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U의 결정이 뚝딱 나왔던 건 아니야. 이 논의가 시작된 건 2018년부터였거든. 2018년 3월, EU는 <지속 가능 금융 액션 플랜>이라는 걸 만들어. 이게 뭐냐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돈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서 일종의 실행 계획을 짠 거야. 바로 이 계획 안에 EU 택소노미가 포함되어 있어.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뭐가 친환경 산업인지 EU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서 돈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는 거지.

2. 3년 간의 논의 기간 동안 EU는 연구소에 관련 연구 의뢰도 하면서 여론을 수렴해 나갔어.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원전 찬성파, 반대로 원전을 배제해야 한다는 반대파의 여론전도 이어져왔지. 발표를 앞둔 작년 말엔 막판 여론전이 가열되기도 했어.

독일 외 4개국 공동 성명

3.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선 안된다는 반대파 대표주자는 독일이야. 독일을 필두로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작년 11월에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해서는 안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어.

4. 찬성파 대표주자는 프랑스야. 프랑스를 비롯한 찬성파 10개국(프랑스, 핀란드,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은 EU의 주요 신문에 공동기고문을 실어 여론전에 가담했지.

5.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021년의 마지막 날 EU 회원국에 전달된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는 원전을 친환경적 투자로 분류했어.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은 원전은 과도기적으로 녹색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거야. 단 조건부로.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있고,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에만 원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 투자로 분류했어. 또 신규 원전의 경우엔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고.

6. 다만 이게 확정안은 아니야. 1월 안으로 정식 발표가 이뤄질 건데 그전까지는 회원국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거든. 설령 최종안이 발표되더라도 과반 국가가 동의하면 거부할 수 있어. 일단 독일은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 상황이야.

EU는 왜 원전을 과도기적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 걸까? 그린 택소노미 결정에 기반이 된 보고서를 보면 그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어. 2020년 3월에 발간된 전문가 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이런 표현이 나와.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0에 가깝다. 원자력 발전은 기후변화 완화 목표에 잠재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즉 EU의 이번 결정은 원자력 발전이 저탄소 에너지라는 지점에 주목한 거라고 볼 수 있어.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의 76%가 에너지 부문에서 나오고 있어. 그 에너지의 대부분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지.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에너지의 84.3%가 화석연료에서 생산되고 있거든. 아직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11.4%에 불과하고 원자력 발전도 4.3% 밖에 되질 않아. 당장 코 앞에 닥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 화석연료는 탄소를 어마어마하게 배출하는 녀석들이라는 게 문제야.

이 논리로 프랑스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을 우상화하진 않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선 가장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원전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2020년 프랑스는 전체 전력 중 67.2%가 원전에서 생산되고 있어. 화석연료를 통해서 나온 전력은 9.5%로 10%를 넘질 않는 상황이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를 덜 써야 한다는 건 모두가 동의할 거야. 그러면 원자력 발전 못지않게 탄소 배출량이 적은 재생에너지를 확 늘리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거야.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가 있어. 바로 간헐성이야. 재생에너지는 꾸준히 에너지를 생산되는 게 아니라 시점별로 생산량이 달라져. 해가 많이 뜰 때에는 태양열 발전이 휙휙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람이 많이 불 때는 풍력 발전이 원활하게 돌아가겠지만 바람이 안 분다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아직까지 보완할 필요가 있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거대한 용량의 배터리 기술이 필요해. 많이 생산될 때의 에너지를 모아뒀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도록 말야. 최근 각광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하려는 거야. 하지만 아직까지 성장하는 단계라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야.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독일의 경우 백업 전력을 갈탄(화력 발전)으로 두고 있지만 종종 블랙아웃 위기 상황이 있기도 했어. 게다가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를 백업 전력으로 선택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확고해. 원자력의 내재된 위험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거야. 원자력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요 시점별로 발생한 원전 사고가 전 세계 탈원전 속도를 가속화시켰어. 원전 사고가 터지면 사실 사고 이전으로 복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어. 1979년 미국의 쓰리 마일 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로 미국은 사실상 탈원전을 선택했어.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국 내에 더 이상 원전 건설은 없을 거라고 선언하기도 했지. 실제로 2013년까지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은 없었고.

7년 뒤 터진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유럽 전역이 방사능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됐어. 유럽의 탈원전 흐름도 거세졌지. 아래 그래프를 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급격하게 원전 완공 건수가 줄어드는 걸 볼 수 있어. 1987년엔 이탈리아에서 국민투표로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스위스에서도 1990년에 향후 10년간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어. 2011년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났지.

2013년까지 사실상 탈원전의 모습을 보였던 미국은 다시 원전 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시 오바마 정부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핵심 산업으로 원자력을 선택했거든. 그래서 30년 만에 신규 원전을 건설했어. 현재 바이든 정부도 비슷한 흐름이야. EU의 그린 택소노미보다 앞서서 원전을 무공해 전력으로 포함하는 2050 탄소중립 행정명령에 서명했어. 바이든 정부는 가동 중인 원전에 재정 지원을 하고 미래형 원전 기술 개발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야.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야. 원전에 대해서는 국가별로도 입장이 다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난무하고 있어. 마부뉴스를 본 구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 당장 코 앞에 닥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원전은 필요한 걸까? 아니면 내재된 위험을 통제할 수 없기에 탈원전을 해야 하는 걸까? 아래 투표를 통해 생각을 알려줘!

* 레터에 활용한 데이터와 기사들의 목록은 여기서 볼 수 있어.

지난 해 마지막 레터에서 2021년의 마부뉴스를 정리해보면서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부탁드렸던 거 기억나? 무물타임에 참여해줘서 고마워! 보내준 질문 가운데 겹치는 질문을 골라서 준비해봤어. 각자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제작진 모두의 대답을 함께 담아봤어. (오늘도 마부 담벼락은 열려있어😄)

60초 안에 이번주 마부뉴스에서 다룬 주제와 관련한 쓸모있는 정보 7개를 골라서 요약해드립니다. 매주 7/60만 꼼꼼히 살피면 상식왕은 시간문제!😉 제목을 누르면 기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오늘의 무관심이 부르는 재앙, 기후변화 /한겨레

기후변화의 근거와 원인,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을 데이터와 함께 알려주는 페이지야.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땅과 해수면이 상승해 수몰 위기가 닥친 지역처럼 기후변화 탓에 변화된 모습들도 보여주고 있으니 확인해봐.

‘고준위특별법’ 국회 상정에 대한 반발

• 원자력발전소 내 부지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에 상정
•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
• 문제가 된 법안의 제32조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완공하기 전까지 이를 해당 원전 구역 내에 ‘임시저장’하게끔 함
• 영구처분장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보관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처분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옴
• 법안 발의 의원들은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의 포화로 10년 재 수용한계에 도달하기에 관련 시설 건설은 불가피하단 입장
• 한편, 원자력발전소 보유 국가 중 스웨덴과 핀란드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현재까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을 찾지 못했으며 우리나라도 30년 넘게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 원자력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 문제는 전기료 인상과 직결됨
• 해외의 경우 원전보다 태양광, 육상, 풍력 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더 낮지만 우리나라는 원전이 발전단가가 가장 낮음
• 원전을 정부 주도로 운영해 발전단가를 낮췄고,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가 해외에 비해 기술의 효율성이 크지 않아 비용이 높기 때문
• 하지만 2030년 에너지원별 균등화 발전비용을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 2030년에는 태양광 에너지의 발전비용이 가장 저렴할 것
• 태양광이 신기술의 특징인 경험곡선(누적생산량이 증가하면 단위당 실질 비용이 감소)을 따를 것이란 게 그 이유

• 대형원전이 막대한 건설비와 경쟁 심화로 한계에 부딪히자 원자력 발전 업계에서 소형원자로(SMR)이 각광받기 시작
•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각국 기업이 뛰어들어 세계적으로 71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고 한국도 SMR 개발에 착수
• SMR은 대형원전에 비해 대형사고 위험성과 건설비용이 낮기에 건설 부담이 작아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것이라 기대
• 다만 SMR은 대형원전보다 경제성이 낮아 모듈화와 자율운전 기술 개발을 통한 비용 저감이 필수적이며 아직 시장에서의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음
• 원전이 갖는 고질적 과제인 고준위 폐기물 및 사회적 거부감 문제도 넘어야 할 산

•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천연가스 가격 및 전기요금이 급등하는 ‘에너지 대란’이 발생
• 이를 두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일부 국가들은 급진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책이라며 비판함
• 하지만 직접 유럽 시민들을 만나본 결과 현지에서는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은 큰 문제가 아니며 에너지 대란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반응이 지배적
• 에너지 문제를 대하는 유럽 시민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와 다른 전기요금 책정 구조와 전력시장 체제에서 기인했을 것

탄소중립 구현할 인공 태양

• 인공태양은 핵융합으로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구현한 기술
• 핵융합의 에너지 효율은 원자력의 7배가량이라 예측되며 발전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 여기에 주발전원인 중수소는 지구상에 무한에 가깝게 존재
• 핵융합은 원자력 발전에 활용되는 핵분열과는 정반대의 원리로 핵분열이 우라늄이나 플라토늄의 핵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데 비해 핵융합은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지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사용함
• 핵융합 발전 원리는 1950년대 등장했지만, 근 5년간 민간 스타트업이 대거 뛰어들면서 상용화 시점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 기대
• 우리나라는 2007년 한국형 핵융합로(KSTAR)를 독자 개발했으며 현재까지 핵융합의 오랜 난제를 여러 건 해결하는 성과를 보임