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

이정봉
(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7년 구례자연드림파크를 관리하던 오가닉클러스터에서 시작됐던 분쟁은 거의 7년을 채워갑니다. 길었던 만큼 복잡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어디서 시작됐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것도 입장에 따라 갈릴 정도입니다.

 2018년 중반 언론을 통해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을 접했던 저는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시 노동조합은 주장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던 반면 노동조합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는 기사들은 넘쳤습니다. 저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려했지만 노동조합은 징계와 소송에 대응하기 바빠 보였습니다. 저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을 숙제처럼 미뤄 놓다가 2022년 다시 들여다 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법적분쟁이 마무리됐던 시기라 과거를 돌이켜 보며 차분히 평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쿱생협의 고소로부터 비롯된 형사재판이 시작되었고, 저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을 정리하며 새롭게 시작된 재판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공판기일에 직접 방청하여 그 과정을 보고 들으며 살펴보게 된 것이지요.

 2022년 12월 20일 첫 재판기일. 검사는 작은 목소리로 공소 사실을 읽었습니다. 알아듣기 어렵더군요. 공소사실의 대략 요지는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오가닉클러스터 등 세이프넷 소속 기업을 지배하는 것처럼 이순규 전 지회장이 주장했기 때문에 아이쿱생협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신성식 전 CEO를 아이쿱생협의 실세라고 표현한 부분도 문제가 됐습니다. 관련이 없는데 관련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라고 기소한 것 같았습니다.

 31만명에 이르는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같은 생각일 수 없겠지만, 조합원들이 지금의 공소사실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몇 활동가를 만나 보기도 했고, 자료를 구해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아이쿱생협연합회 이사회 회의록에서 2018년에 시작된 고소와 관련한 보고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번 재판을 촉발시킨 고소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왜 소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지, 어느 단위가 소송을 최종 결정했는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은 아이쿱생협연합회와 세이프넷 소속 기업의 관계를 어떻다고 알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조합원 여러분은 이 형사재판을 촉발한 고소에 얼마나 관여하여 알고 계시는지요? 그 과정을 알아낼 수 있는 절차가 있으신지요? 

 아이쿱생협과 세이프넷 소속 기업의 관계. 정말 재미없는 주제입니다. 그러나 아이쿱생협연합회의 주장이 맞는지에 대해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검증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민주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조합에 대한 믿음, 활동가들이 알아서 잘 할 거라는 기대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믿음과 기대는 조합원들의 견제 없이 유지될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주제를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지나쳐서 안 되는 이유가 최근에 또 생겨났습니다. 아이쿱생협의 대표적 정책 중 하나인 ‘소유노동’에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오너파트너십이란 정책 하에서 직원들 중 세이프넷 소속 기업의 주식을 사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현재 주식을 처분하고자 하는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가 주식을 매입하지 않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이쿱생협에 책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7년 전과 동일하게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세이프넷 소속 기업의 노동자들은 아이쿱생협연합회에 일정하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아이쿱생협측은 본인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혹시나 노동조합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분을 고려해서 첨언하면, 현재 사안은 전현직 직원 개인들이 언론사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쿱생협 활동가라면 아시겠지만, 세이프넷 소속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있습니다. 세이프넷  소속 임직원의 경우 근속년수가 만 2년 이상이고, 아이쿱생협 조합원이고, 씨앗재단·협동조합연구소·치유재단 중 1곳 후원자여야 합니다. 그럼 퇴사자가 주식 처분을 요청하면 어떻게 처리되는 게 적절할까요. 법적 책임 소지를 따지면 끝나는 문제일까요.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이 문제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면, 네트워크 체계가 도입된 2017년부터의 주식거래 내역을 아이쿱생협 조합원들과 주식 보유자에게 공개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쿱생협연합회는 세이프넷 소속 기업의 주식을 여러 차례 산 적이 있는데, 현재 전현직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해소될 것입니다.  

 저는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주식처분을 요구하는 전·현직 노동자에게 소송을 걸까봐 걱정이 됩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아이쿱생협연합회와 세이프넷의 관계를 설명하고, 아이쿱생협연합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걸 문제 삼는 걸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해 사업금액이 6천억원이 넘는 아이쿱생협에게 소송은 여러 업무 중 하나이겠지만, 개인에게는 무거운 짐입니다.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쿱생협연합회가 오너파트너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세이프넷 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쿱생협이 세이프넷 소속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순규 전 지회장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송으로 생각을 누르려 하지 말고, 정보 공개와 토론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 시작에 아이쿱생협 조합원이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소개] 이정봉님은 2012년경부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노사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온 연구자이면서 동행의 후원회원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도 대가를 주지 않는데 2022년부터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분쟁을 꼼꼼하고 치열하게 분석해 온 연구자입니다. 동행은 드러내기 어려웠던 이 문제를 이정봉 연구자의 연속기고를 통해 알려보려 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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