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누구의 소통인가요?

홍미애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실패박람회 민간기획단 위원
SNS소통 3550만 명 시대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시는 분들도 많이들 방문하시죠. 그분들을 대상으로 정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언택트 시대에 디지털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정책의 수혜자가 될 국민 분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이번 달 KT경제경영연구소와 DMC미디어에서 발표한 소셜미디어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3월 기준 무려 전 국민의 87%에 달하는 3550만 명이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용률은 세계 3위 수준인데요. 그중에서 한 달을 기준으로 활성 이용자가 제일 많은 플랫폼은 네이버 밴드, 월 평균 이용시간이 가장 많은 플랫폼은 트위터로 계산되었습니다. 여기에 유튜브가 없는 것은, 유튜브는 SNS가 아닌 동영상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와이즈앱에 의하면 유튜브의 월 활성 이용자 수는 3300만 명으로, SNS 중 활성 이용자 수 1위인 네이버 밴드의 2배에 달하는 숫자죠. 실제 이용 시간도 압도적이고요.

SNS, 정보를 공유하며 유희하는 공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세대별로 그 양상이 사뭇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때 X세대라 불렸던 지금의 40, 50대를 보면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순의 이용량을 선보이는데요, 이 세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인맥을 기반으로 하는, 보다 폐쇄적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Y세대(인스타그램>페이스북>네이버 밴드)Z세대(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합쳐서 MZ 세대의 경우에는 보다 개방적인 플랫폼,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른 세대에서는 TOP3에 들지 못했던 트위터가 Z세대 사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사용량을 보이는 것에 주목해 볼까요? 요즘 MZ세대를 알려면 트위터 실트(실시간 트렌드)’를 보라는 말이 있는데요. 트위터는 Z세대에게 정보를 얻는 동시에 타인들과 어울리며 노는 공간입니다. X세대가 네이버 밴드에 들어가 정보 확인만 하고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죠.

연결되어, 창조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공유하는 C세대의 등장
여기서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최근에 코로나와 함께 대두되고 있는 C세대입니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개념인데요. ‘연결(Connection), 창조(Creation), 커뮤니티(Community), 큐레이션(Curation)의 앞글자를 딴 이 C세대는 코로나에 영향받아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세대들을 모두 일컬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에도 C세대가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특징은 플랫폼에 접속해서, 콘텐츠를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하려고 하죠. 마치 유튜브를 많이 보던 사람들이 스스로 유튜버가 되는 것처럼요. 그 수요가 어찌나 대단한지,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도 유튜브키워드가 들어가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개설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것들을 만들기 시작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활동도 하고요. 본 것들을 공유하는 제2의 창조자,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에는 유튜브 안에서 보고 말았다면, 이제는 재밌다거나 본인이 이런 것을 알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는 등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이죠.

어린이·청소년부터 노인들까지, 디지털로 소통하는 우리는 모두 C세대
흔히들 감각적인 영상을 만들고 소비하며 유희하는 데 치중하리라 여겨지는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기성세대만큼 진지하게 접근합니다. 실례로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활동한 부여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노후화된 건물의 이전 예산을 문화재청과 교육청에서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 대해 뉴스 영상을 만들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노인들의 경우에는 디지털 소통으로부터 소외돼 있으리라는 편견이 있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습득하신 이후에는 유튜버가 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디지털 소통에 잘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장년·노년 세대가 C세대로서 가장 열정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무엇보다 밴드와 카카오톡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일 것인데요. 그래서 이분들이 어떤 공공기관발 영상들을 공유하시나 살펴보니, 우리 삶에 유용한 정보거나, 진정성이 있는 콘텐츠거나, 재미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서울시에서 배포한 영상 <동선 숨겼다가 고발을 당했다. 2억이 나왔다.>의 경우 실제 사례를 활용하여 그 어떤 뉴스나 홍보보다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정은경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옷소매에 대해 기침을 하는 모습은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정성이 있다고 호평받았습니다.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상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디지털 소통에서 소외된 마지막 사람까지 포용하는 소통
그렇다면 진짜 소통을 이루기 위해, 공공기관이 국민에게 말을 걸 때에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디지털 소통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줄이는 일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노인 세대들에게 스마트폰 교육을 실시하는 것 또한 그 한 예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큰 변화를 꼽자면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을 도입한 것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관련된 용어들이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전문용어나 신조어가 많다 보니, 해당 용어를 수어로 통일하여 번역한 영상을 따로 배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런 영상의 조회수는 당연히, 청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에 비하면 조회수는 낮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죠. 공공기관에서 홍보를 하다 보면 조회수를 신경 쓸 수밖에 없겠지만, 인기나 재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소외 계층을 신경 쓰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C세대, MZ세대 식으로 사회 구성원들을 분류하지만 사실 개개인 모두가 서로 다르고 나름대로 특별한 개인들입니다. 또한 SNS를 하지 않는 13퍼센트 역시 중요한 국민이고요. 때문에 정책 수혜자 입장에서 그런 소외된 계층까지 아울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소통을 통해 기관과 기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망이 확대되고 그 안에서 공유를 통해 파급력이 생성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연결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통하고 창조하고 연결하는 주체로서의 국민 한 명 한 명과의 연결에 대해서, 또 그 연결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다각도에서의 배려가 이루어지는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주셨는데요. 실시간으로 함께 나누었던 국민 의견도 이처럼 '찐 소통'에 대한 제안들이 많았습니다. "국가법령정보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형식이나 배치, 구조, 단어 등이 너무 어려웠어요. 인포그래픽 같은 걸 활용해서 쉽게 풀어서 제공하면 어떨까요?" "정책 홍보를 보고서 막상 참여해보면, 과정이 복잡하고 대상은 제한적이고 관할 기관 역시 애매하더라고요. 홍보 단계에서부터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고, 국민에게 가까이 닿을 수 있어야 해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정책 정보 전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주셨어요. 
그리고 다음과 같이 질의응답도 진행되었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실시간 댓글 질문  세대별로 메시지를 다르게 받아들이잖요? 정책도 세대별로 다르게 구성돼 있고.. 그럼 정책 홍보도 세대별로 나눠서 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발제자 답변    실제로 정부부처에서 홍보를 할 때에 하나의 메시지를 한 가지 플랫폼에만 시행하지는 않습니다. 세대의 특성에 맞춰서 진행하는데요, 예를 들어 20대는 인스타그램, 유튜브는 전 세대를 겨냥하는 식이죠. 정책이 무엇인지, 그 수혜자 계층이 어떤 사람들인지 판단한 뒤에, 각 플랫폼의 주 이용자 성향에 따라 그에 알맞은 홍보를 진행합니다.
국민 의견       (SNS채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지자체의 경우 담당자들이 해당 지역의 큰 밴드나 카페 커뮤니티에 직접 가입해서 정책을 알려주는게 효과가 좋을 것 같네요. 또 요새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당*마켓과의 전략적이고 접근적인 협업을 추천합니다! 
💬현장 질문  유튜브, 중요한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어디 쪽집게처럼 가르쳐주는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까요? 홍보 실무로 지쳐 있는 공무원 참여자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발제자 답변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관련된 교육도 받을 수 있고, 꼭 저희 센터가 아니더라도 관련되어 열린 강좌가 많으니 실제로 한번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욱 시작하기가 어려운데요, 무엇이 되었든 일단 만들어보시기를 권장합니다. 기획, 촬영, 편집이 필요하다면 각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적극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국민 의견   공무원들이 직접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보직이 바뀌면 무용지물이잖아요. 직무와 전공에 맞는 사람이 홍보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어떨까요?
       홍보는 전문 업체가 있으니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사전 질문  정책 홍보를 위해 TV광고나 기획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 딜레마가 있습니다. 홍보 실적을 올리려면 정규 방송에 홍보해야 되는데 시청률이 낮고, 반대로 케이블TV에 홍보하면 시청률은 높지만 홍보 실적에 반영되지 않아요. 실적이 먼저냐, 홍보가 먼저냐. 이 딜레마 어떡할까요?
발제자 답변   실적과 홍보가 이분법적으로 나뉜 것 또한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책 홍보를 왜 할까요? 실적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효과 아닐까요? 그게 케이블이든 지상파든 상관 없이 효과를 먼저 따져야 할 텐데, 늘 실적을 내야만 하다 보니 딜레마가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국민 의견   홍보가 잘 되더라도 실적이 될 수 없다는 이 사연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실적평가의 기준이 실질적인 내용으로 바뀌어야한다는 의견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이런 실적이 공무원 개인의 책임이 된다면 발전이 없겠죠. 더 나은 홍보 방법을 강구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제도가 꼭 바뀌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