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일본팀이나 일본 선수를 상대로 한 스포츠 경기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독립운동 한일전' 끝낼 때가 아닌가요?

1975년 유제두 선수가 일본의 와지마 코이치 선수를 이기고 세계 챔피언이 될 때의 중계 화면. [중앙포토]
 ‘7회에 접어들면서 한층 자신이 생긴 유 선수는 의기소침해진 챔피언 와지마 코이치에게 저돌적으로 달려들면서 강타를 퍼붓기 시작, 1분 23초에 드디어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레프트 훅을 와지마의 턱에 작렬시켜 그를 캔버스에 침몰시켰다. 이어 유 선수는 카운트 8에 일어선 와지마를 재차 가격, 두 번째 다운을 기록했다. 다시 일어선 와지마는 이미 인사불성, 2분 4초에 강력한 유 선수의 피니시 블로우인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또 다운, KO승이 유제두 선수에게 선언되었다. (중략) 북ㆍ꽹과리ㆍ징 등 한국 고유 악기와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에 나와 응원했던 교포들은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975년 6월 9일 자, 유제두 선수의 복싱 세계 챔피언 등극을 알리는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당시 시합을 기억하시는 분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긴 칼럼이 실렸습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이웃인 한국과 일본, 그래서 어쩐지 늘 찜찜하기만 한 저들과 우리. 더군다나 오늘의 국제정세가 두 나라의 협조체제를 특히 요청하고 있는데도 고자세만으로 어조가 거칠어져 가는 일본이기에 유제두 선수의 그 통쾌한 펀치가 우리의 마음을 더없이 후련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중략) 우리는 흔히 우리 것을 얕잡아보면서 남을 과대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와지마의 허상에 눌린 나머지 국내 관계자들은 거의 유제두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의 원정은 무척 외로운 길이었다. 스포츠는 국력의 연장이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의 기사(연합뉴스 1996년 3월 25일, ‘한일 자존심 대결, 투지에 달렸다’)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96 애틀랜타 올림픽 본선에 합류,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올림픽 축구가 오는 27일 밤 일본과 아시아 축구 정상을 놓고 결승전에서 한 차례 대결을 벌이게 됐다. (중략) 승패의 결정적 요인은 불굴의 투지. 비쇼베츠 감독은 “모든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투지다. 싸워 이기겠다는 강인함만이 한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감독도 전술과 선수들의 능력이 아니라 투지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말합니다. 축구 시합에 나라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도 합니다.  

 그다음 해인 1997년 9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후반 41분에 터진 이민성 선수의 골로 한국팀이 일본팀에 앞서가자 한국 방송사의 캐스터가 “후지 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은 그의 화끈한 멘트에 환호했습니다. 외국 방송에서 백두산이나 한라산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면 일전을 불사할 태도를 보이는 우리 국민이 많을 것입니다. 그는 최근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일본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제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팀이 일본팀에 패배하자 국내 포털사이트 올림픽 응원 페이지에 한국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져 해당 공간 중 일부가 폐쇄됐습니다. 실수한 선수에게 “반민족행위자”라는 말도 했습니다. 일본팀에 패배해 결국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마치 나라와 민족의 명운이 걸린 것처럼 흥분하는 것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이제 좀 쿨하게 한일전을 대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일본에서는 배구 한일전에서 패배를 안긴 김연경 선수의 인기가 꽤 높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스텔스기 반대 일당 '간첩단' 판단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이들을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목적수행 간첩단'으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 북한의 지령에 따른 간첩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이는 국가보안법 4조 위반으로 무기징역 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2. '인디언 기우제' 한동훈 수사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더 시도해 보겠다며 사건 종결을 미루고 있다고 합니다. 수사가 1년반째 진행 중입니다.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수사가 따로 없습니다. 😟
3. 오제세 전 의원 민주당 떠난다
  4선 경력의 오제세 전 의원이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간다고 합니다. 그는 "패권주의로 대변되는 줄 세우기와 계파주의로 곪아 있다. 입만 열면 서민을 강조하는 이들이, 외려 서민을 사지로 모는 정책이 반복되는데도 계파의 그늘에 숨어 입과 귀를 닫고 쉬쉬한다"고 날카롭게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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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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