겪어 본 적 없는 세상을 마주했던 우리는 지금 어떤  미래담론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요? 홍성욱 교수와의 인터뷰 이후  미래를 여는 담대한 도전 이라는 슬로건이 새삼 더 무겁게 다가오는 SDF입니다. SDF와 함께 만들고 싶은 미래담론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주저 말고 이메일(답변형식)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으로 더 나은 SDF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DF DIARY 를 만드는 사람들  
류란 기자 : 입사 12년차 SBS 보도본부 기자. 주로 법조팀과 사건팀, 영화 담당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생활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정애 기자 : 26년차 취재기자로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미래부 등을 거쳤습니다. ‘뉴스추적’이라는 시사고발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사안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최근 10여년 서울디지털포럼과 미래한국리포트 등을 만들어 왔으며 2018년부터는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종훈 기자 : 내년이면 입사 20년을 맞는 중견 기자.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들, 그리고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습니다. 통찰력 있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많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예진 작가 : 13년째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사, 뉴스, 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 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 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진영 아트디렉터 : SDF 모션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SDF에서 제작된 영상이 시각적 효과에 의해 왜곡되어 보이지 않게 항상 신중히 작업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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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0  사이보그에게서 배우기 [E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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