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 ‘0’이 돼도, 지구 기온이 올라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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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천호의 파란하늘]

온실가스에 대한 기후 반응 속도

대기, 해양, 육지별로 각각 달라

최근 증가한 건 아직 반영 안돼

농도 안 변해도 세기말 0.5도 상승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기과학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130개국의 대표와 약 50명의 과학자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에 모였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만 높아져도 우리 세계가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특별 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인간 활동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을 이미 약 1.0도 상승시켰다. 지구 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계속 진행한다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1.5도 상승에 이를 것이다. 이번 세기에 1.5도 이내로 머물게 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수준에서 약 45% 감소시키고 2050년부터는 배출량을 0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켜 0이 되게 하여도 지구 기온이 지금보다 상승한다.

왜 그럴까? 햇빛은 정오에 최대에 이르지만, 그날의 최고 기온은 그로부터 2~3시간 뒤에 나타난다. 또한, 북반구 육상에서 햇빛이 하지인 6월 21일에 최고에 이르지만, 기온은 7월 말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가장 높아진다. 이러한 시간 지체는 햇빛 강도에 대기가 반응하여 달라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에서는 원인과 결과 사이에 시간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온실가스 변화에 따른 지구 기후계의 반응도 지체가 발생한다.

기후계는 대기, 해양, 빙하와 육지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분의 온난화 반응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열대와 아열대 바다 표층은 언제나 따뜻하다. 바람이 바닷물을 휘저어서 표층 열을 더 깊은 바닷속으로 전달한다. 세찬 폭풍이 불면 표층 열이 50~100m 깊이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세찬 폭풍은 이따금 일어나므로 열기가 바다 깊은 곳까지 뒤섞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반응 지체 시간은 약 20~30년으로 추정한다.

10월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이회성 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극지방 바다에서는 낮은 기온으로 바닷물이 차가워지고 해빙이 생길 때 소금이 빠져나와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높아진다. 차갑고 밀도가 높은 바닷물은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간 후 저위도 지방으로 흘러간다. 이 여정은 평균 1000년이 걸린다.

빙하는 기후계에서 가장 느리게 반응한다. 빙하가 녹는 데는 수천 년이 걸린다. 한편, 육지는 기후계에서 빠르게 반응한다. 열이 토양이나 암석의 표층을 데우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육지는 몇 주나 한 달 정도의 반응 지체 시간을 가진다.

대기는 바다 3.5m 깊이에 포함된 열용량을 가지고 있어 평균 깊이 3800m인 바다에 비해 열용량이 매우 적다. 지상 기온은 심해와 빙하에서 일어나는 더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바다는 지구표면의 70%를 차지하며 육지보다 열을 많이 저장한다. 이 모든 영향을 함께 고려하면, 기후계의 반응 시간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양에서 표층 열이 바람으로 섞이는 층까지 퍼지는 시간으로 결정된다. 이 반응시간 때문에 최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기온 상승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를 ‘이미 저질러진(commitment) 온난화’라고 일컫는다.

이번 IPCC 특별 보고서에서 이미 저질러진 온난화를 다루었다. 현재 온실가스 농도가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온 상승이 앞으로 20~30년 동안은 0.5도를 약간 밑돌고 이번 세기 끝에는 거의 0.5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 바로 중단한다고 해도, 즉각 기온이 빠르게 낮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는 작은 승용차가 비탈에서 탱크를 미는 경우와 같다. 탱크를 움직이려면 힘들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작은 승용차는 탱크 궤도를 바꾸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변화는 드러난 게 모두 다가 아니다. 단지, 드러나는데 시간 지연이 있다.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해서도 지금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가 온난화를 막기 위해 그 어떤 최선의 조치를 당장 취한다고 해도 지난여름과 같은 뜨거움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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